수 첩.....잊혀짐과 다시만남
수첩....... " 개똥이 엄마, 어디 살드라 ? "," 맹구는 어느 동네 살지? " 수첩은 이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박 아무개...... 김씨는 김씨끼리, 이씨는 이씨끼리, 박씨는 박씨끼리 모여 산다. "딩동, 정말 오래 사네...", "아하, 아직도 거기 사네, 그려....." 어떤 이름은 십수년을 터 잡고 살고 "어? 이집은 언제 이사 같지? .......소문도 없이..." 어떤 이름은 얼굴도 익히기 전에 떠나 버리기도 한다. 김씨 동네에 또 누가 이사오고, 박씨 동네에 또 누가 이사오고, 이씨 동네에 또 누가 새로 이사를 온다. 길든 짧든, 이름들은 그럭 저럭 어우러져 간혹 마주쳐 해후를 나누기도 하고 먼발치에서 안부를 묻기도 하지 아쉬운 것은.....꼭, 그 동네..
2001. 3. 8.
종이 인형과 커피 한잔
종이인형과 커피한잔 . 까만 어둠 유리창가에 빠알간 초 하나 빛발하여 고즈녁한 밤, 비어진 홀 너머로 때절은 마루에 정적이 묻어 날적에.... 홀연히 다가서는 가녀린 女人, 갈색 긴 머리 곱게 땋아 치렁이어 베지빛 긴 드레스에, 작은 꽃모듬 가슴에 보듬고선 갸웃하여 마주 앉을새 차마 수줍어 속눈섶만 내비치는 가녀린 목선이 고아라 하여 헤즐넛 향내음을 촛내음에 사루우이. 아무런 말 한마디 건넴이 없더라 하여도 두어개피의 엽연을 사룰동안 곁에 하여 흐뜨럼 없이, 우리라 하여 마음 한자락 떨구었고나. 어드런 마음일까 보냐....... 시려진 마음일까, 바래진 마음일까 ? 아님, 지쳐진 마음일까, 씨달픔인가? 그렇잖음, 애타는 맘일까, 멍든 그리움일까? 마음에 색깔이 있다면 , 이밤엔 어드런 색깔일까 까만색일까..
2001. 3. 7.
양은 벤또에 꾸역꾸역 눌러댄 보리밥
1. 하얀 잔자갈이 소담하게 깔려진 뜨락, 혹간, 빈들을 들르고 싶다할때 커피 한잔 머무르던 "나팔소리" 까페 오래된 축음기, 키가 듬성 듬성한 때낀 트럼펫.... 그리고 낡아진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빼곡이, 저만치 녹슨 무쇠 난로위에 닳아 빛바랜 누런 양은 벤또 하나, 멀건 커피 한모금에 망연할새, 울컥, 옛 그리움에 젖는더라 우그러진 양은 벤또에 꾸역꾸역 눌러댄 보리밥에 뻐얼건 신 김칫국물이 물들은 점심 도시락일랑 둘레,둘레..... 건너,건너 반 젓가락씩 거머낸 반찬들을 모다넣고 삼삼칠박수로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차차차차...." 마구잡이로 뒤흔들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드랬나? 그것도, 체육선생님한테 두발검사에 걸려 바리깡으로 고속도로가 난 알량한 꼴에 노란 벤또를 지가 무슨, 뭐라고, 치카추카..
2001.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