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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수 첩.....잊혀짐과 다시만남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8.

 수첩.......

" 개똥이 엄마, 어디 살드라 ? "," 맹구는 어느 동네 살지? "
수첩은 이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김 아무개, 이 아무개, 박 아무개......
김씨는 김씨끼리, 이씨는 이씨끼리, 박씨는 박씨끼리 모여 산다.

"딩동, 정말 오래 사네...", "아하, 아직도 거기 사네, 그려....."
어떤 이름은 십수년을 터 잡고 살고

"어? 이집은 언제 이사 같지? .......소문도 없이..."
어떤 이름은 얼굴도 익히기 전에 떠나 버리기도 한다.

 

 

 



김씨 동네에 또 누가 이사오고,
박씨 동네에 또 누가 이사오고,
이씨 동네에 또 누가 새로 이사를 온다.

길든 짧든, 이름들은 그럭 저럭 어우러져
간혹 마주쳐 해후를 나누기도 하고 먼발치에서 안부를 묻기도 하지
아쉬운 것은.....꼭, 그 동네에 살고 있슴직한데도
어느새 이사간지도 모를만치 잊혀지고 말았기에 아쉬움이 번져 날때....

닳아,귀퉁이가 낡아진 오래된 수첩 - 묵어져 잉크빛이 바래지어도
오래된 이름은 향긋함이 번지어 지고, 그리움 그 자체라고나 할까?

나의 수첩 마을에도 여럿이서 어울려 살고 있듯이,
누군가의 수첩엔가 나의 이름 석자도 용케 살고 있을터이다.
나의 수첩안에 거하는 누구누구를 소중하고 알뜰한 맘으로
거두어 챙겨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으려니와,
내가 빌붙어 사는 딴동네의 그 수첩 쥔장에게도 미우나 고우나
어쩌다라도 안부나, 신고를 안할라 치면
대번에 전출 내지는 말소 시켜버릴지도 모른다 함이러라.
수첩마을은 소중한 것이여......아무렴,

 

 



살아 내다 보면,
"잊혀짐"은 언제라도 허한 여운에 애잔 하고
"다시만남"은 언제라도 촉촉한, 설렘과 반가움이 있었지.

살아 가는 이야기, 어쩜 그것은 "잊혀짐" 과 "다시만남"의 숨박꼭질이며,
숨쉬어 내는 동안에 점점이 이어져 회귀의 본능과 情이라고나 할까?

" 허공에다 그림을 그리고, 아무런 흔적없이 돌아서면
내발이 검은 물감에 빠져 나오기 힘들다......"

서정윤 시집 - 나를 찾아 떠난길에서 '그림그리기"

 

 

2001.3.8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