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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양은 벤또에 꾸역꾸역 눌러댄 보리밥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6.

1.
하얀 잔자갈이 소담하게 깔려진 뜨락,
혹간, 빈들을 들르고 싶다할때 커피 한잔 머무르던 "나팔소리" 까페

 

 

 



오래된 축음기, 키가 듬성 듬성한 때낀 트럼펫....
그리고 낡아진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빼곡이,
저만치 녹슨 무쇠 난로위에
닳아 빛바랜 누런 양은 벤또 하나,

멀건 커피 한모금에 망연할새,
울컥, 옛 그리움에 젖는더라

우그러진 양은 벤또에 꾸역꾸역 눌러댄 보리밥에
뻐얼건 신 김칫국물이 물들은 점심 도시락일랑
둘레,둘레..... 건너,건너 반 젓가락씩 거머낸 반찬들을 모다넣고
삼삼칠박수로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차차차차...."
마구잡이로 뒤흔들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드랬나?

그것도, 체육선생님한테 두발검사에 걸려 바리깡으로 고속도로가 난
알량한 꼴에 노란 벤또를 지가 무슨, 뭐라고,
치카추카, 치카추카 .....으싸, 으싸 흔들어 대는
그 원초적 촌스럼이 눈에 선하다 못해
차라리 시리고나

새삼 소중한 것들.....
어허라,
세월에 닳아진 옛동무들이 보고 싶으이


 

 

2.
"오랫동안 사귀이던 정든 내 친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커피잔을 차마 내려 놓지 못하고선 콧노래로 흥얼거리듯 읊조려보는 노래
한소절 읊조릴적에.......코 묻은 情이 거기 있고,
한소절 읊조릴적에.......지나진 세월이 묻어나고,
세번, 네번 되뇌일적에.......애잔함이 저미어 지는다.

까만 유리창 너머로
아련한 옛것들이 스물스물 번져나매
차라리
눈을 감는더라.

 

 

2000. 3. 6

충주호 보조댐 중앙탑 언저리  까페 "나팔소리"에서
까망가방하양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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