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애기들일랑....
못다한 얘기들일랑, 꼭꼭, 접어내어서 차곡차곡 챙겨두었다가 해질녁 시골길 개울따라 가다가 하나 꺼내어 실개울에 띄워내고, 외진곳 가로등불 아래서 하나 꺼내어 전봇대에 붙여두고, 긴가 민가하는 옛적 앉아쉬었던 그 자두나무아래 벤치에 두고 오련다. 그러고도 남았거들랑, 밤기차를 타고 까만밤이 하얀밤이 되어질때 입김서린 창에 붙여두리라. 그러고도 또 남았거들랑, 눈 나리는 하얀 계곡녁에 젖은 나뭇가지 사루울적에 불쏘시게 하고지고, 불확실성과 막연함과, 그리고 허전함이 비온 뒤끝의 촉촉함이 묻어나는 스산한 밤바람처럼 시려웁다 할때 새삼, 쉽지만은 않더라 하는 맘이..... 내심, 안그런척 애써 보지만 하룻밤새 꺼칠하게 까실한 수염은 차마 숨기우지 못하여라 그렇고 그런 얘기, 뜨겁게 끓여낸 커피 한모금 홀짝이어 ..
2001.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