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편지얘기....연안식당의 순무

까망가방하양필통 2005. 8. 5. 22:37

 

 

 

 

 

 

금정산 이야기 3- 금어가 사는 산

그림사랑님

 

 

선생님, 눈 위를 걷는 사진인가보죠?

제 컴퓨터에서는 배꼽만 보이지만

선생님이 주시는 시원한 마음을 전해 받으니

한결 더위가 가시는군요.

 

 

 

오늘, 마니산까지 가족 모두 드라이브를 다녀왔어요.

가족이래야 큰 아이 빼고 셋이지만 셋이 모처럼 함께 움직였지요.

 

비오는 김포 길을 달리고 새로 난 초지대교를 넘어

다알리아와 접시꽃과 코스모스가 핀 시골 길을 가고 또 갔습니다.

마니산을 올라간 건 아니고 배가 고파 근처 식당을 두리번거리다

연안식당이라는 작은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답니다.

 

 

허리굽은 노파가 툇마루에 앉아 양파를 까다말고 어서오우, 하더군요.

밥 맛있겠지요? 하며 툇마루를 올라 방으로 들어섰더니,

맛은 무슨 맛, 맛 없어도 한술 뜨고 가오, 하는 거였습니다.

 

메뉴를 물으니 백반 밖에 없다고 그러는 거였어요.

 

가마솥 백반이 4000원인데, 순무김치와 배추김치, 고등어 조림과 풋고추 조림,

명태포 무침, 오이양파무침, 무채무침, 이 많은 반찬이 한꺼번에

철수세미자국이 많이 난 찌그러진 양은 쟁반에 가득 담겨진 거였어요.

그 분은 식탁에 반찬을 놓아주지 않고 툇마루 밖에 서서

우리보고 "받아라!" 하였답니다.

 

남편과 저는 이미 그분의 스스럼 없는 가정식 백반적 표정을 알아챘으므로

순순히, 냉큼, 그 쟁반을 받아 반찬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밥 먹는 내내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85 세이며, 50년도 넘게 그 식당을 남편과 같이 하며 3남 3녀를 길렀으며

작년 10월에 남편을 먼저 보냈으며, 맏아들이 올해가 환갑인데 어머니를 모시려고 해도

당신이 아들 집에 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남편은 목욕을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쉽게 돌아간 복있는 양반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미 죽음을 초월해 있는 미소라고 생각했어요.

허리는 굽었어도 씩씩한 그 노파의 생활을 들으며

나도 씩씩해 져야겠다, 맛나게 열심히 밥 먹었습니다.

 

참 부뚜막이 인상적이었는데 가마솥이 두개나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아낙 때부터 함께 해왔을 그 가마솥이 아직도 윤나는 뚜껑을 덮고 있더군요.

 

소식이 너무 길었네요. 안녕히.

 

 

 

어제 밤에 받은 메일입니다

권혜창시인은 샘물이라는 닉으로 들꽃풍경식구이지요

가족이 평화롭게 하루 여행을 하면서 적은 일상이 너무 아름답기에 공개 합니다.

 

이 편지는 전길자시인님에게 안부차 보내진 메일인듯 합니다

풍경 게시판에 올려진 편지를 읽으면서

일상이 참 곱고 소담스럽다 하는 마음에 저도 퍼왔습니다.

 

 

 

 

 

 

 

 

 

 

 

 

 

 

 

 

 

 

"가족"-그 이름만으로도 눈물나게 아름다운       유리안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비록 버벅대며 떼밀리듯 하루를 침묻혀 책장 넘기듯 한다 하여도

저렇듯 소박한 마음에 작은 여유를 가지면서 서로의 정분을 다지는 모양이

어쩜 이제 나이들어 살아가는 맛이 아니겠습니까?

 

 

좋은건 좋아라하고 자랑하고싶고...좋은 흥을 나누고픈 소탈한 보통사람들의 맘,

그 마음들이 여기 저기 죽순 솟듯이...아니면 질경이, 쇠비름같이 질기게

이어져 갔슴 좋겠습니다.

 

 

특히 편지내용에서처럼,

밥먹는 내내 옆에서 시키지도 않은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으시는,

살아온 살이....그것은 어쩜 이제는 고전이나 다름없는고색창연한 얘기일수도,

목욕하다 "어~!" 하고 돌아가셨다는 할아버지가 복있다는 얘기에서부터

젊은 아낙시절부터 가마솥에 불지펴온 저간의 사연은

이미 다 안들어도 반지르한 가마솥이 말해줍니다.

 

 

그 가마솥에는 가족살이의 애환과 궁핍이 지지리도 묻어남은 물론..

지나다 들러 국한그릇 맛나게 비우고간 숱한 젊은이들이나 장꾼들의 얼굴이 어리고

난리통에 죽어 나자빠진 주검들의 혼령들까지도 그 가마솥을 배회할겝니다.

국밥집 할머니는 고스란히 그것들을 수긍으로 받아 넘기셨을거구요.

 

한자리에서 한 生을 지나는 그 할머님 또한 그 시절엔 복이라고 해야겠지요.

 

 

초지대교를 넘어 마니산 가는길....다알리아와 접시꽃이 길가에핀

한적한 소로길을 불연 따르고픈 충동입니다.

가서, 보라색으로 말갛게 익어진 순무를 우걱우걱 깨물으며 밴댕이젓에

밥한그릇 뚝딱한다면 그 또한 살맛 아니겠습니까.

 

 

커~ 이대목에서 커피 한잔과 엽연 한개피 사루지 아니할수 없네요.

헛허허허허



찻사발은 매우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하늘의 숨결과 땅의 정기로 피어 올린
찻 잎의 덕성과  인간의 마음을 담아 내는 그릇이다

문득, 덧글에서 몇번을 음미해도 좋은맘이드는 情스런 얘기하나

배시시 미소지으며  다시금 감사히,소중히 담아냅니다.

 

 

 

       "이렇게 블러그라는 미디아에서 우린 살아가면서

        친구하기 어려운 만남들두

        이렇게 자연스럽고 단아하게 다가오니까요.

        아마 이곳의 친구둘도 바깥세상에서 먼저 만났더라면

        이렇게 친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서로 살아가는 방법들이 다를수도,

        연계되어있는 친구도 다를수도 있으니까요.맞죠."

 

 

2005. 8. 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 후후..
    초지대교를 넘어 마니산 가는길....
    다알리아와 접시꽃이 길가에 핀...

    낮익은 길에 혼자 미소짓는다네요
    언제 달려도 즐겁기만한..

    팔월의 첫날..
    나두 마니산 오르려다 문수산으로 대신했는데..

    가족..
    언제 들어도 따스한 이름..
    가족같은 그 할머니가 계셔 세상 한쪽 구석이 따스한 느낌..
    연안식당..
    낮익은 느낌인데 기회가 되면 한번 들러봐야겟네요

    이사를 했어요
    시내쪽으로..
    엄청 아쉬움이 크답니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아무래도 좀 멀어지겟지요?

    시원한 곳에서 돌아왔더니 무지 더운느낌..
    잘 지내셨죠?
    즐 나잇~~되시구요^^


    답글
  • 웃는워너씨2005.08.06 00:25 신고


    잔잔한 삶의 모습.... 님의 토속적 글 피치 ... 다시와 읽겠습니다.

    공간 확보. ^/^*

    답글
  • 멍석바위2005.08.06 00:33 신고

    발걸음 따라 왔습니다
    위의 글을 읽으니 할머니의 모습도 까맣게 윤이 나는 솥단지도 정겹게 다가오네요
    삶이 아름답게 머무는 블로그가 되길 바랍니다.

    답글
  • joanne2005.08.06 04:32 신고


    가정식 백반적 표정...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지요^^
    점심시간인데 그 맛난 밥상이 그려집니다.
    저는 샌드위치로 때우고 있으니...

    답글
  • 낙타기르는여자2005.08.06 07:03 신고

    빛바랜 일기장 처럼이나 다정하고
    아련한 추억담같은 이야기도 있더란 말입니까 요즘에도?
    자연에 순응하는 순박함은 내게 어떤 가르침으로 다가오는듯...
    가족이란 눈물겹게 아름다운 울림이란 것 또한 배우고 갑니다
    언제나 안전운전 하시기 바래요 ㅎ ㅎ ㅎ

    답글
  • 어울림2005.08.06 08:52 신고

    푸근한 어머니 마음이 담긴 백반을 드셧나 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손 맛은 우리네 어머니 바로 그 마음이지요
    결혼을 하면서 처음접한 시골풍경중
    단연 으뜸이 가마솥입니다
    솥뚜겅을 처음 열었을 때
    노란 양푼이 가득 보리밥이 담겨 있엇답니다
    종가집이라 제사가 들면
    솥뚜껑이 마당에 걸리며 부침게판이 되기도 하고
    한 솥 가득 데워져 식구들의 세수물이 되기도 하던 한 겨울 기억이 새롭네요
    올려주신 글 덕분에 회상 한자락 아침에 가물가물합니다

    답글
  • 뜰지기2005.08.06 09:21 신고

    정겨운 시간이었군요
    가마솥... 저도 걸어둘만한 공간만 확보된다면 큰것 아니고
    작은 가마솥이라도 하나 걸어두고 싶답니다.
    메주쑬때. 고추장 담글때. 참 요긴하지요. 그속에서 김나는
    밥은 또 월메나 맛나는 지.... 군침 흘리면서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할머니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답글
  • 춘희2005.08.06 20:25 신고

    우리곁에 머무르고 있는 이야기들 잘 읽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행복한걸요 더불어 사는 우리들은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비밀댓글]

    답글
  • 주마등2005.08.06 20:54 신고

    편안~하게 읽어 내려오는 재미..
    그런 재미에 솔솔 맛들여 진 님들이 이 방을 찾지요.
    부담없이 까망님의 마음이 흐르는 방...

    글에 무슨 멋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걍 마음 가는대로 생각 나는대로
    블로그 동무들에게 날이면 날마다 웬 하고싶은 말들이
    그리도 많은지..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으면 끝이 없구려~~~ㅎㅎ
    헛허허허허~~~~@

    답글
  • 에린2005.08.06 21:18 신고

    뭐랄까...
    소담한 얘기에 정이 두런두런...
    어린시절에 할머니의 호랑이 담뱃대 물던 시절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입니다
    시골밥상엔 반찬이 없어도 손맛이 묻어나서
    어느 음식보다 입맛 당기는...
    그러네요
    참 재미있다는 느낌 떨칠 수가 없어요
    요즘 까망님의 글은 잊혀진 맛을 되살려 주시는 것 같아요
    좋은 주말 되세요!^^

    답글

  • 까망가방하양필통~님!..
    >이른 아침에..
    >늘~여유롭고 느긋한 표정으로..
    >옆집아저씨(^^)같은 푸근함으로
    >구수하게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이 작은아이.. 정말로 베시시시~ 웃고 갑니당~

    >앗!~
    >그러고보니깐~ 오늘은 '푸히히히~'가 아니군요^^
    >오늘 하루도 편안하소서~


    답글
  • SoHee2005.08.07 14:40 신고

    소박한 일상의 소소하고도 재미난 이야기 속에
    모두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나 봅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고 즐겁게 잘 보내세요!!!

    답글
  • 등대지기2005.08.07 15:50 신고

    고운 편지 한편 보고나니 기분이 참 좋아진답니다.
    따뜻한 우리 주위에 살아 있는 이야기지요.
    일상에서 오는 잔잔한 이야기를 글을 적는다는 것
    등대도 늘 하고 싶은 것인데...ㅎㅎ
    날씨가 넘 덥네요.
    오늘이 입추이니 이 더위도 곧 물러가겠지요.
    남은 휴일 즐겁게 보내시구요.^^*

    답글
  • 아침햇살2005.08.08 08:04 신고

    까방님이 이렇게 옮겨 적으시니 더욱 정스럽네요
    정말 고운분을 친구로 가진 나는 부자입니다
    아직 감기가 나를 친구 하자고 하니 그냥 붙들려 있습니다만
    곧 툭툭 털고 일어나냐지요.
    까방님도 여름감기 퇴치시키세요 엄접도 못하게 하시라구요.

    답글
    • 까망가방하양필통2005.08.08 20:47

      미쳐 말씀도 못 여쭙고 퍼왔습니다.
      샘물님이 꼭 샘물같이 맑아서요.
      사소하고 작은것에서 살아내는 맛을 나물캐듯이...

      아침햇살님, 정말 부자 이십니다
      헛허허허

  • 하 늘2005.08.08 08:10 신고

    가마솥 백반이 4000원 이라구요???
    캬....

    역시 밥은 가마솥에다 그져....

    고은 그림들....
    새 한주의 시작입니다
    즐거운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람니다

    군바리 아들녀석...
    참 기특하기도 하답니다

    답글
  • palmer2005.08.08 08:55 신고

    들렸다 가는 마음이 늘 따뜻합니다..^^ 시원해 지기도 하구요..

    답글
  • 푸른숲2005.08.08 22:18 신고

    들꽃풍경 카페는
    봐도 봐도 유익하고
    멋진 자료들이 많은
    향기로운 카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좋은 글들도
    보석처럼 박혀 있구요 ~~^^*

    들꽃 풍경 카페에서
    못 찾아 읽은 좋은 글
    여기서 잘 읽고 갑니다.

    답글
  • Boramirang2005.08.08 23:31 신고

    젊은 날의
    아낙 때부터 함께 해왔을
    그 가마솥이
    아직도 윤나는 뚜껑을 덮고 있더군요...

    참...정감있는 글을 보고 갑니다.
    그 할머니께서 오래토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잘 담아주신
    까망가방하양필통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굽굽한데
    늘 건강하시고
    복된날 되시길 바랍니다.

    답글
  • 별꽃앵초2005.08.09 06:23 신고

    얼마전에 석모도에 가서 하룻밤 자기 위해 초지대교를 건넜었는데.....
    그 길 어딘가에 그런 고향의 집이 있었군요. 연안식당

    텃밭에서 푸성귀 듬성듬성 따다가 노오란 양푼에 넣고 주물럭거리면
    왜 어머님의 손맛은 그리도 맛이 있었는지......아련합니다.

    행복하세요....^^

    답글
  • 루시2005.08.09 09:06 신고

    외할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아름다운 글 입니다.
    참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물물과 같은 여유로움입니다.

    나이 사십도 훌쩍 넘어
    하늘 타령~ 바람 타령~ 꽃향기타령~ 타령~~타령~~
    끝도 없는 타령 하는 루시~
    울신랑 조금 철딱서니 없다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내 마음이 그러니 어쩔수 없네요.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살고 싶은~~

    휴가 잘 보내고 왔구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얼마남지 않은 여름 잘 즐기세요~~~^^*

    답글
  • 멋진백작2005.08.09 10:29 신고

    몇년전 강화도 순무, 순무 하길래
    그 맛이 궁금하여 인터넷 우체국 주문으로
    순무김치를 사서 먹어 본 적이 있답니다.
    그 무우같지 않은 부드러운 느낌과 맛이 기억나는군요.

    연안식당이라... 한 번 찾아가고 싶어집니다.
    제가 갈 때까지 그 할머니 건강하게 살아 계셔야 할텐데 말이죠. ^^

    답글
  • 능수2005.08.09 16:56 신고

    85세의 노령에도 불고하고
    아직도 일손을 놓치 못하시고 사시는 할머님의
    살아온 이야기 손때묻은 살림의 정이 남았기에
    아드님에게 가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남편과의 향수도 남아 있을태고요
    어머님 손맛같은 가마솥밥
    맛있게 드셨나요
    정겨운 보습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느끼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언제 한번....."  (0) 2005.08.22
"A lover's concerto"  (0) 2005.08.10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길이었다....  (0) 2005.07.26
맨발이야기 그리고 휴게 空間  (0) 2005.07.20
콧등이 저려오는....  (0) 200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