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이야기 3- 금어가 사는 산
그림사랑님
선생님, 눈 위를 걷는 사진인가보죠?
제 컴퓨터에서는 배꼽만 보이지만
선생님이 주시는 시원한 마음을 전해 받으니
한결 더위가 가시는군요.
오늘, 마니산까지 가족 모두 드라이브를 다녀왔어요.
가족이래야 큰 아이 빼고 셋이지만 셋이 모처럼 함께 움직였지요.
비오는 김포 길을 달리고 새로 난 초지대교를 넘어
다알리아와 접시꽃과 코스모스가 핀 시골 길을 가고 또 갔습니다.
마니산을 올라간 건 아니고 배가 고파 근처 식당을 두리번거리다
연안식당이라는 작은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답니다.
허리굽은 노파가 툇마루에 앉아 양파를 까다말고 어서오우, 하더군요.
밥 맛있겠지요? 하며 툇마루를 올라 방으로 들어섰더니,
맛은 무슨 맛, 맛 없어도 한술 뜨고 가오, 하는 거였습니다.
메뉴를 물으니 백반 밖에 없다고 그러는 거였어요.
가마솥 백반이 4000원인데, 순무김치와 배추김치, 고등어 조림과 풋고추 조림,
명태포 무침, 오이양파무침, 무채무침, 이 많은 반찬이 한꺼번에
철수세미자국이 많이 난 찌그러진 양은 쟁반에 가득 담겨진 거였어요.
그 분은 식탁에 반찬을 놓아주지 않고 툇마루 밖에 서서
우리보고 "받아라!" 하였답니다.
남편과 저는 이미 그분의 스스럼 없는 가정식 백반적 표정을 알아챘으므로
순순히, 냉큼, 그 쟁반을 받아 반찬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밥 먹는 내내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은 85 세이며, 50년도 넘게 그 식당을 남편과 같이 하며 3남 3녀를 길렀으며
작년 10월에 남편을 먼저 보냈으며, 맏아들이 올해가 환갑인데 어머니를 모시려고 해도
당신이 아들 집에 가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남편은 목욕을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쉽게 돌아간 복있는 양반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미 죽음을 초월해 있는 미소라고 생각했어요.
허리는 굽었어도 씩씩한 그 노파의 생활을 들으며
나도 씩씩해 져야겠다, 맛나게 열심히 밥 먹었습니다.
참 부뚜막이 인상적이었는데 가마솥이 두개나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아낙 때부터 함께 해왔을 그 가마솥이 아직도 윤나는 뚜껑을 덮고 있더군요.
소식이 너무 길었네요. 안녕히.
어제 밤에 받은 메일입니다
권혜창시인은 샘물이라는 닉으로 들꽃풍경식구이지요
가족이 평화롭게 하루 여행을 하면서 적은 일상이 너무 아름답기에 공개 합니다.
이 편지는 전길자시인님에게 안부차 보내진 메일인듯 합니다
풍경 게시판에 올려진 편지를 읽으면서
일상이 참 곱고 소담스럽다 하는 마음에 저도 퍼왔습니다.
"가족"-그 이름만으로도 눈물나게 아름다운 유리안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비록 버벅대며 떼밀리듯 하루를 침묻혀 책장 넘기듯 한다 하여도
저렇듯 소박한 마음에 작은 여유를 가지면서 서로의 정분을 다지는 모양이
어쩜 이제 나이들어 살아가는 맛이 아니겠습니까?
좋은건 좋아라하고 자랑하고싶고...좋은 흥을 나누고픈 소탈한 보통사람들의 맘,
그 마음들이 여기 저기 죽순 솟듯이...아니면 질경이, 쇠비름같이 질기게
이어져 갔슴 좋겠습니다.
특히 편지내용에서처럼,
밥먹는 내내 옆에서 시키지도 않은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으시는,
살아온 살이....그것은 어쩜 이제는 고전이나 다름없는고색창연한 얘기일수도,
목욕하다 "어~!" 하고 돌아가셨다는 할아버지가 복있다는 얘기에서부터
젊은 아낙시절부터 가마솥에 불지펴온 저간의 사연은
이미 다 안들어도 반지르한 가마솥이 말해줍니다.
그 가마솥에는 가족살이의 애환과 궁핍이 지지리도 묻어남은 물론..
지나다 들러 국한그릇 맛나게 비우고간 숱한 젊은이들이나 장꾼들의 얼굴이 어리고
난리통에 죽어 나자빠진 주검들의 혼령들까지도 그 가마솥을 배회할겝니다.
국밥집 할머니는 고스란히 그것들을 수긍으로 받아 넘기셨을거구요.
한자리에서 한 生을 지나는 그 할머님 또한 그 시절엔 복이라고 해야겠지요.
초지대교를 넘어 마니산 가는길....다알리아와 접시꽃이 길가에핀
한적한 소로길을 불연 따르고픈 충동입니다.
가서, 보라색으로 말갛게 익어진 순무를 우걱우걱 깨물으며 밴댕이젓에
밥한그릇 뚝딱한다면 그 또한 살맛 아니겠습니까.
커~ 이대목에서 커피 한잔과 엽연 한개피 사루지 아니할수 없네요.
헛허허허허
찻사발은 매우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하늘의 숨결과 땅의 정기로 피어 올린 찻 잎의 덕성과 인간의 마음을 담아 내는 그릇이다 |
문득, 덧글에서 몇번을 음미해도 좋은맘이드는 情스런 얘기하나
배시시 미소지으며 다시금 감사히,소중히 담아냅니다.
"이렇게 블러그라는 미디아에서 우린 살아가면서
친구하기 어려운 만남들두
이렇게 자연스럽고 단아하게 다가오니까요.
아마 이곳의 친구둘도 바깥세상에서 먼저 만났더라면
이렇게 친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서로 살아가는 방법들이 다를수도,
연계되어있는 친구도 다를수도 있으니까요.맞죠."
2005. 8. 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
후후..
답글
초지대교를 넘어 마니산 가는길....
다알리아와 접시꽃이 길가에 핀...
낮익은 길에 혼자 미소짓는다네요
언제 달려도 즐겁기만한..
팔월의 첫날..
나두 마니산 오르려다 문수산으로 대신했는데..
가족..
언제 들어도 따스한 이름..
가족같은 그 할머니가 계셔 세상 한쪽 구석이 따스한 느낌..
연안식당..
낮익은 느낌인데 기회가 되면 한번 들러봐야겟네요
이사를 했어요
시내쪽으로..
엄청 아쉬움이 크답니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아무래도 좀 멀어지겟지요?
시원한 곳에서 돌아왔더니 무지 더운느낌..
잘 지내셨죠?
즐 나잇~~되시구요^^ -
아침햇살2005.08.08 08:04 신고
까방님이 이렇게 옮겨 적으시니 더욱 정스럽네요
답글
정말 고운분을 친구로 가진 나는 부자입니다
아직 감기가 나를 친구 하자고 하니 그냥 붙들려 있습니다만
곧 툭툭 털고 일어나냐지요.
까방님도 여름감기 퇴치시키세요 엄접도 못하게 하시라구요. -
Boramirang2005.08.08 23:31 신고
젊은 날의
답글
아낙 때부터 함께 해왔을
그 가마솥이
아직도 윤나는 뚜껑을 덮고 있더군요...
참...정감있는 글을 보고 갑니다.
그 할머니께서 오래토록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잘 담아주신
까망가방하양필통님!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굽굽한데
늘 건강하시고
복된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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