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배꼽다리 야영 (2013.10.5-6일) (두번째)
10월 초...맑은 가을날,
그냥....늘어지고 싶은 맘이라서 소탈한 솔밭 햇살이 좋은 왕방계곡 배꼽다리로 나서다.
대충 장비를 챙겨서.
가는길에
신호대기중에 찍은 북한산...인수봉이 우뚝하다.
야영장 솔밭 하늘
배꼽다리
배꼽다리 야영장은
우선 거리가 가까와서 (신호 다 받고 가도 두시간이 채 안걸림) 편하게 하루 다녀 오기 딱이다.
솔밭사이로 아담한 야영장, 그리고 순한 계곡에 배꼽다리가 걸쳐진, 그리고 정자가 있는 작은 공원속에 쉼터 같은 곳이다.
더러 출장길에 지나는 길이기도 하여 낯설지 않고 만만하여 눈여겨 둔곳이다.
배꼽다리 야영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어쩜 앞으로도 몇번은 들려볼수도 있을것 같은)
물레방아 정자와 벤치
왕방계곡과 배꼽다리 여영장
갈 햇살이 소나무 숲 사이로 맑게 투과한다.
여름 한철에는 계곡과 숲에서 고기들 굽어 먹느라고 왁자지껄하고 허연 연기가 여기저기서 풀풀 한데
쌀쌀한 가을에 접어들면서 소나무 그림자만이 해시계 되어 한결 조용하다.
텐트를 치고나서 텅 비어진 정적에 겨워 우두커니.....
혼자서 먼 재미로? 하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언젠가 부터는 그냥 맹숭~하고 헐렁~한게 좋다.
(시설이 잘 갖추어지고 유명한 캠핑장 보다는 덜알려진 이런곳이 붐비지 않아 한적하여 좋다)
(사족)
집에 있었으면 이것저것 눈에 띄니 괜한 잔소리 하다가 핀잔 받고,
핸드폰이나 컴퓨터 하다가 잘 안되어 물어보면 지난번 갈쳐주었는데 또 물어본다고 궁시렁렁~~
또, 연속극 끼어 보다가 좀 헷갈려서 물어볼라치면 티비 보는데 방해된다고 잠자코 보라는둥
완죤히 할아버지 취급을 하니, 원
혼자 놀기 시작^^
구닥다리 황동버너를 조립하여 석유를 채우고서, 이놈 저놈 펌핑을하여 불 붙이고
화롯대에 장작 몇개 올려 불 지피고, (참조: 알미늄 호일을 대충 발라놓으면 설령 고기를 구워도 씻을 필요도 없이
깨끗하다) 호롱불(은 아니지만) 불 밝히고^^, 촛불도 요모조모 만지작거리며, 주전자 올려 커피물 끓이고....
믹스커피 한잔 홀짝이면서 한개피 사루노라면.... 이런들 저런들....시간도 잘가고 이슥해진다.
심심해서 혼자 노래 부르면서 핸드폰에 녹음해서리, 다시듣기를.....셀카 놀이도 빠질수 없고.....
이쯤되면 까만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하얀 소복을 한 여인네가 살포시 다가온들
뉘라서 이아니 반가울쏜가~ 하여, 화롯불에 고구마나 구워 호호 불며 두런 두런 하고지고, 헛허허허
10년쯤 된듯한 컵 초
심지가 타서 닳아지면 새로이 꼬아서 심어주기를 .... 몇십번,
끄으름이 나지 않도록 작은 촛토막으로 꼬박꼬박 밥을 주어야 한다.
예전 언젠가엔 산골 작은 가게에서 초를 2곽 샀더니....기도 하러 오셨냐고~^^
아마도 박수무당으로 여겨졌나 보다. 허긴 기도 하러 온것은 맞지요
초를 켜두는것 자체만으로도 경건한 기도이니까.
지금은 그냥 물끄러미, 멀뚱하게 바라보기만 하지만
예전엔 촛불 벗하여 뭔가를 깨알 깨알 적어내리며 밤을 지샜던 그랬던 적도.....
아마도 그 나이때는 고민과 고뇌와, 답답함을 토해내듯 주절주절 하였던게 아닌가 여겨진다.
촛불은
욕심을 절제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까만 밤에 촛불을 마주하여 가만히 응시 하노라면 이처저차한 맘이 파노라마처럼 지나치지만
그래도.....이만한것만도....감사함이라 하더라
늦은시간에 손님 한분 오셨다^^
이슥한 밤에 늦게 도착한 솔캠(솔로 캠핑) 이다.
밤이 늦도록 모닥불 지피고, 고구마 구워 먹고, 커피 한잔에 도란 도란 얘기 나누었던 젊은친구^^
황동 석유버너를 잘 몰라서 신기해 하길래 불 피는 것을 실연해 보이며 가르쳐 주었다. (아는체좀 하였슴^^)
나도 왕년^^엔 저랬었던 적이..... 배낭하나에 꾸역꾸역 다 집어넣고서 설악 ,태백, 지리를 종주하였던....
이제는 감히 .... 다만 찻길이 닿는 강자락이나, 계곡이나 캠핑장에서 걍 널널널널~~~한다. ㅎㅎㅎ
밤 두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다
아침 기상.....물론 해가 한참 뜬뒤라서 새벽맞이는 못했다.
밤새 조물락거린 버너를 조립하여 챙기며, 이것저것 소품들은 정리를 한다.
20 여년전에 구입했던 GOOSE 다운 더블슬리핑백 (두겹으로된 동절기용 임)
텐트 걷는 동안에 햇볕에 잘 말려서 뽀송하게 해준다.
동절기에 몇번 이용하는터 몇번의 세탁과 잘 말려주니 아직은 고실고실하다.
계곡 산책 여름철엔 무르팍위 정강이까지 차 올랐는데 겨우 종아리정도이다.
오전나절임에도 서둘러 철수하는 젊은친구, (오른켠 소나무 아래 작은텐트)
마누라가 일찍 오랬는데....늦잠을 잤노라며 바삐 서두른다. 기특하다^^
텐트에 붙어 아침 햇살을 쬐는 잠자리....바깥에서 밤새 추웠겠다....ㅠ.ㅠ
너라도 내친구^^
가을 들녘에 서서
눈멀면 /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해리·시인, 1942-)
할머니 한분께서 벤치에 앉으셔서 한참을 갈볕을 쬐고 계신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앞을 보지 못하셨다.)
갈 햇볕에 다순 온기를 쬐시면서 마음의 귀를 열어서 가을을 담아내셨으리라.
언젠가 그시절의 오랜 회상을 반추하시는양.....
철수^^ 오늘도 좋은맘
오후나절, 계곡 언저리를 산책한뒤 텐트를 걷다.
( 1박 2일의 사진일기 입니다.)
< 추가 >
10월 23일 포천 다녀 오면서 (동두천) 왕방계곡길로 둘러 오면서 붉게 타오른 단풍을 만났습니다.
20일전에 야영을 하였던 배꼽다리 부근보다 훨씬 상류쪽 왕방계곡입니다.
추색秋色이 진하여.....
매월 채현병님의 시조(들꽃풍경 게시판에서 옮김)
만추晩秋
海月 채현병
붉은 빛 토해내어 이 마음 불살라도
샅샅이 불살라서 이 가슴 다 태워도
저 물빛 붉게 물들인 죄 묻지않고 가리라
계곡 바위에 걸터 앉아서 부신 햇살에 뺨을 내맡기며
한참을 그자리에 머물렀던 계곡의 추색秋色.....
정말 샅샅이 불살라서 태워 내고픈 心입니다.
내려오는길에 다시 들러본 배꼽다리 입니다^^
지난번 텐트를 쳤던 자리에는 여전히 갈볕이 나긋하고 노란 단풍이 푸근합니다.
예전보다 좀더 가을빛 머금은 배꼽다리
단풍과 낙엽
단풍과 낙엽은 계절따라 채비를 하는 지혜이자 보호본능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에 대한 방어와 보호......자위自衛라고나 할까?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욕심과 안 뺏길려고하는 안간힘이 부딪치는 파열음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태에 비하면
정말...단풍과 낙엽은 해하지 않고, 범하지 않는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이러라.
사진일기
2013. 11. 3 까망가방입니다.
-
답글
미국 북부에 앨버커키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유난히 추운곳인데,(우리나라 이북의 중강진 같은곳인가 봅니다.)
앨버커키를 지나가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어떤 부인이 예쁜 여자아이와 함께 타고 있었는데,
차장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는 앨버커키가 초행입니다. 앨버커키에 도착하면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차장은 자신의 일을 보러 가고
건너편의 남자가 이야기 했습니다.
"차장이 너무 바쁜데, 깜빡 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앨버커키를아니까 그곳에 도착하면 알려 드리 겠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부탁 합니다."
그리고 나서 어느곳에 정차하자
"부인 제 말이 맞지요? 차장은 깜박 잊었나 봅니다. 여기가 앨버커키 입니다."
그러자 부인은 고맙다고 하고 내렸습니다.
30분쯤 후에 차장이 왔습니다.
부인을 찼는데, 그 남자가 "당신이 오지 않아서 제가 앨버커키를 가르쳐 줬습니다."
라고 말하자, 차장이 혼비백산 하며 뛰어 갔습니다.
갑자기 열차가 후진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인을 찹기 시작 했습니다.
얼마후 딸과 함께 꼭 붙들고 얼어 죽어있는 부인을 발견 했습니다.
그곳은 열차가 잠시 멈추어 물을 체우는 곳이었던 것입니다.
잘 못된 지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한마디로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안다는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나 좀더 멀리 볼 수 있었으면 ......'
한달,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복사댓글로 대신 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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