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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해병일지 2.......아니 옛적 추억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12.

 

 

해병일지 2.......아니 옛적 추억

 

 

어이, 해뱅"
취기서린 어눌한 목청에 크린사지 서른두개의 주름날이 곤두서고
관자노리가 불뚝한체 불끈쥔 주먹에 뿌드득 고개가 반쯤 돌아갈새
"멧끼야 ?" 하는데엔
나도 모르게 "옛, 262깁니다" 하고 氣가 정지돼버린다.

남방차림에 술냄새가 풀풀한 시꺼먼 아저씨....다짜고짜 손목을 쥐어채이듯
끌리어 들어간 선술집에서 동태찌게에 쐬주 두어잔 했던 ....
집합, 순검, 빠따....천자봉, 상남.....어쩌구 저쩌구 횡설수설을
고스란히 기합들어 새겨듣는 고역을 감수해야 했던,
정말, 아스라한 추억의 한토막이 내내 지워지질 않는다.

상륙돌격형 머리에 쌔무오카발로 나이트에서 비집어 헤맬때도
"어이 해병,맷끼야?"하며 거품 잔뜩 따라주던 그런 기억도....

 

 

 

 

 

훗날이 되어져,
마흔이 넘어진 이 나이에 새삼 가슴에 저밈은
그것은 헤프닝이 아니고 진득한 정이었구나 하여 그리움이 사무친다.

다만, 조금은 씁쓸하다 함은.......
이 나이가 들었슴에도, 난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러고는 싶은 맘이다.
"어이, 해뱅, 몇끼야?"
몇번의 그럴만한 분위기에 맞닥드렸슴에도 입안에서 뱅뱅 굴리고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그빚을 갚아내야만이 속이 후련할것만 같다.

 



 

 

(에피소드)
그 당시....한창 목에 기브스하고 방방뜨던때,
풀먹인 팔각모에 쌔무오카, 그리고 철렁거리는 링소리,빨간 명찰...
칼날같이 날선 크린사지 군복을 입고 활보하다가도,
"볼일(?)"이 급하면....
(그 시절엔 좌변기가 아마,없었던때....) 곤두선 핏발을 불끈 참아내며
택시를 잡아타고 젤루 가까운 친구집엘 쫓아가
옷 구겨 질까봐, 바지를 통째로 벗어내고 "볼일(?)"을 보았던가?
크크크크크.......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웃기는 일인데두
그땐 괜히 그렇게 "폼生폼死" 하였던것이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그때 다리미질 하던 솜씨가 아직도 죽지않아 지금껏 이나이에도
우리집 주름은 내가 다 잡는다, 딸내미 주름 스커트까지.....ㅎㅎㅎㅎ


 

2001. 3. 12 적음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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