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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하늘 가는길....(난지도 공원에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0. 13.


 

 

 

공원은 촉촉하였습니다.
밭 사잇길 걸음 이벤트가 있다는 소리를 어렴풋이 

어깨너머로 들은터
저녁을 먹고선 늦으막에 난지도를 갔어요.

참 좋더라는 귀엤말을 새기면서 더구나 오늘 김도향 최백호 
공연이 있다함도 작은 설렘이었답니다.
88도로지나 가양대교에서 강북도로를 타고선 부산한 헤드라이트를 
피하여 난지도 공원 쪽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의외로 스산한 어둔 그림자에 의아해 하면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선
텅빈 정적따라 잔비가 갓 내리는 사잇길을 천천히 걸어냈습니다.


하늘공원 팻말과 그 유명한 하늘가는 계단이 저만치에 흐릿합니다.

"정말 저게 옛날 그....쓰레기더미란 말인가?"
참 희안하고 대견하다는 마음에 하늘공원쪽으로 오르려하자
유감스레도 행사는 일주여일간 하는데 9시면 이미 끝나고 
출입통제라 합니다.
손목시계의 야광바늘이 하마 11시가 넘어보입니다


조금은 허전한마음이었지만 그것도 잠시구요......
습기머금은 밤 바람에
뿌연 가로등길을 쉬엄쉬엄 걸어냄은 그리도 고즈녁하였습니다.

월드컵선수촌아파트를 지나면서 누군가 여기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참 환상적이겠다 하며 혼잣말을하면서 잔디숲따라 
푹신한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불연 흑백필름이 돌아갑니다.
대한뉘우스.....70년대의 난지도 장면은 
이젠 기억의 저편으로 스러져갔지만 연신 퍼붓는 쓰레기더미의 
풀풀나는 먼지속에 돈될만한 어떤것인들 한개라도 남보다 
먼저 주울려구 갈고리로 쓰레기더미를 헤치는 그네들의
머쓱한 웃음이 저릿하게 떠올려집니다.

유난히 그땐 연탄재 쓰레기가 많아서 허옇게 뒤집어쓴 먼지에 
남루한 얼굴들은
어쩜 소외된자의 지나온 뒤안길이라지요.

쓰레기더미 차에 치이고, 쓰레기더미에 묻혀 다치거나 죽고.....
버려진 복어생선의 내장을 끓여먹구선 주검이된....
간간이 신문에 나는 슬픈 얘기였습니다.
그 당시엔 연탄가스에 밤새 안녕 못한 사람들도 꽤 있었구요....

 


하늘공원....
오만오천평이라네요...너른 광장같은 초원일것 같습니다.
맘같에선 저 쓰레기산...난지도에서 유명을 달리한 주검들을 위해
조촐한 위령제...아니 굿이라도 한판 해주고픈 그런맘이네요.
어쩜...이 공원 자체가 그네들의 원혼을 기리는 후세의 기림이라 
여기면 한결 맘이 편해 보입니다.
그렇다는겝니다.....헛허허허허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촉촉히 물기 머금은 잔디밭이 가로등에 잔잔히 빤짝거리네요.
참 좋네요.

모처럼의 편안한 산책길에 한개피 아니 피워물수가 없네요.
이래 저래 변명으로 피어댄 담배가치들.....
끊긴 끊어야 하는디.....
그래도 어쩌니저쩌니해도 제겐 살가운 호주머니 친구랍니다.
헛허허허허

오늘도 좋은 맘....
2003.10.3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