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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가을비 우산속에 김포들꽃풍경 마실 ......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9. 8.

 

 

 


토요일 저녁나절 어슬렁 마실을 나섭니다.
"김포 들꽃풍경"카페 게시판에 오늘 "떡차"를 만든다고 공지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상의 카페 모임이지만 오프라인으로 지기님의 야산 자락에
간간이 모여서 차茶한잔의 담소를 나누면서 어우르지요.
오늘은 멀리 경남 하동 쌍계사골짝에서 수제차를 製茶하시는 "효월"님이
찻잎삭을 보내주시어서 다듬고 고른 잎삭을 작은 절구에 짓찧어선
동그랑땡만한 크기로 빗었습니다.
 

이것을 잘 말리면 구수한 발효차가 되어져 조금씩 으깨어 차를 우립니다.
떡갈나무 아래 너른 평상에서 한쪽에선 절구를 찧고 그 옆에선 떡차를 빗고
또 한켠에선 주어온 알밤을 가마솥에 찌고...또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을 곁들이며
수다가 한창입니다.
평일에는 한적하게 비어진 곳....비닐온실, 너른 평상과 허름한 농가주택....
주말이면 사전 약조가 없더라도 예닐곱, 또는 여나무명이 그럭저럭 모여선
매일 매일... 각박하고 빠듯하게들 치닥이다가 적어도 여기 떡갈나무아래
평상에서만큼은 차 한잔 나누면서 이차저차한 얘기들을 나누곤 편안해합니다.
살아내는 情이라는게....별게 아님을 스스럼 없이 나누곤하지요.
오늘도 예의 그 모양새로 한차례 웃고 떠들다가 이슥한 밤이 되어선
제각기들 처소로 뿔뿔이 돌아갑니다.

 

 

가까이 사는 몇이 남아서 작은 사랑방에 앉아 사진앨범도 보고 바둑도두고
꾸부정하게 모로누워 코를 골기도합니다.
야참으로 라면을 끓이어선 김치 한쪽에 훌훌하고요
다소 어질러진 사랑방은 눅눅할지언정 다순정이 듬뿍하네요.
새벽 네시에서야 마지막 남아진 사람들이 다 가고 저와 지기님이신 "들풍"님만
뎅그러니 남았습니다.
저보다 두살 연배인 들풍님은 불과 3년정도 카페를 통해 알게됨이지만
어렸을적에 시골 동네형님깉이 스스럼없이 자상하게 대해줍니다.
"이밤에 가긴 뭘가?...비도 오는데...오랫만인데 여기서 그냥 잡시다" 하여
방 하나씩을 차지하여 잠자리 채비를 합니다.
두 남자는 집에도 안들어가는 "나쁜남자"가 되기로 작당을 합니다.
헛허허허허허

밤이 깊어 새벽에 이릅니다.
불연 뜨건 커피 한잔의 충동은 꼭 이럴때 발동하네요.
반쯤 열려진 문밖에 주륵주륵 나리는 빗줄기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낡은 처마에 빗방울 들치는 소리가 이밤사 참 시골스럽다하여
마당에 나서선 잔비를 맞은체로 큰 숨을 들이킵니다.
촉촉한 숲내음이 어둑한 외등에 자욱하게 보여집니다.
살아내온것들과...사는것과...살아가야 할것들이 필름처럼 돌아갑니다.
문득....누군가가 보고싶습니다.
저편...어데인줄모르지만 나를 기억해주는 좋은맘의 친구들이...
오늘도 좋은 맘입니다.

가을비 우산속에 김포들꽃풍경 마실 이었습니다
2003.9.8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