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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오리랑, 거위랑~ (일산 수련못에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4. 4. 20.

 

 

 


초록 흙내음이 풋풋한 작은 연못을 돌아보면서 
오후나절의 일탈을 찾아봄입니다. 
비온 뒤끝의 촉촉함은 알싸하여 청량감을 더합니다.
비어진 작은 연못 둘레를 쉬엄 쉬엄 거닐음은 작은 여유이네요.
물기 머금은 벤치에 신문지를 깔고선 발을 꼬아 기댑니다.
한개피 퓨휴~ 
약간 매케한 흙내음이 긴 호흡에 빨려들때면 
마치 자욱한 안개속에 물알갱이가 너플거리는 뽀얀 착각에
사르르 이대로 누워내고픈 충동이네요.
누군가의 칼럼에서 
내맘 같다하여 살그머니 훔쳐온 마음 하나 읊조려봅니다.
아프지 않고 사랑할 수 있다면
슬프지 않고 자랄 수 있다면
정주지 않고 떠나갈 수 있다면
아 사람,
이 사람아,
미워지지 않고 늙을 수 있다면
처음처럼 웃음 소리로 그대를 소유하리.
-서정 筆(아리잠님 칼럼에서 퍼옴)
연못에 걸쳐진 나무판때기 줄다리를  흔들대며 건넙니다.
따각,따각,...또각,또각,....띠각띠각...
뒤뚱대는 흔들거림이라서 구두굽 소리도 다소 방정스럽네요.
하여도,
마룻장을 딛는 굽소리는 언제라도 낭랑하여 좋습디다.
대장 거위 한마리와 꼬붕 오리 두마리가 부리를 종종대다말고 
꺼이꺼이~ 하면서 뒤뚱거리며 비탈따라 올라옵니다.
거참~ 
지딴엔 반가운 기척에 행여 뭐나 있나 싶어 
까맣고 빤지르한  약콩만한 눈을 줄곧 내 시선에 쏘아대면서
꾸역꾸역 올라섭니다.
에고~
한줌 줄만한 부스러기가 없던차.... 
무안한 마음 숨기려고 짐짓 딴데를 쳐다보며 너스레를 피건만
기어이 몇발짝까지 다가서더니
"아, 글씨 오늘 웬종일 공쳤는디...뭐쫌 내놔봐~~"하여
긴 목을 삐딱하게 휘둘리네요. 
헛허허허....짜슥들이...
뒷통수가 쪼메 머쓱하지만 어슬렁 딴청하며 출렁다리를 도망치듯 건넙니다.
촉촉하게 적당하게 젖어진 맨땅....
맘 같애선 양말을 벗고선 맨발로 자근 자근 걷고 싶다네요.
헛허허허...
동두천 다녀오다 일산 수련 못 작은 공원(백마부대 장병 휴게소)을 
잠시 거닐어봄입니다.
구수한 자판기 커피 한잔 홀짝거리며 아쉬운 맘일랑 
늘어진 버드나무에 붙들어 매달고선 뒷걸음질 합니다.
저~ 만치에  쭈구린체
봄비에 세수한듯한 연두빛 이끼를 조몰락 거리는 여인의 등허리에
쑥내음이 솔솔 합니다, 그려.
헛허허허허...그렇다는게지요.
오늘도 좋은맘....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