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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새벽 강변길은.....언제나 그길이더라도....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9. 28.

 

퍼런 여명이 옅어지면서 새벽이 열립니다.

하루내를 시작하는 기지개가 으스름한 잿빛뿌연함속에
밥을짓고, 찌게를 끓이고....덜깬잠의 아이들을 챙겨 등떠밀듯 내보내고....
출근하는 남편의 언제나 피곤해 하는 뒷모습에 애잔한 그맘이
고층 아파트의 불빛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빤히 보입니다.

그 뒤안엔 언제나 자신의 채비를 뒤로 미룬 부시시한 모습일지언정
가족의 안위를 챙겨내는 진솔한 보살핌이기에
어둑한 새벽을 여는 마음들이 참 고와 보입니다.

 

 

 

 

 

 

퇴근길....강변을 거꾸로 거스릅니다.
압구정, 역삼, 강남의 빌딩숲의 도심사이를 빠져나와 한남대교에서
88 올림픽도로를 올라타면서 비로서 새벽 안개속에 강바람을 가슴에 쐬이면서
하루내를 무사이 마친 종료감에 안도와 차분함에 감싸입니다.강변길은 언제나 거기 그길이지만
투명한 노란 햇살에 방긋하기도 하구요
초록강에 너른 여유와 너른 마음을 부풀리기도 하구요
파란 마음되어 옛팝송의 그윽함에도 젖습니다.
때론 억수같은 빗살속을 질러가면서 물보라가 처연하구나 하는 맘도 들구요
허멀건 으스름함에 잿빛마음되어선 착잡해 하기도 하지요.
느릿하게 아무말없이 묵묵히 흐르는 한강은 언제나 제 마음입니다.

쌩쌩 내달리는 차량들 한켠으로 강변에 바짝 붙어선 70-80키로 정도로
천천히 달리면 밤새내 지쳐진 몸과 마음이 한결 미끄러집니다.

아직은 가로등불이 촘촘한 강너머 정경에 새벽 쌉쌀한 바람은
새벽맛을 더하여 가끔은 성산대교 아래 양화 선착장엘 잠시 머무르지요.
강쪽으로 차를 주차하고선 맨손체조를 두어번 휘둘리고 한개피 사룸속에
연습장노트를 꺼내어선 간밤에 모두어 놓았던 것들을
개발새발 하얀 여백에 끌적여놉니다.

 

목동 숙소로 가는 잠시 머무는 시간의 짬에
밤새내 조우하였던 스침의 인연들이 그리도 살갑고 반가웠노라는 좋은 맘이어서
만남의 소중함을 챙겨낸다고나 할까요?
다시 재차 만난다는 기약은 거의 없지만서두......개중엔 정말...돈주고 못만날 사람들이건만 

돈까지 받아가며 도란도란 살아내는 얘기일랑 담소하고, 외로운 고민도 함께 나누기도하고....

누군가에게 친절을 나누고 비록 빈말일지라도 칭찬까지 곁들이고나면
제가 더 기분이 좋은걸요. 헛허허허허

 

 

 

 

 

 

그리고
"오늘은 괜찮네...오늘은 좀 그러네...그래도 이만한것도 어디야..."하고
호주머니에 질러둔 품새돈을 가지런히 펴서 세어보고선
오늘도 애썼다 하여  배시시 웃습니다.뜨건 커피 한잔 했으면 하는 충동이지만

유감스레도 선착장엔 자판기가  없네요.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가지고 다녀야 할까 봅니다.
헛허허허

 

너른 강물은 유유히 흘러갑니다.
나의 하루도 잔잔히 지나갑니다.....

 

 


오늘은 밀린것을 한꺼번에....적느라고....^^
피시방에서 돋보기를 껸체 열심히 두손가락으로 토닥거리는 제 모습이
웃길테지요?

 

2003. 9. 28 일요일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