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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크리스마스 이브...명동성당에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2. 26.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버깃을 치켜세우고선 쌉쌀한 시내길을 나섰습니다.
곡이 어디 약속이나 정해진 갈만한데가 있어서라기 보담은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인데...하는 맘으로요.

그래도 명동이라는데엔 북절댈것 같아 막연히 회현 전철역에서 나립니다.
예전 월드컵 경기때 와보았던....그때의 붉은 악마떼들의 휘두름이 
눈에 선하기도하여
피식 웃으며 오랫만에 들러본  반가움에 작은 설렘입니다.

명동거리....당연히 떼밀리듯한 인파 이리라 생각 했었지만
의외로 북적댐이 덜하여 의아하네요.
헐렁한 맘으로 기웃대며 돌아내다가 명동 성당 앞에 이르렀어요.
방송차가 써치 조명을 여기저기 비치는 명동성당을 올려보며 비로서
크리스마스 이브라는것을 퍼뜩 보았답니다.

 

 

 

 

 

 

 


자정 좀 전이니까... 대개 교회나 성당은 자정에 축하 성탄예배를 드리니까
내친걸음에 일년에 한번인 예배를 드릴까나 하여 성당으로 갔지요.
마침, 막...하얀옷의 행렬이 꽉메운 인파속에 지나길래 따라 갔드랬지요.
성당 입구쪽에 만들어진 모형 말구유에 어떤 의식을 합니다.
(후에 안일이지만 금테 모자를 쓰시고 예식을 드린분은 정진석 대주교라 합니다)

의식후에 성당엘 입장하는데 하마 꽉메꾼 만원으로 겨우 열린 문틈으로
몇초간이나마 성당안을 흘낏 하였습니다.
정말, 말로만 듣던 명동 성당입니다. 내부는 첨 보았네요 헛허허허허

 

뒤뜰 마리아상 쪽에도 많은 신도들이 둘러 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성호를 긋고 기도를 드리는 틈새에서 저또한 옷매무새를
여미고서 잠시 숙연한 맘가짐을 하였습니다.


불쑥 웃음이 났어요^^
오래전 언젠가 해미읍성 들려 근처의 천주교 순교지라는
해미 성당에 들른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가 마리아상에 대고 열심히
이것도 담뿍, 저것도 양껏주시고 요것도 해결해주시고, 안 아프고... 
물론 돈도 많이...
라고 열심히 기도 했다했더니 친구가 기막혀 웃더라구요.
마리아님은 예수님 어머니시니까 예수님 한테 자알~ 여쭈어 주십사고 
부탁드려야지 마리아님께 직접 하는게 아니라는겝니다.
속보였던것 같아 디게 무안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게지요 헛허허허허


그래서 생각난김에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나 오늘 마리아님께 분명히 잘 말씀 드려달라고
기도 많이 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목청을 높였더니만 친구가 그러네요.
"거 뭐 달라고 기도만하지말고 그저 이것도 감사, 저것도 감사....
그리 기도하라"네요.
내참....또 뒷통수 맞은듯 머쓱하고 말았습니다. 헛허허허허

 

 

하여도
전 언제나 작은 맘으로나마 평소에 꼭,경건한 어떤 기도라기 보담은....
그져 지쳐진 맘일지라도 이마만큼이나마 사는것도 감사하였다지요.


성당 입구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탄압 규탄 노천 시위를 지나치면서
일년 열두달 내내 시위집회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선
빽없는 시위는 그나마 여기 접수는 커녕 얼씬도 못할끼구만....
우스개소리같은
중얼거림 뒤에는 씁쓰레한 뒷맛입니다.
계단을 내려오며 명동성당을 뒤로하고 소리나는대로흥얼거립니다.


"저 들 밖에  한밤중에 양틈에 자던 목자들
한 천사가 전하여준  주 나신 소식 들었네
노엘 노엘~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우러른 까만 하늘엔 빤짝이는 별들이 총총 하여 그래도 마음이 화합니다.
(물론 별은 한개도 안보였습니다)
그랬습니다. 그렇다는겝니다 헛허허허허
부디....이땅에 헐벗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뜻이 어루어주는 사랑이....

오늘도 무사이.....



 





 

 

2003.12.26 까망가방하양필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