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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풍경 달맞이와 달집빌기...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2. 18.

풍경 달맞이와 달집빌기...

보름날...정월대보름...
보름날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은 으뜸이라지요.
저녁을 먹고선 마실삼아서 김포 고촌의 천둥고개뒷켠 향산리로 향합니다.
그곳은 제가 다음카페에 가입되어있는 들꽃모임의 야산입니다.

달집을 어설프지만 나무가지와 짚을 얹어 만들어 태우면서 제각기
한해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웁니다.
겉은론 안그런척 하여도 속맘으로는 진지하게 한해의 無難함을 비는 마음이
진솔하게 엿보입니다.
 


흐려진 구름너머로 뿌연 달빛이 조금은 아쉬웁지만 한참을 우러르곤 중얼거립니다.
"부디 올한해도 좋은 맘을...."
온실에서 난로를 피우고 고구마도 구어먹고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 합니다.
그리고 사랑방에 내려가 차茶를 우려내어선 이차저차한 얘기를 나누었지요.
특별히 멀리 불암산자락에서 사시는 모 대학 중국역사 교수님이신 "촌안"님이 오셔서
팽주하시어 녹차와 보이차 그리고 화차까지 좋은 茶香을 나누어 주시었지요.

잠시 제가 가입해 있는 다음카페를 소개하자면요...
보통 온라인상의 카페모임이 오프라인까지 갖추어진곳은 좀 드물지요.
야생들꽃을 사랑하고 차茶를 즐기는 평범한 카페입니다만 고촌 천둥고개 뒷켠
자그마한 동산에 크다란 비닐하우스가 있고  너른 기슭에는 가마솥도 걸려있고
넓직한 평상도 있구 연못터와 자미원 터가 자리잡고 있지요.

차茶를 마시며 담소할수있는 덕현재와 등따순 허름한 사랑방이 있습니다.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작은 야산 산비탈에 온실 하나와 허름한 낡은집이 한채
있다고 보면 됩니다. 화장실도 재래식"치깐"이구요.헛허허허
참 큰 항아리 두개에 김장김치가 담겨져 있고 진돗개 세마리가 유유자적합니다.
회원은 거의 40-50대로 되어져있고 부부회원이 참 많습니다.
달리 벙개로 모인다기 보다는  오고가며 방앗간에 참새 모이듯 들러 차茶한잔의
여유와 넉넉함이 좋은 곳이랍니다.

상주하는 사람은 없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온실의 크다란 장작 난로에
은행, 고구마등을 구어먹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신김치로 김치찌게를 끓여서
한술 뜨기도 하고 부친게도 부쳐먹곤한답니다.

저는 집떠나서 서울에서 혼자 기거한다고 좀 안되(?) 보였는지 걸핏하면
들려가라 하여 챙겨준답니다.헛허허허허

부대끼고 떼밀리듯 살아내는 서울살이에 이만한 여유와 살가움을 나눌수 있어서
적어도 여기 머무르는 동안만큼은 순박해짐을 모두가 그리 느끼지요.
맨땅을 밟아 본다는 것은 이젠 하나의 그리움이고 연민이 되어버렸네요.
 

 


헛허허헣...얘기가 딴데로 흘렀네요.
각설하고
보름 달 맞이는 늦은 밤이되어서 하얗게 시린 달을 보았어요.
정말 빤히...한참을 우러러 쳐다보니 꺼뭇하게 얼룩한 거기서도 누군가가
손을 내저으며 흔들어 대는것 같아요. 헛허허허

달빛이 중천에 교교(皎皎)하여 차마 이대로 접을수가 없어서 내친김에
강화 해안도로를 따라갑니다.
기척이 없는 그길일지라도 머리맡에 하얀달 하나 감히 벗하여 쉬엄 쉬엄
밤마실을 갑니다.
초지대교를 건너 동막으로 해서 전등사길로...
강화읍내에 이르러 뼈다구해장국 한그릇 너끈히 비우니 후즐근함이 배어나와
쌉쌀한 밤 이슬이 그리도 상쾌 하더이다.
팬만한 포만감에 한개피 사룸은 바로 "살맛" 이라지요.
그렇다는겝니다. 헛허허허허

오늘도 좋은 맘...
보름달따라 밤마실이었읍니다.
2003.2.18   까망가방입니다.

피에쑤^^
담날 저녁에 이르러 뭔가 좀 켕겨서 종이 한잔에 서너가지의 소원을 다시 적어선
어제 그곳...들꽃풍경(카페 야산을 그리 부릅니다)에 가서 아직 남아있는 불씨에
다시금 곱게 태워 냈다는거 아닙니까?
예전엔 안그랬는데 나이 더하면서 참 간사해진다 하여 피시식 웃었답니다.
바둑한수 두고...몇몇이서 귀밝이술 한잔에 고스톱도 치고...
우리민족은 참 "빌음"(기원,기도)을 달고 사는 민족인것 같네요.
정초에,대보름에 단오에,백중에,칠석날에...그리고 동짓날에 팥죽 떠놓고 빌구요.
우리나라 조상신들이 어쩜 이 세상에서 젤 잘먹고 산다겠네요.
헛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