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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갈 나들이 - 시월의 작은여행,,,,(석남사에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11. 10.
갈 나들이 - 시월의 작은여행,,,,(석남사에서)

이주전 토요일 이었습니다.
2주만에 집에 내려 가는길에 고놈의 길눈이 어두워(?)
고만 또 길을 잘못(^^)들어 내친김에 길따라 가는데 까지...
가을마음이 휑하여 석남사엘 갔습니다.

요 근래 나들이삼아 나서봄이 뜨문 했기에 모처럼 옛마음따라 가봅니다.
제대후 첫 직장을 포항에서 한터라 경주,울주 언양쪽에 위치한
영축산 통도사, 내원사, 가지산 석남사, 운문산 운문사, 원효산 원효암등의
산과 사찰...그리고 천정리 각주골...작천정...방어진,정자해변,감포 수중왕릉등
70년대 말쯤, 나이도 이십대 후반 이었으니까 저으기 혈기가 방방 하였던 때,
하루나절에 다녀 올만한 그곳들을 계절따라 직장동료들과 또는 혼자서
배낭을 울메고 다녀보던 곳이었지요.

특히나 재밌는것은...내원사,석남사,운문사는 비구니스님의 도량이어서
내심 호기심과 은근함이 적잖이 발동되었나 싶습니다.
또 그곳들은 주말이면 전국에서 등산객 또는 행락객 인파가 붐비었던것임에
한창때의 총각들은 그때 풍습으로봐서 "헌팅"에 가까운 산행이었다고 봐야지요.
그랫었습니다.
이십년이 더 훌쩍 지나진 중년의 낫살에 새삼 둘러봄은 감회라기보담은
호젓한 맘이었습니다.

    
 
잔비가 촉촉히 나리는 오후 늦으막에 석남사에 이르렀습니다.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비도 오고...바람도 찹고 해서인지 인적이 뜨문하였습니다.
입구 매표소의 스님은....스님이라 하기에는 너무 앳띤 까만 뿔테의 소녀였습니다.
표를 끊고 잔돈을 거스르는 몇십초간일지언정 빤히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의 눈빛을
의식하였는지 눈길을 아래로 머쓱해하는 스님에게서 여린 소녀의 수줍음이 한껏 하였습니다.

 

 

 

 


혼자서 쓸데없이 얼뚱한 발상을 해봅니다.
파르라니 단정한 해맑은 저 모습에 노랗고 꼬부랑 가발을 씌우고,
테없는 안경에 포도주빛 루즈를 발라놓는다면?
영낙없는 매캐한 디스코장에서 휘청거리며 취해 춤을 추는 청소년과 별반 다름이 없을진데
저리 다를수 있을까....삭발을 한 그 자체만으로도 조신함 그것일테지요.

간간이 마주쳐 가는 커플은 가을비 우산속에 더 꼬옥 부등켜 않음이 시샘 나도록
부러웠습니다. 안본척 할래도 곁눈질이 되어집디다요. 헛허허허허
갈바람에 후득이는 나뭇결새로 스산함이 저미는
비오는 날 늦은 오후의 석남사는 착잡한 가운데 고즈녁 하였습니다.
이 맛에... 담배 한대 사루나 봅니다....

홀연한 마음 뒤로하고...어둑함이 묻어진 고갯길을 오릅니다.
운문사로 넘어가는 꼬불하고 가파른 운문령이지요.
고개마루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그릇 훌훌하여 저만치 아래 불빛을 바라볼새
오싹한 한기에 기침이 나며, 빗살속에 뎅그런한 마음이 조금은 허허롭더이다.

사람맘이 이리 간사합디다.  만일 화창한 햇볕이었더면
"우하~"하고 탄성속에 아스라함을 한껏 호들갑떨며 오뎅을 우걱우걱 하였을텐데요...
운문사로 내려왔을적엔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예전,맹숭한 솔밭에 빈 벌이었는데 호텔,장,노래방,식당들이 꽤나 즐비 합니다.
경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거닐었습니다.
 

 


만세루가 저만치에...아득한 운문산 중턱에 암자는 보일턱이 없지만
비오고 난뒤의 하얀 구름사이로 보일락 말락한 그 모습을 상상할 뿐이지요.
그때 그시절... 만세루 너른 마루에 폭우에 쫄딱 젖은 야영객들에게
보시를 하는 운문사 비구니스님들의 모습이 새록합니다.

전 그때 첨으로 보시(절밥?)를 받았던 기억이네요.
(당시 밤중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었슴 - 지금으로 치면 게릴라성 폭우?
운문사 계곡은 양갈래 계곡이 합류되는 하류로 엄청 순식간에 물이 불어남)
조난을 당하여 한학생은 급류에 떠 내려가고 나머지 학생(고등학교학생)들은
맨발로 울부짖고...(그날 늦은 오후에 시체로 저아래 강에서 발견되었지요)
애들을 안채로 데려가 스님들이 옷을 갈아 입히며 다독거리는 그모습이
정말 사랑스런 누나의 그 모습으로 오래 오래 남아집니다.

그때 비구니스님  속옷을 넌즈시 보았드랬어요...
그냥 남자들 입는 소매달린 런닝구드라구요 헛허허허
이래 저래한 기억을 걸음마다 떠올리면서 되돌아 나옵니다.

빗살속에 까만 숲길에서 기침이 심하여 눈물을 찔끔하며 토(吐)하기까지..
기진하여 차 안에서 가만히 쉬어냈습니다.
얼마간이지만....그래도 한개피 사루어 내면서 정지된 정적에 숙연하였습니다.

맹한 상념에 중얼중얼...혼잣말 해봅니다.
인생에 있어서 세번의 기회가 있다하는데....
태어나지 말아야할 기회를 한번 써먹어 버렸고....
결혼 하지 말았어야할 기회를 또 한번 써 먹어 버렸고....
이제 딱 하나 남은 기회라면...이제 한 생애를 접는 기회일게야 하여
제발...부디...정갈하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진다면 얼매나 좋을꺼나..,
無難하게....보통스럽게...

그래서 전, 매일 매일 기도 아닌 기도를 입버릇 처럼 하는가 봅니다.
"오늘도 무사이.....언제나 좋은 맘...."
헛허허허허  그렇다는 겝니다.
갈 나들이 - 시월의 작은 여행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맘^^
2002. 11. 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