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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나들이

새하얀 눈설에 발자국을 찍어내며...(한계령 주전골에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 28.

새하얀 눈설에 발자국을 찍어내며...(오색 주전골에서)

 


새해들어 첫 나들이이다.
연말 연초의 호들갑에 다소 지쳐진 심사가 주눅들듯 움쿠리기에
그냥 나서본 나들이는 한계령의 오색약숫터가 있는 설악 주전골 계곡이다.

금요일 오후...나섰다.

하염없는 고속도로를 따라 용인,이천,원주지나 둔내 장평을 거쳐 대관령을 넘는다.
헤드라이트에 반사되는 새하얀 눈 언덕의 부신 시야가 찌들린 마음을 위안한다.
강릉에서 양양으로...그리고 한계령으로 들어선다.

깜깜한 어둠에 해맑은 웃음으로 친구가 산천어 매운탕을 끓이어선 기다린다.
동동주를 주거니 권커니...

친구는 사아버카페에서 만난 두살 터울의 친구인데 氣 수련차 주전골 골짝에서
80일째 은거하고 있는데 100일을 채우면 하산한다 한다.

민박촌이있는 골짝으로 오르막에 문득 친구가 한마디 밷는다.
"하늘이 많이 내려왔네요...드물지요..."
의아히 올려본 까만 하늘엔 정말 손을 내저으면 닿을듯  머리맡에 반짝거리는
별들이 촘촘하다.
"그러네...정말 하늘이 많이 내려 왔네...."
해발 400고지의 산고개라서라기보다는  너무 맑게 시린 하늘이어서...

밤새듯 여러 얘기를 나눈다.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형이상학적인 철학과 氣에 대한 얘기였지만
장고의 야외 수련생활속에 핼쓱하게 바튼 얼굴이지만 눈빛만은 반짝인다.

잠자리에 누워 꺼먹한 눈을 껌벅거리노라니 생소함에 잠못이룬다기보다는
살아내옴이 지쳐진 맘이래서인지 몸뚱이가 흐물하게 퍼진다.
비어진 어둔 정적은 언제라도 정갈한 맘이다.

이차저차한 상념들에 한숨을 거두고선 문득 친구가 부럽고나 하는 생각이 미친다.
일탈의 벗어남을 가질수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넌즈시 부럽다.
맘 같에선 한 사날이라도 눙쳐 머물고픈 충동이더라만....

훌쩍 들어선 오십줄에...서야 느껴지는 어떤 회한 이랄까?

 

 


 


아침 햇살이 부신만큼 늦잠을 잤다.
그린야드호텔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주전골 약숫터로 산보를 나선다.
하얀 눈설이 그리도 소담한 사잇길로 거닐어 거닐어 맘껏 산공기를 들이킨다.
파랗다 못해 묻어날것만 같은 산등성너머의 쪽빛 하늘은 상쾌하다못해
맘속에 찌든 검뎅을 말끔히 씻어내어 화한 상큼함까지 일렁인다.

호젓한 길 거닐다 박새 몇마리가 재잘거리며 맴돌자 친구가 손바닥을 내밀어
"쯧쯧쯧쯔...쯧쯧쯧쯔...." 하는것이 우습기도 하였는데
웬걸, 예쁜 조고만 박새 한마리가 손바닥에 내려 앉아선 반갑다고 아는체를 하듯이
맨 손바닥을 쪼아대곤 푸르륵 나른다.
괜시리 나도 내 손바닥을 쳐다본다. 물론 택도 없는 기우일테지만 헛허허허허

속내까지 얼얼한 약숫물을 마시고선 수도를 한다는 계곡터에 내려가니
신기하게도 바람한점 없는 따스한 양지녁에 차라리 졸음이 나른하기조차 하다.
잠시 후면 나서야 한다는 아쉬움에 자꾸 두리번거려지고 하얀 눈설에
찍혀진 외줄기 발자국이 그리도 또록하여 차마 되밟지 못하겠더라.

걸터 앉아... 부신 햇살에 그을리며 한개피 사루어...마음을 모두운다.
엉뎅이에 저미는 차가운 냉기의 쌉쌀함이 한결 착잡함을 더하면서도
정갈한 心氣가 가득하여 괜히 상쾌하다.
어쩜 올 한해는 깔끔한 좋은 날이 많을것 같다는 그냥 좋은 맘이다.
하얀 마음되어 소담하게.....
헛허허허허

 

 



백숙에 닭죽을 맛나게 나눈뒤 미련과 아쉬움을 담뿍 저어내고선 되돌아 왔다.

"나머지 남은 기간에 마져 애쓰시고....좋은 마무리 되세요"
"먼길 다녀가심을 감사 드리네요..."

서울 당도하여 등촌동에 사는 친구가 지나는길에 차 한잔 하고 가래서
맑은 차茶향에 홍건하여 하루내를 잘 지냈다 하더라.

2003. 1. 25 토요일 밤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새해들어 첫..하얀 山마음이었습니다.
작지만 함께 나누고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