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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추령고개 너머...정자 해변에서...(비맞이굿)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7. 23.

 



추령 고개마루의 카페담자락에 씌어진 글...

 


내고향 늙은 미루나무를 만나거든
나도 사랑을 보았으므로
그대처럼
하루하루 몸이 벗겨져 나가
삶을 얻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일러주오

내고향 저녁바다 안고 돌아오는
뱃사람을 만나거든
내가 낳은 자식에게도
바다로 가는길과
썰물로 드러난 갯벌의 비애를
가르치라고 일러주오

7월 1일...월요일 오전나절,
그날은 월드컵여파에따른 임시 공휴일이었다.
채 마르지 않은 속옷가지와 와이셔츠를  챙기고선 집을 나섰다.
잿빛 하늘이 싱숭한 마음을 動하매 괜히 눅눅하다하여 머뭇거림이....
외곽도로에 이르러 굵은 빗방울이 앞 유리창에 후득후득 들치는 찰나
서울-문경 이정표에 비구름이 자욱한 문경새재의 아스라함이 번져난다.
 

그래... 새재 고개나 들렸다가자...시간도 좀 이른데....
서울가는길 반대로 수안보를 거쳐 문경 새재를 옛길(이화령)따라 넘는다.
뿌우연 안개물빛이 차창밖으로 내밀은 맨 팔에 촉촉하다.
빗방울이 오락 가락 하더니만 이내 거센 빗줄기롸 쏴아 쏟아붓는게
차라리 벌고벗고 싶다하는 충동이더라.
바람에 너울대는 빗살따라 점촌, 상주, 낙동, 해평, 가남까지....
한적한 지방도로는 언제라도 간결하여 차분한 맘이 좋다

예전 남도 출장길에 자주 지났던 기억이 새삼....
가남을 지나면서 망설임과 다소 황당함이 느껴지지만 내친김에 쫌더..하여
팔공산 동화사길 카페촌으로 들어선다.
비개인 깔끔한 도로따라 쉬엄쉬엄 팔공산 자락을 더듬듯.
둘이라서 왔더면 참좋은 길인것을...헤죽 웃고선 안내지도를 살핀다
파계사, 동화사, 갓바위, 은해사....케불카...
오래전 한창때 영천 은해사에서 갓바위를 거쳐 동화사로 넘어온 산행이
새록하여 나도 모르게 샛길따라 거슬러 은해사쪽으로 나와버렸다.

서울은 무장 멀어지기만....간만큼 되돌아 가야할판....
하여도...어디서라도 가다보면 서울길은 거기있다 하는게
나의 평소 맘인지라
별 걱정은 안한다. 그래서 혼자가는 길맘이 편한것 같다.
예까지 왔는데  감포 바다나 보고가자 하여 경주시내를 관통해
보문단지 지나 덕동댐을 끼고 도니 추령고개가 저만치....
예전엔 터널이 없었드랬는데....오토바이를 타고선 배낭하나 싣고 넘어나던
기억이 그리워 부러 옛 고갯길로 접어든다.
 

꼬불꼬불....첫째고개... 첫사랑을 못잊어서 울고불고 넘던고개
꼬불꼬불....둘째고개... 둘도없는 님을만나 정을주고 받던고개
꼬불꼬불....셌째고개... 셋방살이 삼년만에 보따리 싸고 넘던 고개....
헛허허허허^^

 

 


허멀건 구름사이로 고개마루에 이르니 커다란 한옥 산채가 우뚝한데
차마 디밀고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미적거리다가 담자락에 적혀진 글귀가 웬지 恨이 서리듯한 여운에
노트에 베껴 적어보곤 한개피 사루어 내리막 꼬부랑길로 천천히...
드뎌 바다가...뿌연하늘바다에 어둑함이 깃든다....
바닷가 길따라, 빗살에 뿌연 잿빛바다를 마냥 곁눈질하면서
이미 어둑해진 바닷가에서 자판기 커피한잔 거머쥐고선 시동을 껐다.
근사한 카페나 레스또랑이 드문드문한 정자 바닷가....
반고개만 넘어서면 울산일게다....

너무 왔나 싶은맘이.....
어쩌다 예까지....하였던게 까짓 한두번인감?
그냥 길따라 가다보니 그렇제....
헛허허허허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오는길에 까만 어둠따라 외동고개의 꼬부랑이 좋았구요...
밤 새워 빗속길을 용쓰며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두시더라구요.
한 이틀 어깨가 뻑지끈하여 혼자 숨어 웃었답니다^^
장마비가 이어지려나 봅니다.
아침부터 촉촉한 여름비가 토닥입니다
문득 얼마전 추령다녀온 맘이 動하여 적어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