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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밤마실...달빛,별빛 머금고 길따라 가는길...(철원 노동당사)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7. 14.

마실....길따라 가는 맘...

4시 반쯤 일과를 마쳤습니다.
기름진 땀내음을 시원히 샤워하고선 그냥 홀가분하다 합니다
컴을 켜고선.....버릇처럼 무심히.....맹숭한 오훕니다.

토요일 오후...주말이라고들 흔히 말하는.
커피 한잔 드리워 작은 갈등을 실어내곤
조금은 마땅치 않음을 발견하고선 스스로를 피합니다.

불연....어덴들....훌쩍 벗어나고픈, 그런 충동....이랄까요?
시계를 봅니다...5시 반.....
노을따라 비껴가는 길이 참 좋을상 싶다는 생각이 미치자
낡은 지도를 펼칩니다.

깨알같은 지명과 도로는 감히 보일턱이 없으니
길따라 가면서 이정표대로 대충 따르자더라 하여 나섭니다....헛허허허허

달빛, 별빛 모두어 밤이슬 촉촉한길 간다면 그리운님 거기 보일거예요...

하여 나섭습니다.

 

 



토요일 오후라 다소 차가 막히지만 저또한 바쁨이 없는 편한맘으로
윗쪽길에 들어섭니다.
88도로타고 행주대교 건너 장흥,송추를 지나 의정부에서 포천쪽으로 오릅니다.
언젠가도 해거름에 갔었던 기억이지만 포천에서 우측으로 돌아내
43번거쳐 87번 도로따라 철원쪽을 향합니다.
어쩜 지나진 그길이라고 덤덤할것 같애도 올라가면서 보는 길풍경과
내려오면서 보는 길풍경은 사뭇 다르구요 길맛도 또 틀려요^^

신철원에서 승일교를 건너 동송을 거쳐 고석정을 조금 지나면
백마고지가 보이고 제 2땅굴 현장이 있는 길끝인 민통선이 가로막습니다.
바로 거기엔 옛 38선 이북의 철원군 "노동당사"가 골조만 앙상히 있습니다.
포격과, 총탄의 탄흔이 그대로인 노동당사는 오늘의 종점입니다.

행주대교를 건너 의정부쪽으로 가면서는
화천 양구의 꼬부랑 강원도길로 해서 동해안으로 벗어날까 하는 맘도 있었지만 

불쑥 북쪽 철원으로 향하게 된것은 그냥인듯 하면서도 뭔가의 이끌림이었습니다.

오싹하고 소름돋는 앙상한 폐허 골조인 노동당사는 밤중이면
마치 해골 잔해의 움푹함이 연상될정도로 좀 섬찍합니다.
달빛이 교교하다함은 바로 지금 그렇네요...
보름달이 청아하면서도 무척 시려보입니다.

몇달전엔 오픈되었드랬는데 지금은 가슴팍정도의 철책담장으로
빙둘러 출입금지 팻말을 붙여놨습니다.

웃기는건요...헛허허허허
이길따라 오다가 부러 오덕사거리 시골 슈퍼에서 초를 한통 샀다는거 아닙니까?

저 잔해 건물안에 뭔가가 있는데 그 인상이 지난번에 너무 각인되었기에
이번엔 정식으로 다시 들러본거랍니다.

두어바퀴를 얼쩡거리다가 뒷켠 어둑한 철책담을 넘었습니다.
200 미터 저편에 민통선 검문소가 있는데 괜히 거동수상자로 붙들리면
괜한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함이 저으기 캥겼습니다만은...
넘기전의 먼산보듯한 맘과 몰래 넘어선 느낌은
마치 영화장면에 나오는 스릴입디다^^ 헛허허허

폐허 잔해 1층 한켠엔 두평 채 안되는 쪽방에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하얀 휘장이 사방에 쳐있지요. 천정엔 종이학이 실끈에 매달려 있습니다.
몇달전 그대로인 얼핏 무속신앙의 그런 광경입니다.
"음험"하다는 낱말이 바로 요런때 쓰는 말이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립니다.

 

 

 

 

"절" 이라는것....
예전엔 전혀 그렇질 않았는데...언젠가부터(그리 얼마 안되었슴) 지나다가
뭔가 정성된 처소나 자리가 보이거나 있으면 그냥 편한맘으로 "절"을 한답니다.
오늘은 내친김에 예까지 왔고, 초도 한자루 사왔겠다...
암도 보는이두 없는 터임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크게 절을하고선
다시 작전을 마치고 철수하는 특공대같이 철책담을 넘어서 나왔습니다.

헛허허허허허...내가 지금 뭣하는 짓이지?? 그랬습니다.

가로막힌 민통선을 좌측 서쪽으로 얼마간 돌아내면
연천, 동두천, 의장부로 이어지는 3번 국도와 만나집니다.
연천까지는 2차선 깔끔한 길이구요 연천이후부턴 4차선 도로가 시원합니다.
신탄리역을 지나치면서
" 어? 정말 기차가 여기까지 들어오네?" 괜히 신기한거 있죠?
담엔 기회가 된다면 열차를 타고선 와보고프다 하는 그런맘입니다.

시골 길가 다방에서 잠시 쉽니다....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입니다.
도라지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소폰소릴 들어봅니다.
첫사랑 그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나 하는 철부지 생각도 하구요.
헛허허허허...그렇다는겝니다.

보름달은...전에도 이길 갈적에 보름달이 빤했는데....
까만길따라 천천히 내쳐가면서 노랠 부릅니다.

 

누군가가 그리울땐 두눈을 꼭감고
나즈막이 소리내어 휘파람을 부세요
휘파람 소리에 꿈이서려 있어요
휘파람 소리에 사랑이 담겨 있어요~



같이 불러 보실래요? 헛허허허허허

마실....오늘도 무사이 잘 다녀왔습니다.

2002.7.14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