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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갈...나들이...(이천 도자기 축제)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10. 1.
갈 나들이 - 이천 도자축제
길 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날을 그리워하고
웃는자는 또,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자는 더 이상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詩:류시화**

  

 

사진은 신정순작가 개인전시회 작품 사진임

 


가을들꽃이 좋은 일요일입니다.
맹숭한 맘일랑 어덴들 바람 쐬어보자하여 나섭니다.
강바람이 제법 선선한 88올림픽 도로는 모처럼 헐렁하여
마실가는 맘을 너그럽게 합니다.

여의도를 지나 잠실 선착장을 지나 미사리로 접어듭니다.
예쁘게 지은 카페들이 지나는 맘음을 붙들려 하지만 혼자라서
곁눈질만 하여 지납니다.

강을 끼고선 시원히 달려 양평을 지나 여주쪽으로 넘어갑니다.
남한강의 너르고 느릿한 강물은 언제라도 여유스럽습니다.

오늘은 9월 30일...이천 도자기 축제의 폐막일입니다.
작년 세계도자기 엑스포 폐막식때도 지나다 들렸던 기억이 새로운데...
오늘도 우연히 맞아 떨어진 날이라서 조금은 능청스럽습니다.

제가 그렇다고
도자기에 각별한 조예나...취미나...그런건 아닙니다.
그냥....사람 모여짐속에 틈새에 끼여나고프다함이 더 맞을겝니다.
언젠가부터....그냥 복닥거리는 복새통에 떼밀리듯한데서 사람 훈기가 좋고
비록 혼자서일망정 그때만큼은 너나 나나 우리라 하는
그럼맘이 들어서 좋습디다.

낯선곳에 떠나짐이 수년 되어지니 혼자라는 그것이 못내 측은할적이
내심 눙치어진 맘이래서 은연중 그런가봅니다.
무리에서 외떨어지지않고 어우러져
만만하게 살아낸다 함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그래도 살아내다보면 이래 저래한 연유나 어쩔수없는 사유로
동떨어져 살아냄이 적지 않습니다.

겨울이 하나 둘! 하나 둘!...
뜀벅질쳐 올 채비를 하는게 보입니다.
 

이 가을날에 좋은 맘을 보다 많이...보다 넉넉하게 챙겨내어야 할것 같습니다.
노래가사처럼..."내가 만든 과거속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내년 경기가 불투명해서 투자나 확장에 몸을 사린다는
기업가들에대한 앙케이트나...제 2의 IMF 가 들이닥칠지도 모르니
현찰 간수 잘하라구 귀띰해주는 은행 다니는 친구의 얘기나,
언제 우당탕 터질지도 모르는 이라크전쟁의 불똥은
괜한 소시민들의 심사를 가뜩이나 움추리게 하는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대선은...또 어찌할꼬...."혼탁","이전투구"라는 낱말이
떠올려져 지레 오싹합니다.

얘기가 좋은 갈날에 엉뚱하게 푸념으로 빗나갑니다.
다시 이천 도자기축제로 돌아갑니다.
짤막한 틈새 시간일지언정 휘 둘러봄속에
흐뜨러진 마음이 자못 정숙하여지고 그윽하였으며
어린애들을 데리고와서 실제로 도자기 빗는 체험을 시키는
젊은 부부들이 참 그럴듯하여 좋아 보였답니다.

폐막식 프로그램으로 무용페스티발, 인형극,시민 한마당이 질펀하였고
폭죽의 휘황함이 갈 밤하늘을 수놓아 묵어진 것들을
털어내는듯 개운하였습니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靑坡窯 이은구님의 무궁화문양이 새겨진 "분청(粉청)"과 廣州窯의 "청자(靑磁)"는
저 같은 초보자나 문외한이더라도 거기서 은근히 배어나오는 단아함에
옷매무새를 고쳐잡는 숙연함이 오래남아집디다.

오늘 참 잘왔다 하여 혼자 좋아라 하는 맘이었습니다.
까만밤, 촉촉함이 서린 밤바람을 쐬어 한강변을 따라 88도로를
내쳐올때의 상쾌함은...참 홀가분하다 하는 맘이더군요.
그렇다는겝니다...헛허허허허
한참의 얘기를 다 듣느라 애쓰셨네요^^

2002.10.2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