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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천등산 박달재......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24.


천등산 박달재......

 

박달재 옛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한세월, 숱하게 복닥거리었던 그 길입니다.
지금은 반듯하고 훤한 터널이 뚫려 있기에
간혹 솔깃한 맘으로 옛마음 되어 넘어나는 몇몇 뿐입니다.

밤 안개인지, 얕은 비구름 알갱이인지.......
어둔 밤길,
헤드라이트에 반사되는 뿌였고 허연 구름바람이
촉촉함을 더하여
칙칙한 검불에 스산함이 번져납니다.

 

 



고개녁,
옛주막 하나,
빨간전구, 파란전구, 초록전구.....노란전구가 색색이 늘리어진 담장이
휑한 어둠에 주눅들어
초라하다 못해 측은한 기분입니다.

옛날길은 이제 뒤안길로 밀쳐져 차츰 기억에 밀려납니다.
다만, 고개마루에 오래된 주막은
도토리묵의 쫄깃한 손맛이 아직 그대로여서
내심 그나마 다행이라 하여 안도합니다.

비어진 너른 마당에
박달재 노래와 詩가 멀거니 비에 젖어납니다.
잠시, 커피 한잔에 쉬어나며, 아스라함에 겨워
차라리,
숨찬 옛길이 정스러웠노라며 옛마음을 추스립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넘는 우리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가슴이 터지도록....

1997. 12.


 

 

 

 

혹 지나는 길이라면 부러 옛길을 거슬러 보세요.
깔끔한 고갯길은 구비구비...고즈녁함을 안겨 줄테니까요.
예전 한때는
우람한 시멘트 탱크로리 츄레라가 안간힘을 쓰듯 굽이쳐 지났고,
관광버스는 으례 한가락 취한듯 넘어 났다고나 할까요?

 

 

2001.  3.  24일 노트에서 옮김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