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 안개속에...
1)
추적추적 나리는 빗살을 우산삼아 까만도로를 갑니다.
외등이 듬성듬성한 뜨문한 오르막길을 옛마음 더듬어 천천히, 천천히...
유달산 일주도로를 한바퀴 돕니다.
어? 하는새에 동네로 내려와버렸네요.
뭔가가 빠뜨린듯 허전함에 똑같은 그길을 다시 돌아냅니다.
설렘이 부풀은 빗길따라 흐릿한 옛기억을 반추해보고자 함이었는데
웬지 마뜩치가 않아다지요.
선착장과 여객선 터미널도 지나치고 비치호텔도 눈에 띕니다.
빗살은 라이트에 반사되어 번뜩입니다.
오르막길이 내리막으로 막 바뀔즈음에 너른 터에 잠시 머무르니
바로 노적봉 아래더라구요.
크다란 우산을 받쳐들고 노적봉을 반바퀴 돌아내고
안내간판앞에 서서 눈으로 사잇길을 더듬어 보네요.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조금더 몇걸음 오르면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있지요.
오랜 기억이 새삼 스럽다여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립니다.
"살아있는 보석은 눈물입니다.
여기 문일석의 가사와 이난영의 노래가 있습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옛적 까까머리 학창시절에 배낭하나 울메고 유달산을 오를때의
그 기분은영 아닙디다요.
그땐 노적봉도 디게 우람하고 의젓 하였드랬는데
수은등에 발가벗겨진듯 비에 촉촉한 노적봉은
처연하다못해 차라리 연민의 情이 숙연합니다.
만조시에는 삼학도가 물에 잠기어 봉우리가 갈라져
네개로 보였더라 하는 그런 살곰한 추억은 이젠 빛바래진 사연이네요.
어즈버...세월감에 눈 마음도 변하여지나 싶어 허허롭다하여
마치 안볼걸 봐 버린것 마냥....허허로운 쐬함이 애잔하더이다.
그래도...뉘뭐래도 나의 한 마음인것을...
쌉쌀한 비바람이 목언저리에 선뜩할새
불연 뜨건 커피 한잔의 충동이 일렁입니다.
노적봉 아랫길녁에 하얀집엘 들어서서 헤즐럿 커피향에 잠시 머물렀네요.
손님이라곤 나 혼자뿐이라 더 을씨년스런 적막감에 물끄러미 크다란 통유리에
알알이 맺혀진 빗방울을 세며 촛점흐린 동공을 애써 다독입니다.
크다란 하품에 머쓱하고선 김서린 유리창에 끌적여보았네요.
고인돌도 그려내고 칠성이 탐정의 까만코도 뭉개봅니다.
그리고 한켠 여백엔 이렇게 흐렸지요.
"그리운 내고향...남도 삼백리...내마음 여기 묻혀놓고 간다...."
무언의 침묵사이로 여전히 초여름비가 주륵주륵 하네요.
내려오는길에 삼학도 이정표따라 갔다가 황당하여 씁쓸한 헛음음만 짓고 왔네요.
"기차가 왔다갔다 하는 삼학도엘 가긴 뭘가나? 옛말이여..."하고
손사래를 짓던 흰머리의 할아버지 말을 들을껄...헛허허허허
하여도
내마음에 오래 머무러진 목포의 눈물은 언제나 그리움이라지요.
그리움은 숨어진 사랑이라 하고 싶네요.
2003.4.25. 유달산자락에서 까망가방입니다
'소소한 일상.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따라가는 사랑은....나의 소중한 사랑 (0) | 2003.04.29 |
---|---|
유달산 안개속에....(2)...헤맴의 美학.... (0) | 2003.04.25 |
율포 바닷가에서...아침햇살에.. (0) | 2003.04.23 |
하늘길 물길 뫼길따라....남도 삼백리... (0) | 2003.04.18 |
풍경 달맞이와 달집빌기... (0) | 200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