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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나들이

오랫만에 먼 버스여행을...( 1 )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3. 25.

벗어남....일탈...?

 

기승을 부리던 황사가 말끔히 개이었다.
주말 오후, 하얀 하늘에 하얀구름이 눅눅했던 마음을 한결 뽀송하게 한다.
불연 어덴가엘 나서고픈 충동이...그냥 나서보기로 한다.
까망가방에 언제나인 하양필통외에 이번엔 얄팍한 시집 하나와
양말 하나만을 틈새에 비집어 넣고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 간다.

주말 오후라 다소 상기된 혼잡함속에 유독 나만이 어슬렁렁~
빼곡한 시간표와 노정표를 훑어내리곤 무지 오랫만인 버스 여행인데
까짓 좀더 쓰자 하여 먼곳에 촛점을 맞춘다.
동쪽끝 속초, 남쪽끝 부산, 서쪽끝 변산반도....를 꼼지락거리다
젤로 비싼 부산표를 끊었다.
표를 끊기전까지의 잔머리가 지나면
어차피 끊은표대로이니까 열심히 그곳 언저리를 요모조모 잰다.
부산,울산,양산,마산....언저리의 "산"자 돌림에 "쿡~"^^
부산까지 5시간 20분...어지간한 시간이다.
차를 몰고 다닐적엔 흐름따라 가느라 앞만보고 열심히 가는것에 반하여
의자를 비슴듬히 제끼고선 느긋한 맘으로 봄心에 취해봄은
여유스럼이 편안타 못해 얄팍한 거드름까지 실룩인다.

금강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평사휴게소에서 육계장 한그릇(훌훌하다

부산발 손님 빨리 안올거냐는 방송에 후다다닥~ㅎㅎㅎ)
차창에 지나는 봄 들녁의 흙내음에 겨워 게슴츠레 졸음이....

 

 

 

   



어둑해서야 부산 노포동터미널에 도착한다.
부산하게 빠져나는 인파에 까망가방하나 덜렁 하고 멈칫, 맹숭하다.
시내로 가봤자이고...(사실 시내로 갔다가 긴밤 잔다면 또 방 안줄까봐서리^^

몇번 그런 경우 당한적 있다) 해서 시내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한참 가다 맨처음 네온빛이 보이는데서 내린다.
맨걸음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노선따라 움직이는게 편할상 싶다하여.

덕계란다. 낯선곳이지만 낯설음 자체가 밉지 않다.
여장을 풀고 약간의 워밍업삼아 작은 동네를 기웃대다가 식사를 하고선
또 어슬렁렁~ ^^...PC 방 간판이 눈에 띈다. 계단을 오르며
내가 생각해도 이 나이에 많이 뻔뻔해졌다 하여 피식 웃는다.
그작년 설 첨 올라와 미쳐 컴을 연결 못했을적에 언저리 피시방을
문틈으로 내다 보곤 차마 못들어가고 쭈뼛거렸던 기억이 ...훗후후후후

여행心을 내심 자랑(?)할까봐 쳇방을 열었는데 평소 아는분이 안 띄어서
칼럼도 보고 카페도 들어가 이런 저런 토를 달고
또 오늘 좋은 맘이 행여 식기전에 생각 짚히는데로 되고말고 적는다.

집떠나 낯선곳에서의 밤...은
낯선곳에서의 하룻밤^^
무슨 영화 제목같죠?

우선 벗어남이 홀가분하다하여 좋고 어차피 별수없는(?) 여유스럼이
좋고, 낯설음을 묻혀내어 내맘에 담아냄 또한 걸죽한 맘이다.

1시가 훨씬 넘어 모텔로 돌아왔다.
술을 즐긴다면야...이럴때 "캬~" 하고 한잔 입가심 하는데....ㅉㅉㅉ
3-4년 전만도 맥반석 사우나 공사 한답시고 출장을 많이 쏘다녔기에
혼자서도 잘 잔다...
다만 방안 치장이 많이 섹시(?)해 져서 혼자자기 아깝다 하는 생각도 "큭~"
하여튼 디게 야한 맘으로 한잠 잘 잤다^^ 늦잠을 푸욱~

길이 다소 방향이 틀렸는지 통도사 갈려면 다시 부산으로 나가야된단다.
노포동터미날로 가서 올라갈 표를 미리 끊어놓구선 통도사로 향했다.

가는 길녁엔 개나리는 이미 완숙하여 샛노랗다.
벗꽃은 막 활짝 펴기 시작한듯...
일부 몽올이 상당하지만 사실 벗꽃은 활짝 만개할적보담도 지금이
훨씬 맑고 깨끗하다. 마치 솜털 가시지 않은 갓난아이의 뽀송함같은....
다만 목련꽃은 거뭇하여 꽃잎이 이미 지기 시작한다,
괜한 아쉬운 심사에 김주대님의 '4월' 이라는 시를 읊조리고...


                 

                    "그대

                     여기와서
                     실컷, 울고 갔구나

                     목련꽃이 다졌다"

 

 


 

 

 

통도사...양산군 신평,
외곽도로만 텅 하지 안쪽 마을은 수학여행때나, 10년전이나
별반 차이는 없이 그길이 그길이어서 오히려 반갑다.
매표소를 지나 예의 그 울창한 솔숲길을 거닐은다.
언제라도 저명한(?) 그 솔밭길은 "휘튼치트가"막 돌아다니는것이
눈에 보이고 (다소 과대 표현 ㅋㅋㅋ^^)
쌉쌀한 그늘바람이 속맘까지 쐬하게 어루어 옴싹한것이 더 상큼하다.

"일탈...." 이 정도쯤이면 그맘일게다 라고 주억거리곤.

아름드리 소나무 밑둥엔, 50년전쯤에
일제놈들이 송진을 체취하느라 갈메기자로 생체기낸 자욱이
거의 아물어져 자세히 안보면 모르겠다.
옛적 고대로 사진찍어서 크게 게시판으로 하나 세워뒀슴하는 그런맘이.
거의 수학여행 코스로 지나는 요즘 학생들이 좀 보고 알으라고....
그렇게라도 안해두면 훗날엔 내몰라라 태죽도 없이 잊혀져 버릴것 같다.

아무려나,
아스라한 영축산이 노릿하게 봄햇살에 나긋한 봄날의 거닐음이다.
다만, 거개는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에 삼삼오오 환한 모습에 반하여
유독 까망가방하나 덜렁한 까만 구두가 좀 어줍잖다 하여 피식 웃는다.

통도사 경내를 둘러보고
되돌아 부산 터미널에 당도하니 세시반이다.
4시 45분 차로 서울로 향하다.
간밤에 야한 티비를 보느라 잠을 설쳐서 인지 줄곧 졸다마다
어찌 왔는지 모르겠다.

이만한 여유를 다시 가져봄이 무장 갈수록 쉽지만는 않을게다
하니, 좀 애틋하다.
그래도 오늘 하루 참 좋았다

2002.3.25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통도사 얘기는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