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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인사동 찻집에서 들꽃얘기와 차(茶) 한잔을....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1. 19.

2002. 1. 17 목요일 저녁

6시가 좀 넘어서...대충 정리를 하고선 퇴근을 챙깁니다.
미쳐 마무리 되지못한 것들을 덮으면서 좀은 개운치 못하지만
그래도 퇴근은 퇴근입니다.

경리 아가씨가 열심히 마감을 하느라 토닥거리는게 조금은 안스러워
그냥 눈치껏 뭉그작하다가 컴을 켰습니다.
제가 가끔 들르는 카페엘 들러 훑어보는데.....들풍 방장님의
메모가 눈에 띄던군요.
뭔가하여 펼쳐보는데....알아서 모일사람은 차 한잔 하자는겝니다.
여태껏....단 한번도 그런델 나가보지 않았기에 나갈줄도 모르죠.

근데....멀리 담양 소쇄원 근처에서 기거하시며
"소소선방"이라는 카페를 오랜동안 운영하시는 지기님이
서울엘 올라오셔서 자리를 함께 한다는것이었습니다.

카페 "소소선방"은.... 오래전 우연히 들러서
담양 소쇄원의 옛정취와 메타세콰이어 가로숲길이 좋고,
송강 정철의 가사문학 소개에 미련이 남아 가입한 카페랍니다.

지기님은 향토토박이로서 애향심과 차(茶)문화를 계승하시는 분이시죠.
지기님은 내고장을 사랑하고 지킴이 같이
외로운 향기를 가지신 분 같았어요.
물론 카페 회원이 수백명이어서 저는 지나는 그림자 같을뿐,
감히 지기님의 안중에는 흔적이 없는 그런 터입니다만은
그래도....좋은 분....심지가 있으신분.....남도 고향분.....
언젠가...떠나진 고향엘 들른다면 꼭 들려보고픈 바램이었답니다.

우연히 발견한 메모지만 불쑥 반가움과 설렘에 흔들렸습니다.
주섬주섬 챙기고선 모임장소인 인사동 어느 찻집으로 물어 갔습니다.
5시반 모임에 6시 반에 회사에서 나섰습니다.
시간이 지나쳐서...아니면 말고(속으론 지발...하는 맘으로)...
하는 편한 맘으로 전철을 타고선 안국동으로 나섰지요.
생각치 않게 대여섯분이 식사들을 마치시고
인사동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고들 계시드라구요.
첨 대면이고....첨 참석을 하는터라 좀은 계면쩍고 낯설었습니다만은
마침 모이신분들이 거의 40 나이들이 넘어선 넉넉함에 편했습니다.

 

 

 

 



차 한잔의 얘기.....
들꽃과 독도사랑....가지고온 갖은 차(茶)를 우려내어 마심이 좋았구요
그리고 세상 살아내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잡담...
서울이라는.....1년 반이 가까이 되었지만....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만한 넉넉함과 보통스런 잡담과 편한 얘기가
질펀하다함에 저만 혼자 잔뜩 긴장 되었던게 얼마나 우스웠는지....
헛허허허허

정성껏 갈색한지에 싸준 한움큼의 잔잔한 야생 들국화 꽃 몽올들은
차를 우리면 참 향기로울듯 합니다.
더구나다.....순수한 우리네 야생 들꽃이라는게
새삼 숙연한 맘이 들어 그윽하기 그지 없습니다.

참석하신분중 독도할미꽃이라는 아디를 가지신분은
꽤 오래전에(1997년 12월) 발해항로를 따라서
"발해 1300"이란 뗏목탐험을 시도하다 일본해에서 끝내 유명을 달리한
장철수대장의 추모모임에 활동을 하시는 분으로서 나름대로의
나라사랑 소명의식이 진한 분이셔서 기억에 오래 하였습니다.

 

 

 

 



소소선방의 지기님은
김가혜님으로서 생각보담 의외로 앳띤 아줌마였습니다.
시골 한자락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애써 지켜내심이 의연합디다.
도내 문화유산홍보대회에서 당당 은상을 수상하기도한 방장님은
전국 각지에서 들르는 여러 모든분들에게 인근 정철 송강선생님의
유배생활과 가사문학에 대한 가이드도 하시고 차 한잔과 묵어낼 방도
내어주시는등 살가웁다 함이 대단타 못해 갸륵하다 하겠습니다.

笑笑禪房을 중심으로 민중음악회, 소리굿....茶문화 소개,
섬진강 오지탐험등의 좋은 프로그램도 언제나 토속적이어서
언젠가엔 참석해보고픈 맘이랍니다.

손수 가져온 여러저러 차(茶)를 직접 우려내어 돌려 마시곤
첨대면 이었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차마 흩어내지 못하고 늦은시간 헤어졌습니다.

다들 떠나신 뒤....인사동 ....그 거리를 밤기운에 어슬렁 걸어냅니다.
말로만 듣던 거기에 저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만큼이나마 고즈녁함을 애써 남겨둔
인사동 사람들에게 작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만큼이라도 오래 오래 이대로였슴 하는 욕심입니다.
촌놈, 십수년 남짓 지난...매우 오랫만에 인사동에서
차(茶)한잔 하였습니다.

뉘라서 차 한잔의 나눔이 있었더면 하는 작은소망을 비로서 나누었답니다.

밀치닥거리는 서울의 전철은 전혀 밉지 않습디다.
눅눅한 사람내음이 차라리 좋습니다.

2002.1.1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