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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나이들어 만난 친구들....(마즈막재 봄 마실...)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3. 9.

간밤에 어둠따라 졸고 내려왔다.
연휴 전야임에도 생각보담 밀리지 않았다.

모처럼 여유를 갖는 3.1절 아침이다.
낼 토요일도 쉬고...모레 일요일도 쉬고....
부신 봄 햇살이 느긋함을 더한다.

문득, 봄볕에 나른하고 싶은 충동에 어슬렁 나선다.
마즈막재 너머길은 초록 호반을 감아도는 언제라도 정지된 정경이다.
이길 갈적엔 ..."행여 뉘라서.." 하는 은근한 설렘이 항상 거기 머물고
1000번의 넘나듦에 그래도 예닐곱번은 용케도 그 설렘이
실제로 동당거리기도 했던 내 딴엔 유서(?) 깊은 산자락 길이다.

말이 1000번이지 족히 10년 세월이 훌쩍한 길녁이어서
어쩜 내몸에 배어진 스스럼 없는 편한길이고
때론 속맘을 삭혀주는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나 또한 당연 그렇다지만 까망가방과 하양필통도 이길 넘어날적엔
지레 알콩달콩 앞장선다.

 

 

 

  

 

 

예의 그 길녁을 그 마음되어 천천히 거스른다.
한고개, 두고개, 세고개....길섶에 낯익은 자리들이 푸근하고
드문드문한 카페, 맵시껏 차려진 레스또랑이 긴 겨울의 눅눅함을
벗어낼량 한껏 봄볕으로 분단장을 한다.

오래된 두어집은 쥔이 바뀌었다는 소문따라 지난번에도 닫혀있었는데
오늘도 닫혀진 어둑함 너머로 기척이 없다.
한때 머물던 터인데...서운한 맘이 맴돌지만 다시 길따라 간다.

때마침 초록 물살을 가르며 하얀 유람선이 지난다. 한폭의 정경이지만
선상이 텅 비어진체 묵묵히 지나는게 조금 안됐다 싶다.
댐을 지나 다리를 건너 봄볕길을 가노라니 저만치 來美安이다.
자갈마당에 바퀴소리가 우르럭, 으르럭...디게 반긴다.
나도 반갑다. 헛허허허허허

크다란 통유리에 비스듬히 앉아 봄볕을 한가슴,
헤즐럿 향에 큰 기지개를 켜니....어이~..그냥 좋다.
졸다마다....나긋함에 겨워....망연할새 핸드폰이 띠루륵 띠루륵...
4년 가까이 손때묻은 망치(?)는 예나제나 멋대가리 없이 뻔뻔한 벨소리다.

"어디여~?"
"여기?...거기여~"
"알았어 쪼금만 기다려,금방 갈께"
삼일절날임에도 현장엘 챙기러 나갔다가 感이 잡히어
전화를 했다는 정사장이다.

구정지나 긴 터울에 만나 오랫만의 질펀한 해후이다.
정사장, 래미안 사장님과 셋이서 그런 저런 먹고사는 얘기를....
근디...족보로 보나 다리품으로 보나 내가 먼전디, 왜 래미안 사장님은
정사장 옆에 그리 딱 않는기지? 부애나게.... 헛허허허허허....

(곡이 이 대목을 얘기 하는것은...잠시 후에 별 큰일이 있었읍니다^^.)

 

 

 

 

 

 

자갈마당에 바퀴소리가 요란하여 손님 오셨나 하여 아래층으로 내려간
래미안 사장님이 한참을 있다가...아니 꽤나 지났다.
싱글싱글한 웃음으로 "까망가방아저씨 맞녜요...잘 아시는 분이래요."
하여 2층으로 모셨는데.....이런~...이럴수가....
전혀 생각치도 않은 분이 환히 웃는다.

 

*** 씨다. 첨 뵈었을때도 우연 이었지만 오늘 또한 전혀 뜻밖이었다.
지나는 길가에 웬지 얼핏하여 살피니 주차장 앞마당도 아닌
옆 귀퉁이에 세워둔 차가 꼭 내차 같더라는것이다.
그네도 봄볕마실 나선중이라 했다.

그러니까 2년전쯤에 내가 잘 들르는 마즈막재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조우하여 인연이 된 분이신데 얘기중에 어쩜 그리도
취향이 비슷했는지 몇번 뵙지는 않았지만 퍽 반가운 분이시다.

여기 언저리 길(충주를 중심으로 거의 반경 50키로 내외..)
구석 구석 샛길을 내 딴엔 자부하는 바인데...웬걸 거의 막상막하여서
한참을 설전(?)아닌 설전을 論하였던 기억이 엊그젠데...
내가 서울 올라오는 바람에 못뵌지가 2년이 다 됐다.

여성단체및 사회 활동에 많이 관여하시고 고민 고충에 대한 상담과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2년 새에 청주까지 수업을 하여 상담 라이센스도 몇개 획득하여
본격 상담사로서 발돋음 중이라 한다.

우스운것은...몇번의 인사와 차 한잔을 나눔중에 우연스레 구닥다리
묵은 족보얘기가 나온중에 알고보니, 세상에...
여기서 천리 만리 떨어진 고향 광주의 국민학교 3년쯤 후배이다.
내가 57회? 58회이고 그네는 61횐가 된다함이다.

한세월 지나진 나이듦이지만 여하튼 신기할정도로 반가왔었던 분이다.
이태째 못 보았다가 오늘 뜬금없이 이리 만나보게 되니 새삼스러웠다.

좌석 안배상 나란히 앉아서...봄볕을 한껏...오래 오래 쐬었다.

(누구랑 차 한잔을 한대두 마주봄으로 얘길 나누는게 보통인데

오늘은 저도 나란히 앉았답니다....

그리고 좋은 봄볕을, 들녁의 산들바람과 아스라한 먼 발치의

산등성이도 나란히 같이 보았답니다...

참 좋더군요...헛허허허허허)

 

 

 



좋은 오후나절 까지....오래 오래 얘기를....
장사가 안되어 힘들다는 래미안 사장과,
봄 해동되면 중부내륙고속도로 레미콘 쳐야한다는 정사장,,,
그리고 맘은 여기 머무르는데 헐수 없더라는 집떠난살이...
심리 상담을 출장다니면서 나눴던 갖은 속사연들과 애환들...
너(넷)이 합쳐 200살 묵은 얘기를 해질녁까지 오래 나눴지요.

붉게 저미는 노을따라 뿔뿔이 헤어지며 아쉬운 情을 담아내었고
나이들어 만난 친구들....새삼 소중하다 합디다.

서울 올라오면서 컴을 대하는 시간이 늘었고 여기 컴을 통하여
몇몇분을 알고 지냅니다.
비록 마주함이 한번도 없다더라도 나이들어 뵈온 그분들이
여간 소중하지 않구요 격려와 위함과 배려를 애씀이 참 고와 보입니다.

좋은 친구들을 그리며 오늘도 좋은맘입니다.
헛허허허허허

그렇고 그런 얘기 끝까지 읽어내리시느라....애쓰셨네요^^

 

2002.3.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