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밤 10시
장대비가 베란다 창문에 호들스러운밤.
밤 10시....티비를 보다말고 돌연 깜빡거려지는 눈꺼플....
"여보..." 꺼먹꺼먹,꺼먹꺼먹....끔뻑,끔뻑......
(이 증상은 못말림증후군이 발동하는 초기 갈등 단계임)
배깔고 여성지를 보다말고 마누라는 매우 불안한 얼굴로 "왜요..?? 왜그래요??"
불쑥 일어서며 "으음....나 잠깐 갔다올께....."
2.밤 11시
억수같이 쏟아지는 산계곡길을 거스른다.
무엇인가 홀린듯....누군가가 부르는듯.....거친 빗줄기속을
몽유병에 걸린놈 마냥......라이트에 반사되는 히뜩한 빗살리듬따라
부산하게 치대는 윈도 부러쉬 소리가 뻐걱,뻐걱,뻐걱,뻐걱....
3.밤 12시
흠뻑 흙탕에 젖어 번들거리는 판쵸를 걸친채 텐트를 치고 물고랑을 치고....
텐트안.....
쉭쉭거리는 석유버너의 빨간 캡을 보듬고서 뜨건 커피 한모금,
빗소리, 물살소리,벌렁거리는 바람소리.....는
차라리 혼돈속의 고요라고나 할까?
4.밤 1시
두자루의 촛불을 좌청룡,우백호 하여 정좌하여 마음을 모두우면,
한오래기의 담배연기를 홀연히 빨아내는 촛불의 정갈함은 언제라도 좋다.
또라이라 해도 관계치 않고, 싸이코라 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냥 좋으면 좋은것이다
5.밤 2시
한 생각......한창때, 배낭하나 울러메어 십수여일을,
하늘길, 뫼길, 물길따라 헤멜적에
새까맣게 그을리고, 꺼칠한 수염은 어쩜 훈장스러웠다고나 할까?
들녁지나,계곡 거스러 산을 타는,
퉁퉁불은 라면일랑 게걸스레 나눠먹었던 산친구들,
텐트에 빼곡이 낙서된 그네들의 체취가 이밤사 못내 그리우이.
6.밤 3시
잠시나마....훌훌 털어내어진 자유스럼과 홀가분함을 가져봄은 그냥 좋다.
혼잣말.......
무엇에 홀린양 장대비를 헤치고 예까지 왔나 싶기에 더더욱 나도 모르겠소.
나도 모르는 나를 뉘라서 알겠소.
1993. 8. 9. 03:50 닷돈재에서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2001.2.6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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