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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나들이

모처럼의 작은 여행......(충주집에 다녀옴)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8. 27.

토요일 오후.....

모처럼 집엘 다녀올량으로 나섰습니다.

주말 오후....피서 행렬이 한 없는 차량 꽁무니를 좇아
가다말고, 가다말고를 하며 끝없는 길을 갑니다.
마치 저또한 동해바다로 캠핑가는 착각에 덩달아 갑니다.

 

 



이천에서 국도로 빠져야 함에도 차량행렬에 벗어남이 아쉬워
여주까지 올라가 나만이 아는 비좁은 꼬부랑 고갯길따라 집엘갔습니다.

충주 시내에 들어서니 9시가 조금.....
동네쪽으로 가다말고 웬지....하는 막연한 기분에 차를 돌려,
마즈막재를 넘어 산자락 굽이 길을 배회합니다.
약수터를 지나고....내리막길 길섶에 작은 까페...틈엘 들렸습니다.

하얀 뜨락에 잔 가지 지펴낸 모닥불은 여전하여 반갑습디다.
바뀌어진 쥔의 멀뚱한 눈초리를 아랑곳 하지 않고
테이블위의 빨간 켄델라와 마주하여 중얼중얼 한참을 얘기 했습니다.


내친김에 호반을 끼고 한바퀴 돌아 연수동 우동순이집엘 들렸습니다.
펄펄한 뜨건 우동국물이 옛맛 그대로 그리도 시원하더군요.
넘 오랫만에 들른 까망가방아자씨라고 유별나게 반기어
무안함이 차라리 살가왔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1시가 넘었더군요.
담날은 제가 한때 수학했던 교수님의 아버님 칠순잔치엘 갔습니다.

오랫만에 낫살든 학우들도 여럿 만나서 한잔 기울이기도 했구요.
나이들어 만난 학우들이라 더욱 정겨웁습니다.

그리구 다시 서울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엔 옛길이 그립다 하여 부러 돌아내었습니다.



석양길....들녁 가로 지를때, 막 패기 시작한 벼이삭들이
서산에 뉘엿하는 햇살에 반사되어 노릇노릇한게 참 편합디다.

"황혼이 질때면 생각나는 그사람...가슴깊이 맺힌 슬픔 영원토록...."
잊을수는 없다던 이미자님의 트롯트를 찬찬히 불러대며.......

 

 

 

 

소태재 너머 원주가는길, 귀래에서 샛길로 접어들면
부론면 골짜기 사기막골엔 썬필드라는 작은 왕국이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연배인 쥔 여사장님께선 지나진 한세월의 씨달픔을
"나이 오십이 되니 접어지더라......"하시며 커피 한잔에
애잔한 심사를 한꺼플 한꺼플 벗겨내며 살아냄의 지혜를 들려주십니다.


커피 한잔의 쉬어냄이 좋다함도 있지만
우연한 만남의 인연이 소중하다하여 문안을 여쭙고,
또, 제게 위로와 격려와 용기를 주심을 감사이 받잡지요.
서로 "위함"을 나눈다는것.....살아내는 잔 情입니다.



빨간 미등이 한정없이 늘여진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입니다.

어찌어찌 서울에 입성(?)하여 올림픽도로를 달리다
허기짐을 채울까나 하여 남대문으로 방향을 틉니다.
야심한 밤이면 부대끼는 땀내음에 사람사는 맛이 나고,
뒷골목 즐비한 야식집에서 순대국밥 한그릇 해치우고 나면
홍건한 땀에 세상이 새삼 너러 보입니다.


남대문 지하도엔 아직도.....
여나무명의 노숙자가 맨바닥에 움쿠리어 있습디다.
어쩌나..싶지만 애써 안보는척 앞만보고 짐짓 지납니다.

"쩝......"

 

목동엘 도착하니 두시 반이네요.
작은 여행이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맘.....

 

2001.8.27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