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나들이

갈바람따라 ......신철원PC방에서.....ㅎㅎㅎㅎ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9. 3.

갈바람따라 ......신철원PC방에서.....ㅎㅎㅎㅎ

 

길따라 나선 맘입니다.

9월의 첫 일요일....좋은 날씨의 휴일입니다.
아침나절 모처럼 늦잠을 자고선......밀쳤던 옷가지를
대충 주물럭이곤,
마누라를 올라 오라 하기도 좀 뭐하고,
그렇다고 집엘 내려갈까도 했지만....그냥 웬지 마땅치 않고 해서....
모처럼의 조용함을 헐거운 옷차림에 편하게 뒹굴었습니다.
편하다함이....자유스럼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고선^^

오후나절이 되어서,
파란 하늘이 따갑게 눈총을 줍디다.
이 좋은 갈 하늘의 파란물빛이 뚝뚝하여 부시게 다가섬인데......
쏘다님증세의 못말림 증후군이 삐져나오듯 발동이 되는군요.
나섰습니다.
그냥이지요. 가면서 얼른 길머리를 계산합니다.
행주대교.....자유로....문산.....거기서 전곡, 연천으로....?
조금 더,철원정도쯤이면 해저물겠다 싶더군요.

임진각가는 자유로는 건너편 강화가는 뚝방길과 나란히 한참을 갑니다.
정말....파란 하늘은 쪽빛입니다.
부신 햇빛살에 하얀 깃털구름이 말끔하여 마치 갓 샤워한 뒤끝같은
개운함과 가푼함이 미끈하게 질러가는 그길에 붕붕합니다.

임진각 못미쳐서 전곡쪽으로,
홱 지나는 한적한길가에 "죽여주는 칼국수"가 힐끔하여 차를 돌려
허기짐을 "죽기살기"로 손칼국수 한그릇을 해치우니
팽만한 포만감에 풀밭에 벌렁하여 파란하늘을 한대접하고픈 충동입니다.

 

 

파주 임진긱

 

 

 

 

 

 

 



다시 길갑니다.
귀가하는 내려오는 차들은 즐비하게 지체되어 있지만
저는 쌩쌩하게 바람가르어 갈 들녁을 지납니다.
연천삼거리.....윗길로가나.... 아랫길로 회항하나....?
찰나의 고민은 아랑곳 없이 신호등따라 밟으니...철원 가는길입디다.
근데, 철원군이 경기도가 아니고 강원도인줄은 인제 알았네요.
그냥 동두천 연천 위니까 경기도 끝자락인줄로만....

하여튼 3번국도 끝이 어디멜까하여 마냥 올라갔는데....일몰이 되어
총든 헌병이 초소에서 나와 못건너게 가로 막습디다.
여기서 부턴 민통선....
일몰후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게시판이.....
오던길로 되돌아옴을 수치(?)로 버릇삼은터라 길따라 그냥 우회했지요.

발갛게 물들여진 석양노을을 뒤로하고 산길따라 철원으로 갑니다.
늦가을 노을만큼은 아니지만 민통선자락네 걸쳐진 노을이
잔잔하면서도 조금은 처연합디다요.

신철원가는 국도....
산등성위로 갓 치솟은 둥그런 보름달이 "잘헌다"고 손짓하길래
땅거미진 길을 내몰라라 내쳐갔지요.

 

 

철원 노동당사

 



길가에 낯익은 폐허잔재가....
철원군 노동당사 입니다.....중학교 반공시간에 사진으로만 봤던
총구멍 숭숭한, 골조 뼈대만 남은 살벌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둘러보는데 한켠 쪽방에 하얀 천이 드리워져 있고 안에 돌무더기가....
뭘까나??
어둑함속에 음산하였지만,천장엔 종이학이 데롱하고 돌무더기엔
촛토막도 있어서 뭔가를 빌었던 흔적같습니다.
보는 사람도 없구해서 (전 불교를 믿지는 않지만) 선채로
정숙한 마음을 모두어 합장을 하고 기원을 드렸습니다.

 

 

고석정

 



대한민국 좋은나라 되어지게 해달라는것부터 시작해서
사사로운 개인적 바램까지 두루두루 제발 빌었습니다.
비록 복채도 놓지않고 공짜로 빌었지만,
정말....숙연한맘으로 간절히 빌었답니다.
빌어봄은.....우리를 위함이고, 나 잘되고자 하는 것이어서
싫지 않았습니다.

이제 완젼히 어두어 졌습니다.
동송지나 신철원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이제 되돌아갈 길이.....
그래도 뭔가의 허전감에 골목에 차를 받치고선 까망가방 하나 덜렁이어
불빛따라 어슬렁 기웃대며 걸어봅니다.
머리맡에 PC방 간판이 눈에 띔과 동시에 묘한 기분에 사로 잡혔습니다.

올라갈까나?.....2층 계단 표시에서 잠시 머뭇거림이 있었지만
목동으로 두어시간 걸쳐 돌아가다가 지금의 좋은 "나들이 길마음"을
다 까먹을지도 모른다 하여 피시방엘 들어갔습니다.

 

 



글고,
커피 한잔에 한개피 사루어 마음을 식히고선,
오늘의 "갈바람 나들이"를 주섬주섬 챙겨냅니다.
한시간 꼬박.....
뭔 짓거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떡헙니까....이렇게라도 살풀이를 해야지...요....

2001. 9. 1
신철원 PC 방에서....

오늘 좋은 날....갈바람을 맘껏쐬어 파란하늘을 원없이 들이마셨네요.
해질녁, 석양은 적어도 길나그네의 씨달픔을 다독거려주구요....
되돌아 갈적엔 하얀 보름달이 친구 해줄터이지요....
길따라 가는 맘은 언제라도 살가웁습니다.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