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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늦깎기, 졸업......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2. 23.

 

               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 우리들도 언니뒤를 따르렵니다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배우고 공부를 하여 새나라의 새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요다음에 다시 만나세



새삼스럽습니다.
그리고 지나진 회한과 설렘이 교차되어지는 4년간의 야간대학 시절이
감회어림을 솔직한 맘으로 가져봅니다.
쉽지 않았던, 그리고 남달랐던......
그러기에 더욱 잔잔히 떨려옴을 숨길수가 없군요

마흔이 훌쩍 넘어서버린 나이에 못다한 미련을 채 떨구지 못하고선,
어찌어찌 야간 학부에 등록을 하고
입학식때 조금은 민망스러워 쭈뼛거렸던게 엊그제만 같은데.......
까만 까운과 사각모를 한번 써보고픈 여린맘이 그토록 이었다면
정작으로, 오늘은 덤덤하였달까요?
그런 맘입니다.

 

 

 


어제, 모처럼의 하루를 쉬고선 오늘 새벽에 다시 목동으로 올라왔습니다.
적잖이 피곤 했는지.....이천지나 용인 휴게소에서
핸들에 고개를 숙이고 잠깐 졸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여든 둘의 노모였습니다.
다소 멋적으신듯 이말,저말 엉뚱히 늘어놓으시다가
불쑥 "갖고 다니는 컴퓨터"를 하나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다니는게 부러워 보였는지,
아니면 우리 아들 졸업하는데 무얼 하나 사줬으면 하고 귀동냥을
한것인지는 몰라도 가당찮고 기막혀서 한참을 껄껄 웃고 말았습니다.


"노인네가 참...."
한편으론 콧잔등이 쪼매 찡하기도 하구요.
더 웃긴것은 어젠 줄곧 마누라가 옆에 붙어 있어서 차마
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게죠. 꼭 뭔가 하나 해주고 싶다며.
손주들것은 용돈으로 대충 넘어가고 했는데 아들껏 챙겨주려니
그래도 적잖이 고민하며 눈치가 좀 보였나 봅니다.


제가 달달이 조금씩 드리는 용돈에서   조금씩 줄기 차게 모아놓으셨나 봐요.
가격까지 이백몇만원한다는데 하는걸 보니 딴엔
작정을 하시고 어디선가에서 물어보신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여튼 별난 할머니 이시지만 저에겐 한없는 어머니이십니다.

 

 

 


오십이 낼 모래렌데도
어머님 눈에는 그래도 언제나 살겨운 애기로만 보이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주위 여러분들의 따뜻하고 우정어린 격려 덕분에
좋은 맘으로 졸업식을 마쳤슴을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2001. 2. 23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