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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장

길고도 머나먼 그길따라-이제 다시 가볼려나(대둔산경유)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2.

 

봄 나들이,
삼월 첫날....봄 지지개 크게 켜고
상큼한 봄내음 맞으러 남도길 따라 길떠난다.
수안보 - 증평 - 중부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익산
이르러 조그만 읍내에 목욕탕집,

돌 까부수고, 잘라내어 웬통 허옇게 센 직원들의 땀범벅이
구세주를 만난듯 되게 반긴다.
맥반석 돌판 몇장과 세라믹판재 몇장, 에폭시를 내려주고
애쓴다 하여 삼겹살에 쏘주 한잔 판 벌려주고 대충 되돌아 서니
홀가분함과 봄볕 나른함이 겨드랑이를 타고 간지른다.

갈적엔 조급함과 어서 가야겠다는 바쁜 마음 이었더라만
올적엔.....에라 모르겠다 봄 내음 따라 가자더라 하여 부러 샛길로,
삼례지나 봉동으로, 17번 국도로 들녁 따라, 개울 건너, 고개넘어
마냥 부릉 부릉.....봄 내음에 취해 가는더라
경천 지나 저만치 대둔산이 있을법하니 악세레이타도 힘이 솟는다.
"우와,,,,,," 가파른 고개 접어 오르는 시야에
대둔산의 뾰족 봉우리들이 와락 반기우매
가는길 마다하고 나도 모르게 주차장으로 접어든다.

"흐미....좋은거..."
쌉쌀한 산내음이 소슬하게 숨따라 속곳에 저미는 그, 알싸한 맛.....

 

 

멀쑥한 낫살든 사내 하나,
구두코 빤짝이어선 넥타이 맨체 돌계단, 쇠계단을 둥당 둥당 - -
케이블카 타고, 삼선암 계단 , 구름다리 휘청거리고 나니
이마엔 벌건 땀이 숭글 숭글......
산바람에 쓰윽 문지르고 난 씨원한 상쾌감에, 이 맛에 산다더라.

휴우,,,, 한숨 돌려 매꼼한 돌부리에 걸터, 산커피 한잔,
후들거리는 종아리의 경련이 차마 부끄러, 왕년 같지 않구나.....
하여, 먼발치 꼭대기를 우러르며, 허탈한 웃음을 숨어 웃는다.

예전, 한창 산 쏘다닐적엔 뒷머리에 한뼘이상 올라오는 배낭을 걸매고도
방방 떴드랬는데,,,,,그땐 케이블카 타고감은 창피한줄로만 알았지.
정상을 저만치 두고,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 박고 터덜대며 내려오며
옛날에 케블카 타고 올라와 사진만 찍고 내려가는 치들을
디게 욕했던 생각이 나서 땅만 쳐다보고 서둘러 내려 오고말았다.
하하하하하.....이제 내꼴이 그꼴이구나 .....

 

 

대둔산  금강구름다리

 

 



다시 가는길....내 가는 길이라 하여 그리도 좋음 맘.
추부, 옥천, 보은, 미원, 괴산길은 언제라도 고즈녁한 봄마음 길.
오늘도 좋은 맘.

1998. 3. 1



헛허허허허, 3년전.....수안보 와이키키호텔 맥반석 사업부를 맡고 있을때
전국에 수십곳의 사우나 도크 공사를 퍽이나 쏘다녔었다.
간혹, 시공중에 자재가 모자란달지, 아님 추가공사로 자재가 더 필요할적엔
긴급히 공수가 필요한데 다른 직원들은 머나먼 길고 긴 길을
갔다오기란 죽을 맛이었기에 내가 부러 나서서 다녀오곤 했다.

직원들은 내가 다녀오마고 채비하면 자라목을 하여
"부장님이 직접 가시게요?" 하며 지송하다는 배웅을 발끝까지 하고,
다녀오면 징그럽게 어깨를 주물러 주는등 갖은 아양까지 떨어내기도.

"흐흐흐흐흐.......니 놈들....."
내색은 안그런척 하면서도 속으론....요걸 몰랐지 하여 혼자 키득거리기도

결국은 한 삼년 남짓 그짓을 하며 방방곡곡.....
고성에서 해남까지, 마산에서 태안까지 쏘다니니,
자동차가 훌쩍 20만키로를 넘고 결국은 나와같이 고락을 같이한
그놈은 송계계곡에서 달리다 풀썩풀썩, 불이나고 말았지....
시골 소방차가 달려와 마구잡이로 뿌린 허연 가루에 만신창이가 된채
렉카차로 끌려가는 그 뒷모습은 아직도 차마 잊지 못하겠네요.
"선천성 쏘다님증에 후천적 못말림증후군"은 예나 제나......
길따라 가는 길에 쉬어 머무러 커피 한잔의 낙서는
차라리 情이었노라고,
"그곳에 가고 싶다" 하는 영화 제목 비슷한 숨어진 맘은 이젠 아련하고나
하니,
먼발치 우러르어 애잔한 맘, 회연색 담배연기에 사루어 내더라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데.....그래야, 기름값 걱정 없이
뻑 하면 밤새워 그길을 다시 가볼수 있는데.....
진한 밤이면 억누르는 충동에 진땀을 삭힌다.....

(별 해괴한 넋두리를 끝까지 들어 주시느라 애쓰셨네요 하하하하하)

 

2001. 3.  2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