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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나들이

춘천 스케치.....(결혼 23주년 바람쐬러)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10. 23.

 

집에 내려가는길...남한산성을 지나는 중부고속도로에서 본 산 등성은
갈빛 붉어진 단풍이 마치 갓 시집온 새댁의 연지곤지 같다고나 할까?

집사람과 그냥 나섰다....그냥.....마즈막재너머 호반길따라
가다보니 제천길이다. 박달재 터널을 지나고.....시가지에 이를즈음
중앙고속도로 팻말이 보여져....낙엽따라 올라 가자더라 하여
신림지나, 원주지나, 횡성지나쳐 춘천으로 내쳐 간다.

횡성 지나서부턴 듬성한 낙엽수풀이 간간이 보이지만,
운두령, 미시령 단풍만은 아직 못하다 하여도 한적한 고속도로는
갈마음을 단정하게 여미게 하여 홍천강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에
스넵사진을 두어컷 찍으며...안내소 깜찍한 아가씨에게 부탁해
둘이서 증빙을 곡이 남기려는양 폼을 잡았다.

 

 

 

 

 

   

 

   

 




석양 노을따라....먼발치 우러르곤...한개피 깊숙이 피워낼제
23년...그간에, 미우나 고우나 용케도 무난하게 지나옴이
꼬옥 팔짱을 껴낸 선이와 눈이 마주치고...푸석하게 웃고 만다.

"가자!"....."끄덕끄덕".....

어둑함이 진해져 네온이 명멸하는 춘천 시가지에 이른다.

예전, 언젠가 역전앞에서 먹었던 막국수가 생각보담 맛이 없었노라는
핀잔을 늘어놓으며 시내를 그냥 휘돌아본다.
어디...근사한 뭐가 없을까? 하여 기웃대다가 요란을 떨며 지나는
대여섯대의 스피커차량 행렬과 맞닥뜨리자 (이걸루 떼우자) 눈이 번쩍^^

"가자!"....."끄덕끄덕".....

크립B 의 게릴라 콘서트였다.

강원대학 캠퍼스까지 뒤쫓아가 우르르한 군중따라 운동장엘 들어서니
입구에서 자깍재깍 수를 헤아린다.
선이는 그 틈새에도 둘다 잘 세었는지 의심쩍어 자꾸 뒤를 돌아보고....
꽤 많이 운집한 운동장에서 템버린(응원용)을 용케 하나 수입잡고
빨간 불을 켠체 흔들어도 보고 헤죽거리며 콘서트를 보았다.
유감스레 약속한 10,000명이 안되어 콘서트는 못한다는 멘트가.....

"가자!"....."끄덕끄덕".....

8호광장을 지나다 깔끔한 닭갈비집에서 무드는 커녕 아구아구 시장끼를
채우며 둘이선 키득거리니 건너 테이블 눈치가 우리가 마치?...헛허허허

9시 넘어서....춘천을 빠져나와 중앙고속도로를 마냥 내쳐온다.
다른때같음 내몰라라하고 쌕쌕 잘도 자던 선이가 이밤사 총총하게
기어손잡이에 올려진 내손등을 조모락거리며 빤히 쳐다본다.

 

 

 

   

 

 

 

 

 

"뭘 보냐?"......"
"인제 가면 꼭 안올것만 같아서....."
"참내..."
"그냥 이길로 나 서울 따라갈까?"


암말도 안해버렸다.....


2001. 10 .  23.  까망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