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여는 詩 하나....
유안진님의 그런 사람....잠시
먼발치,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찬찬히 음미해 봅니다.
내 소망 하나
- 유안진 -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부릴 수 있는
내게 더 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 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 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예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겉모습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마디의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 주고
주제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은 저녁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이 취해 세상에 큰소리 칠 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의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더욱 좋겠다.
유안진님의 시와 수필....
위의 詩 "내 소망 하나" 그리고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 처럼
일상의 보편적인 것들을 감사하고 소중히여기며
가까이에 간편히 차 한잔을 나눌수 있는 수더분한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하고 담백한 바램을 갖는다면
이 가을엔 더욱 청량하겠지요
헛허허허
유안진 교수님의 단아하고 간결한 바바리코트의 예전 모습에 비하면
많이 무디어지고 푸근해진 모습입니다.
그래서 더 아늑하네요
그 무덥고 땡볕이 작열하던 한여름날이
노란 햇살의 가을날에게 뒤물림을 하고 머쓱하게 떠났습니다.
가을은 ....파란 하늘에 하얀구름이 현기증나도록
여름날의 흐뜨러짐을 추스리는양 마음이 한결 여유스러웁네요
문득...누군가와 가을을 나누고픈 그런 충동질에
빨간 우체통이 떠올려지네요.
이 가을....가을 초입에,
공활하다는 말이 그토록 가슴을 젖히게 하고
투명한 바람내음이 마냥 개운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유안진님의 " 그런 사람..."
이 가을엔 그런 사람을 안쪽 주머니에 살폿 접어 넣어보고픕니다.
헛허허허허, 그렇다는게지요^^
* * *
덤으로, 안도현님의 詩하나 덧붙입니다.
들꽃풍경 카페에 가입한지도 10년 가까이인데두
우리네 야생화나 들꽃 이름을 잘 까먹고 헷갈려서 가끔은
쥔장이신 들풍님한테 핀잔과 혼나기도 합니다^^
"말발도리" 를 "말발굽" 이라고 하지 않나
구절초 쑥부쟁이를 도통 구별을 못하였던 기억이 새삼스러워
자성하는 마음으로 안도현님의 詩를 읊조려 봅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 안도현 '무식한놈' -
비어진 사무실, 정적이 좋은
커피 한잔 거머쥐어
까만 창너머로 네온 이 명멸하는 거리를 내려 봅니다.
이 대목에서.....한개피 꼬나 문다면....
혼날테지요...헛허허허
좋은 가을 되세요^^
2009. 9. 19. 까망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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