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추적 추적 나리네요.
겨울 가뭄에, 봄 가뭄에 적잖이 메말랐는데 촉촉하게 적셔주는 봄비가 저으기 반가와 맨몸으로 디밀고 싶네요. 잿빛 하늘에...으스름한 저녁나절, 유난을 떨던 남살골 벚꽃도 비바람에 꽃비되어 흩날리지나.... 골목귀퉁이에 목련나무는 오들오들 떨고 있지나 않은지.... 다소 을씨년스런 날씨지만 커피한잔 저어내어 물끄러미 빗소리를 듣습니다. 근데....들릴듯 말듯 잘 안들리네요. 헛허허허허 모다들 퇴근하고난뒤 비어진 사무실, 일순 멈추어진듯한 정적에 새삼 소스라치듯 혼자임을 봅니다. 한대 꼬나물고서 벌러덩 의자에 드러 눕습니다. 돋보기 안경 너머로 천정에 하얀 형광등이 일자로 반듯합니다. 깊숙하게 내뱉는 회연색 연기자락에 하루내 흐뜨러진 맘이 봄비에 가랑가랑 내려 앉네요.
남산에서 찍은 사진
해마다, 요때쯤이면 꺼먹꺼먹 떠올려지는 詩하나 4 월 / 김주대 그대 여기와서 실컷 울고 갔구나 목련꽃이 다졌다. 골목길, 까만 아스팔트에 꽃진자리가 처연하여, 아마도 詩人은 헤어진 그네를 떠올리면서 "차라리~ " 라며 가난한 마음을 다독였을것 같습니다. 어쩜, 십수년을 딱 한개의 詩 하나로 4 월을 우려먹은 그 詩 이네요. 헛허허허허 하나 더 덧붙입니다. 바람부는날 / 김주대 그대 어디서 머리 헝클어져 쏘다니는가 그대 머리카락 냄새가 난다 거참....그렇네요. 비나리는날....어둑하게 깔리는 어둠따라 바람까지 쐬하니 곁눈질에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 보는.... 들킨 마음 같은 詩 , 속이 다 보이는 그런 詩네요.
짧달막한 몇줄의 글귀에서 어찌 이리도 찰지고 애잔한 그리움이 숭숭 거리는지요.
이대목에서....한개피 아니사룰수 없으매....헛허허허허, 바람불어 좋은날입니다.
거기다가....딱 한줄의 詩....
이별 뒤 / 김주대
" 손 흔들어 떠나보내고도 돌아설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 거기 함께 서 있어 주고 싶다."
김주대님의 시에서
시인의 망연하였던, 그리움에 무서리치는듯한.... 헛헛한 속마음을 엿보면서
그 맘 빤히 보여지듯 알만합니다.
언제 무슨날.....
아는 지인과 먼 얘기를 하다말고 가벼운 실랑이(^^)를 한적이 있습니다. 저보고 그러더라구요
"혼자서도 잘 노니 그또한 나이 먹어서도 참 좋을것 같다" 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되바라지게 말을 자른적이 있습니다. "좋긴 뭐가 좋으냐, 오죽하면 이리 혼자서 꽁시랑 거리며 삭히겠느냐... 설거이 그릇 쏟아붓듯이 우당탕(^^) 한 어깨 거드름도 펴보고 어쩌구 저쩌구 #@$%^&^$@@~ 한번 취하듯 살아봤으면 하는게 솔직한 내속내다" 라며 대들었지 뭡니까.
그랬더니, 그 친구 왈, "늙으막에 기운 다빠지면 돈있어봐야 택도 없고, 다 쓰잘데 없는것들이니 꼼실꼼실 혼자서 놀메 놀메 하는것이 훨씬 덜 외로운거라나...어쨌대나..." 라고 합디다요.
그날은 지가 투덜대고, 속으로 알도못하면서리~ 하였는데 한참 지나서야 딴엔 그렇기도 하네 하여 은근히 듬직한 기운이 나는지요. 헛허허허허
담에, 그 친구 만나거들랑 남대문 시장통 (꼬불꼬불한) 골목따라
짭조름한 갈치조림이라도 맛나게 사주고픈 맴이랍니다.
헛허허허허허,
뭐, 그렇다는겝니다
2009. 4. 24 . 금
봄 비오는날 ....혼자서 궁시렁 궁시렁^^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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