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끼며 생각하며

촉촉한 여름비가.....참 이쁨니다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6. 24.

잔잔한 여름비가 종일 나리려나 봅니다.
이제 장마가 들어선다는 즈음입니다.
그동안, 너무 가뭄에 지쳐서 메마른 마음이어서 일까요?
촉촉하게 적시고 또 적셔나는 장마비가 밉지 않습니다.
아스팔트에 마른 먼지가 말끔히 씻어지고,
뿌연 잎새들이 초록초록 생기가 담뿍합니다.
어쩜, 비나리는 들녁엔 비에 젖어 찰싹 달라붙은 홑겹옷에
밀집모자쓴 할아버지가 가래삽 하나 들고선 물꼬를 잡아 트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뿌듯 합니다.....

모내기 농사철엔 물꼬가 얼마나 목숨같은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어렷을적에 들은 말인데요, 되도 않는 터무니 없는 억지를 빗대어
"오뉴월에 물꼬 터지는 소릴랑 하덜 말어~" 라고 하던 어르신들의
부라림이 떠올려져 샐쭉 웃어봅니다.
아무려나....
여름비가 촉촉하여 넉넉함이 그렁그렁 합니다.


헛허허허허....

 

 

 



"비"......그렇죠?
비가 나리면 왠지 착잡함에 싸여지고 어덴가를 거닐어보고픈 그런 충동,
비나림도 참 가지가지 입니다.
갓 시집온 새악씨 걸음같은 가랑비,
빨강우산 파란우산 찢어진 우산의 좁다란 학교길 이슬비,
주룩주룩 맹숭하게 그냥 나리는 비,
술취한 아저씨의 들쑥날쑥한 비틀걸음같고 시도 때도 없는 소낙비,
삼년묵은 체증을 쏴악 가시고도 남을 억수같은 장대비....그리고,
회오리와 천둥을 치고 덤비는 무자비한 폭풍에 이르기까지
"비"도 나름대로 다양하고 성깔이 있습디다.

 

 



비나리는 오후나절.....
크다란 베란다 통유리에 알록알록 맺히듯 구르는 빗방울을 세어내며,
뜨건 커피 한잔의 망연함은
잔잔한 여운의 커피향 따라 아스라함이 번져납니다.
실인즉은.....마음은 하마 벌써, 마즈막재너머 자그마한 카페에서
투명한 유리포트에 내려지는 살폿한 커피 향내음에
차라리 눈을 감아내는 그런 맘이네요.

"우리 같이 커피 한잔 나눠요,
암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 그런맘"

2001. 6. 24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