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노고단(성삼재)
지난주 목요일제가 아끼는 후배인 여수 대리점 사장의 부친께서 운명하셔서 문상차 퇴근후 급히 순천의료원으로 내려갔습니다.천안, 전주를 거쳐 남원길에 이르니 이슥한 밤이 되었네요.낮길 다니면서 미쳐 발견하지 못한 오리정의 정자가 깊숙한 어둠에 조명을 받아 처연하게 소슬바람을 맞고 있었습니다.
밤의 적막함이 촉촉한....서두른 마음을 잠시 지체하며 한개피 사룹니다.
남원 가는길 오리정
순천 의료원에 들러 문상을 하고 이차저차한 얘기를 나누며 위안한후에 나서니불연 막연한 심사에 헛헛한 마음이더라구요.향년 66세의 후배 아버님은 교통사고로 6개월여를 투병하시다가 끝내 운명하셨지요.
"生老病死"
인적이 끊긴 냇가를 따라 거닐며 곱씹어 봅니다.하얀 야경이 참 정갈하다는...큰 숨으로 새벽 야심한 공기를 들이 마십니다.
야심한 밤... 즐비하게 늘어선 휘황한 네온거리에 갸웃하며 지나치면서가요 주점이라는 간판으로 바뀌어진 ....분명 주점은 아닌데....호객할 기운도 쇠한듯 紅燈 에 음영되어진 짙은 화장아래 멀뚱히 바라보는 그 모습들에서 착잡한 마음을 숨길수 없네요.그리고, 질겅징겅 씹는 껌속에서 삶의 편린이 애잔하게 스쳐납니다.
새벽녁...애매하여 잠시 피시방에 들러봅니다.넋을 반쯤 놓고서 촛점흐려진 눈으로 블로그를 쉬엄 쉬엄 책장 넘기듯 합니다.살아냄이 때론 팍팍하다 할지라도 이곳에 들리면 배시시 웃음도 나오고다순 온기를 느낀답니다.정을 나누면서 서로 위안하고 좋은 마음으로 인사한다는것....이만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다시금 소중하고 감사해 합니다.
새벽 공기가 쌉쌀한......순천에서 광주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지만 점심 약속까진 시간이 남아져서 (자연스레, 표시 안나게 부러 남겨놓은 시간입죠^^) 지리산 노고단길로 행합니다.
천은사
은은한 솔향기와 숲내음이 촉촉한....이른 아침의 조용한 경내를 거닐었습니다.산사의 이른 아침은 숙연하고 단정한 精氣를 가다듬게 하네요.
출장길속에 짬을 내어....잠시 헐렁해봄은 .....터벅 터벅도 좋고 터덜터덜도 괜찮은....둘레둘레 한들 뉘라서 트집잡을거 없는자연스레, 산사의 조용한 아침.... 느슨해지는 마음에 코를 킁킁 댑니다.
山寺의 아침
기와불사에 한장씩, 소중한 맘으로 적어진 글...
천은사 극락보전
천은사는 지리산 3대 사찰 중 하나로서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 덕운선사가 세워 처음에는 절 이름을 감로사라 하였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어 다시 고쳐 세우고 수리하였으나 영조 49년(1773)에 화재로 절의 모든 건물이 불타 버렸다. 그 이듬해부터 혜암스님이 복원하면서 오늘의 천은사로 이름을 고쳐 불렀다고 합니다.
산책중인 스님
개울물소리가 맑고 시린....
아미타후불 탱화(보물 924호)
단청이 낡은 맛배지붕의 천은사 에서 은둔의 미학을 봅니다. 너르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수수한....소박하게 보여집니다.그래서 더욱 발길이 머물고 헐렁해지고, 좀이 쓸은 문살에 아눅함을 느낍니다.
아침 공양전에 마당을 쓸러 집합(?) 하러 가는양....^^쫄병 스님의 하루는 이렇게 빗자루로 시작하여 아마도 걸레로 끝나겠지요?하지만...거기서 쫄병의 철학이 담아집니다.쫄병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고뇌에찬 번민의 맛깔스러움을 모를겝니다.헛허허허, 그렇다는게지요.
정적, 정갈, 단순, 조용.....
주차장 곁에 찻집
여기는 아름다운 절 천은사 입니다.
노고단으로 오릅니다. 시암재 고개까지 꼬불꼬불, 거기서 조금 더 오르면 노고단 주차장(성삼재)까지 가파른 산길이지만 깔끔한 도로 입니다
구비 구비...산자락을 휘감아 돌아 노고단으로
낮은 운무....산바람에 따라 ....
구름, 바람, 안개....산등선...잿빛하늘....
홀로 가는 씨달픔을 구름에 숨기울량 연신 구름을 좆아 갑니다.
시암재 휴게소...아직 이른시간
지리산 ...그 새벽의 여운....
안개구름을 헤치며 올라오는 차량....
운무에 뿌연 노고단 주차장 (성삼재)
저산 저멀리 저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있을까 ~ 이제 낡아진 LPG 봉고차지만 제품 소개를 위한 조립부속 견본을 싣고 나와같이 하염없이 길따라 나서는 노새같은 애마입니다.
반달곰 포스터
야생 들꽃
화장실의 소변기 - 친환경 세제라하는 하얀 거품이 냄새도 가셔주고오염도 중화시킨다고 안내 메모가...지리산의 오염과 훼손을 조금이나마저지하려는 작은 수고가 엿보입니다.니다.
지리산 국립공원 생태
노고단, 지리산을 오르기위해 채비를 하는 산행인들
아래 노고단 오르막 사진은 퍼옴(백두대간님 블로그에서)(오늘은 시간이 촉박해 아쉬웁지만 노고단을 오르지는 못함)
저 앞 초소에서 하루 몇번 국립공원 안내원 인솔하에 노고단을 오른다.노고단 훼손을 막고 보존차원에서 부분 통제를 하고 있다.
운무에 뿌연 성삼재 휴게소. 이른 아침이라 한참을 밖에서 겨우 커피 한잔에 떨었다
지리산 종주 이정표아련한 추억의 그림자가....두번의 종주 기억이....그때만도 힘도 있었고 돈도 딸리던 때인지라 2박 3일 먹을것과 텐트까지 혼자서 몽창 짊어지고 가던 무식(^^)한 산행 이었지요.그것도 화업사에서 부터 당연 걸어서....그땐 그랬었지요.
이윽고 구례에서 종업원들이 출근하여 오픈한 휴게소 내부 간이 식탁
그리고 김이 모락한 우동 한그릇~우리나라에서 젤루 시원한 맛난 가락국수(우동)....(뜨거운 국물이 왜 시원한지는 먹어본 사람만이 알겠죠?^^)예전 대전발 영시 오십분에 후루룩 먹었던 밤열차 플랫폼에서 먹었던 그 맛이라네요.
뜨건 국물 훌훌하여 팽만한 포만감에 한대 피워물때의 싸한 담배맛....헛허허허....고것 참....남사스럽네요^^(커~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한 독한(^^) 사람이네요.)
구례군 노선 버스
성삼재(노고단 주차장)을 뒤로하고 남원 방향으로 정령치를 넘습니다.(산내쪽으로 내려가면 뱀사골 실상사 계곡이지요.)
정령치를 지나 내리막길로....한적한 아침길에 쉬엄 쉬엄남원쪽으로 가면 88도로와 만나집니다.
참 오랫만에 88도로를중앙선에 추월이 가능한 노란 점선....요줌 새로 뚫린 지방도로만도 못한 ^^그래도 그때만도 영호남을 가로 지르는 위업(^^) 이었는데....
광주에서 대리점 영업에 관심있으신 분을 만나 업무를 보고 오후에 상경하였습니다.
서을 톨게이트
"인연은 스쳐가지만 잡을수는 없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별이 없는것은 아니다....."
천은사 기와 불사에 기증된 기와 한장에 적혀진 글귀입니다.기와를 기증하며, 비록 한장의 마음이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 적은 글일테지요.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결코 하늘에 별이 없는것은 아니겠지요.수많은 인연과 만남이 맞닥드리고 스쳐 가지만 정작 인연이 안된것은나의 주의가 산만 하였거나 관심이 떨어진 터일테지요.
천은사 어귀, 몇장의 기와가 널려진 속에 적혀진 짧막한 글귀....그또한 아침의 고요에 만난 인연입니다,
어떤 사물이건간에 겸손을....그리고 좀더 주의를 기울이며투정부리지 말고, 탓하지 말고 겸허하게 살아내는게 이치이다 라는좋은 말씀을 새겨 담았습니다.
금새, 언제 그랬냐는듯이 내몰라라 하며 살아갈지라도 잠깐 멈추어 반추해보는 바이지요.
헛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2006. 9. 20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
오늘은 지리산이네요..
답글
쫄병스님의 하루..
빗자루로 시작해 걸레로 끝난다 하셨는데
저또한 그러하네요...^^
이른아침의 산사를 돌아보노라니
갑자기 법정스님이 떠오르네요..
어젯밤 하두 잠이 안와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던 책... 맑고 향기롭게의 저자이신...
제가 가장 존경하는분중에 한분이시거든요..
아주아주 오래전에 무소유를 읽으며 홀딱 반하게됐죠~~
정적,정갈,단순,조용....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을까요...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해요.제가...
그런생각도 듭니다..
갑자기 제비새끼가 된듯한...
필통님은 어미새...
입만 벌리고 물어다 주는 먹이를 낼름 낼름 받아먹는...
고맙습니다... -
지리산..
답글
지난봄에 갔었는데..
아쉽게도 천은사는 들어가는 길을 못찾아
헤매다 날이 저물었답니다
저리 아름다운것을..
아쉽기만 하네요ㅜ.ㅜ
노고단까지 올랐던 기억,..
그때는 막 철쭉이 몽울을 피워내고 있었는데..
남원 터널이 옛스럽던것도 생각나고..
문상겸 즐거운 여행길이셨네요
아파트 길가의 가로수가
조금씩 물이들어가고 있답니다
정녕 가을인가 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구례~천은사~시암재~성삼재~피아골~마천으로 이어지는
답글
지리산 관통 자동차길이 18년전 개통후
자동차로 성삼재까지 오른후 노고단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중 노고단 주변의 등산로는 등산로가 아니라
그의 생태계가 파괴된 신작로화 되어
성삼재로 오르는 자동차길을 폐쇠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고, 올해 실상사에서 대책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저또한 노고단을 수차례오른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름다운 지리산 곱게 담아오셨군요.
한참 놀다 갑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길.... -
전에 저 역시 제 공간에서 한번 적어본 글귀군요.
답글
"하늘의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
그래요, 까망님..
사람들은 별이 낮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별이 어디로...사라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단지..한낮엔..그 태양의 기운으로 잠시...보이지 않는 것일 뿐...
그 별은 항상 자신의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거든요.
그렇게 인연의 자리 역시..
항상 고만고만..그대로 그 자리 있을 거랍니다.
단지..
우리들은 자신의 곁에 아주 잠시만이라도 있어주지 않는 이라 하여..
인연이 아닌가봐...라 말할 지두요~
그러나 인연이라면...
잠시 동안의 빈 자리가 있어보인다 할지라도
머언 뒤안길에...멀리서 바라본다면..
나의 인연..그대로임을 잘 알 수 있을 것이에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아니듯..
인연으로의 만남은....
그 시작이..항상 조심스럽고 소중한 것이죠..
거기에..
인연과 만남을 잘 유지하기란..더욱 더 어려운 일일 테구요.
지금도 별이 한낮엔..저 멀리 다른 궤도 속의 우주에 떠밀려..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하시는 님들이 혹 계실까요?
한낮의 기운으로 별은 그 모습...아주 조금..잠시간만...살짝 가리고 있을 뿐인데요.
그런 것인데..단지...그저.. -
필통님 문상다녀오셨군요
답글
저도 어제 친구아버님이 별세하셔서
원주기독교병원에 문상다녀왔는데
모처럼 고속버스를 타보니 나름대루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겁게 다녀왔지요...
필통님...
담배한대 피우시고
커피한잔 마시고...
몸에 해롭다고 하지만 적당히 마시고 피우는건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그걸 억지로 끊고...해롭다고 안마시면 되려 더 해로울듯 한걸요..재희생각~ㅋ
저도 커피는 하루에 두세잔 마시는데
그거 안마시면...하루일과 중에 뭔가 빠진듯해서 암것도 할수가 없걸랑요
뭐..먹고 싶은거 적당히 먹고..좀더 일찍가면 되는거죠 뭐(헉~~시방 뭔소릴~ㅎㅎㅎ)
워낙에 낙천적인 면이 있어서 제가 좀 그러네욤...이해하실려나 몰러요~ㅎㅎㅎ
참고로요..
담배끊고 술끊는 사람과는 상종말라는디
울남편이 담배도 술도 끊었다가...술은 작년부터 마셔요
왜냐면...술마시고 싶은거 억지로 참다가 병나는것 보담 적당히 마시고
기분좋게 사는게 더 좋을것 같아서...마눌이 옆에서 부추켰걸랑요..ㅎㅎ
에고고고....무신말 하려다가 까먹고 횡설수설 적었네요
히~~~~이~~~...^^
Come Silver Moon
황청원님의 "길떠나는 그대여" 詩를 덧붙입니다.
길 떠나는 그대여
황청원
길떠나는 그대여
홀로 가는 먼 길에
이름없는 들꽃이
아무리 무성해도
소래내어 울지 말고
마음으로 웃고 가게
이세상 모든 것이
어둠처럼 외로우니
길떠나는 그대여
홀로 가는 먼 길에
고단하여 지친 마음
쉴 곳이 없다 해도
누군들 미워말고
사랑으로 안아주게
어차피 사는 일
빈 몸 되어 가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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