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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들살이.캠핑

작은 여행 - 치악산....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2. 10. 29.

작은 여행 - 치악산....

 

벌레먹은 감이파리도 단풍이 드니 이리 곱네요

몇몇분들과 치악산 가을산행엘 다녀 왔습니다.
두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토요일 오후 밀려나는 고속도로를 따라 행락객의 들뜸을 덩달아 가지면서...

 

 

사진은 주흘산



일반적으로 치악산은 원주 구룡사쪽이나 황골쪽에서 산행객이 많지요.
구룡사주차장 - 구룡교 - 구룡사 - 사다리병창 - 비로봉코스가 주 등산로입니다만
이번 산행은 치악산 뒷켠의 널리 안 알려진 조용한 등산로를 택하였습니다.
잠시나마...호젓함속에 마음을 뉘여 보고픈 맘에서요.

(서울 - 영동고속도로 - 새말 - 안흥 -(횡성군) 강림면 - 좁은 도로및 비포장...)

땅거미지는 저녁나절 횡성군 강림면에 한적하지만 아담한 민박집에 여정을 풀었지요.
아직은 개발이 덜되고 알려지지 않아 길도 비좁고 비포장도로도 있습니다.

에이듯한 밤바람에 한껏 움추리었지만 참숯불화로에 둘러서서 치악의 밤을 맞았습니다.
늦은밤이 이슥하도록 한해의 저물어감을 못내 허전함을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요.
술한잔나눔이 진득할적에...모처럼의 산행이라서인지 잠을 쉬이 못이루었습니다.
무엇에 그리도 부대끼고 쫓기듯 했는지...
그토록 헤매이듯 산사를 찾아 산을 타고넘던 그 예전의 기백은 아스라 하고
7 년만에 나서보는 산행인지라 적잖이 감회스럽더군요.

새벽녁...
상서로움이 치악산정에 하얗게 부셔날때 쌉쌀한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 마셨지요.
어쩜 그것은 도심에 찌든 맘가슴을 맑은 공기로 희석하는 절차였습니다.
새벽이슬이 촉촉한 이른 아침....
맨손체조를 해보면서 저만치에 암말없이 지켜보는 치악이 이렇게 소곤대줍니다.

"그래...어쩌다 들렸구나...잠시일지라도 내안에서 쉬었다 가거라"

산자락 완만한 등산로엔 낙엽이 수북하여 가을 내음이 물씬 하였구요
하늘을 찌를듯한 침엽수림 사이로 파란 늘은 정말 하늘빛이었답니다.
정말...손으로 문지르면 코발트빛 파란물이 묻어날것만 같았어요.

숲의 정적과 호젓한 등산로를 오를땐 정말 잡지에서나, 티비에서나 봄즉한
휘톤치트가 알갱이 되어 코끝에 싸~ 하고
송골송골 배어나는 땀에 젖어진 속살은 후끈한 열기였지만 한꺼플을 허물을 벗어나는
숙연함에 자연의 큰마음을 깨닫고 사뭇 정연하기도 하였답니다.

단풍이파리가 꼬깃꼬깃 노랗게 말리어진 가을산은 빨간 단풍이 한창일때와는
또 다른 어떤 맛입디다.
뭐랄까요.....한창 멋부리고 나선 세련된 젊은 아가씨들이라기보다는
살만치 살아낸 느긋한 여유스럼과 다소곳이 속맘이 진득한 아줌마 같았답니다.

 


오대산 소금강

 

 

 

 


계곡따라 오르면서 하얀 바위가 눈부시고 투명하도록 시린 계곡물이 너무나 깔끔해
잠시 오싹한 땀을 식혀내며 걸터앉아 느긋하게 한개피 담배를 사룰때엔
떼밀리듯 밀쳐가는 출퇴근길의 아득바득함이 떠 올라 씨익 웃고 말았습니다.
누구라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이만한 평안함이 있을진데...
맘뿐일뿐 그러하지 못하다함이 어쩔수가 없지요. 그렇죠?

곧은치,향로봉에 이른 우리는 야호 소리로 촌스럽게(요새도 야호 하는 사람 있나요?^^)
돈독함을 돋우고 아쉽지만 하산하였지요.

내려오면서 시린 계곡물에 손을 씻어내고, 눈부시게 빛나는 억새밭에서 사진도 찍고....
다시 민박집에 이르러 토종닭백숙으로 가을산의 풍만함을 허기진 배에
양껏 담아내고선 노란 가을 햇살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습니다.

좋은 하루였습니다.
담에 다시 들러보고픈 그런 맘이었습니다.
눈이 나린 그날에 하얀눈설에 발자욱을 또렷하게 찍어내면서...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암말없이 있지요.
오고감은 내맘대로라 할지모르나 정작으론 산이 부른다 함입니다.
산은 우리 마음입니다.
산은 우리의 지혜이지요.
산은 지치고 눅어진 나를 한껏 뽀송하게 충전해 줍니다.
산은 여유를 알게하고 양보를 일깨우고, 배려하는 情을 일깨워줍니다.


늦가을(晩秋)의 낙엽더미를 끄질르고 걸어내는 흙네음이 좋은
작은 여행 - 치악산 입니다.

늦으막에 서울에 올라와 방금전 일행과 헤어졌습니다.
웬지...이 마음을 식기전에 몇자 적어두고픈 충동에 커피 한잔을 합니다.

2002.10.2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