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이생진 선생님께서 김포 들꽃풍경에 저녁나절 반가이 들리셨습니다.전혀 예정에 없으신, 하지만 문득 거기에 옛제자가 있다니 함 들려 봐야지 하여 서산 다녀오시는길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포들꽃풍경 지기님이신 들풍님의 중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으니실로 오랜 세월이 감회에묻어나는 반가운 모임이었습니다.
아래 말씀과 사진은 당일 모습들입니다.전혀 예고나 약조가 안된 선생님께서 개인적 방문이시어서여러분들에게 연락을 다 드리지 못함이 못내 아쉽습니다.
(카페 회원께 공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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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선생님의 말씀중에서(요약)
내가 섬이다
바다가 날 보더라
詩는 쉬워야한다.
어머니도 읽고 공감이 가는 가슴이 되도록
언어가 힘겨우면 부담이 커진다.
뒤집을줄 알아야한다, 상상을 바꾸어내면 詩가 된다.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바닷가에 서있는 나에게 바다가, 파도가 다가선다
섬에는 살아있는섬이 있는가 하면 죽은섬도 있더라
녹원선생님은 꽃을 택하여 시를 쓰시지만
나는 섬을 택하여 시를 쓴다. 섬을 택한건 잘했다
섬이 고맙다
어머니께서
"니 시는 왜 이리 슬프냐..."고 하시더라
섬이 내마음이고 섬은 웬지 고달파서....
예를들어....실미도 얘기를 해보자.
왜 이리 섬을 피곤하게 만드느냐 말이다...가만히 있는 섬을.
기억에서 조용히 잊혀주는것도 섬을 피로하지 않게 하는것이다.
그래서, 실미도에 들리는 이유중의 하나는
실미도에 숨져간 원혼들과 실미도의 피로를 다독여주기 위해서
시낭송도 하고 음악회도 갖는다.
섬과 바다의 정서를 안아내자.
제가 감히 사족 을 달았습니다.
어렵고 난해하게 쓰는 젊은이들의 시는 유식하게 보여질수도 있지만
마치 요즘 유행하는 랩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예전 소월선생님과 같이 서정시를 쓰시는선생님들의 시를 조곤조곤 읽으면
마치 우리네 가요, 트롯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녹원 이삼범 선생님께선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시를 쉽게 적는것은 그냥 쉽게 적는게 아니라 그만한 연륜과 경륜과 더불어
어느정도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그 또한 가능하다지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헛허허허허...무얼 그리~
소탈하시고....순수하시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가중에서 어쩜 가장 순한 분야가 詩가 아닐까나
왼쪽 모자쓰신분은 원로 시조시인 녹원 이상범님
손수 술한잔씩을 따라 주십니다.
소탈하시고...평범하신 모습이 윗마을 할아버지같은 친근감이 듭니다.
이생진선생님 과 모자를 쓰고계신 들꽃풍경농원 원장님 (카페지기)이신 들풍님
(2007년 9월 1일 독도에서) 이생진선생님 글
이 시점에서
더 살겠다는 말은
사치요
망언이요
부끄러움이다
하지만
더 가겠다는 말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섬으로 가겠다는 말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가식으로 보는 눈치다
그러나 내 가슴에 시가 있다는 일은
살아서 사랑이 있다는 일보다아름답다
사랑은 가고 시는 남았으니까
나는 나의 시집 '독도로 가는 길'을 들고
마지막 길을 가듯 독도로 갔다
독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동안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졌다
시가 밥이 되느냐고 비웃는 세상에서
1929년에 태어나 2007년 9월 1일까지
살아서 시를 쓴 행복에
독도의 암벽을 더듬는 순간
뜨거운 맥박이 손에 잡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었다
담소 나누는중에 섬집아기와 섬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섬집아기" 노래를 축가삼아(^^) 노래 하시는 풀각시님과 함께 같이 부르는 모습들
다래님도 건강을 비는 향초를 선물하시고 선생님의 저서에 친필 싸인을...
월영님께서 손수 그리신 부채를 선물하시고
찻자리 - 2층 갤러리에서
다래님께서 차茶를 정성껏 대접하시고...^^
갤러리에서
백두산 야생화 사진과 항아님의 한국화 작품에 손수 설명해주시는 선생님
(아래 한국화는 항아님 졸업작품입니다...ㅎㅎㅎㅎ)
단체 기념사진^^
좋은 가을 밤이었습니다.
그분은 유명한 분이시지만 그보담도 소탈하시고 수줍어 하시는
평범한 모습에서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2007. 10. 11.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덧붙임
이름 : 이생진 (李生珍)
출생 : 1929년 10월 1일
출신지 : 충청남도 서산
직업 : 시인
수상 : 2002년 상화시인상 수상1
1996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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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4
- 이 생 진 -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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