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가는길....(밤바다에서...)
엊그제 나린 비로 산과 들녁이 촉촉함이 물씬하네요.
영월 동강의 흙탕 급류따라 꼬부랑 산길을 가면서
비온 뒤끝의 청량감과 깔끔함에 마냥 좋아 얕으막한 야산 구릉에
불연 텐트하나 쳐내곤 홍차 한잔 끓여내고픈 충동이 일드라구요.
충주에서 박달재를 넘어 제천으로...그리고 이정표따라 영월로...
동강을 거슬러 청령포를 지나 태백가는길로
꼬불한 좁다란 길을 요리조리 곡예하듯 부러 천천히 갑니다.
함백산과 태백산을 가르는 고개를 넘어날젠 부신 햇살에 고개를 내밀었지만
웬걸 시린 산바람에 목덜미가 오싹하였어요.
내리막길은 귀가 멍멍하여 고물차의 엔진소리가 전혀 들리질 않아
마치 세단을 타고선 미끄러지듯한 착각에 으쓱하였달까요?
헛허허허허
네시간을 쉬지않고 삼척에 당도하였습니다.
서울서 내려온 일행과 회덮밥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도 두어잔 하였습니다.
숙소로 들어가면서 일행중 한분이 그러시드라구요.
오늘도 피시방 가야지요? 이리 좋은델까지 왔는데...
^^
얼얼한 취기에 해안도로를 혼자 걸어냅니다.
까만 바다...횟집의 네온이 야경을 이루는 해안 길은 가로등이 추워보입디다.
키를 넘는 파도가 넘실넘실 쉬지않고 밀려들어선
해안 암반에 부딪쳐 비산하는 거대한 하얀 포말의 파도알갱이는
정말 한장의 달력이었습니다.
역시나 파도는 넘실대는 굽이 높고 육중한것이 더 파도스럽다함입니다.
한아름 두팔벌려 안아낸 밤바다를 두 눈으로만 보기가 아까와 식기전에
그 마음 고대로 담아둘 요량으로 얼른 차를 몰아 시내 피시방으로 왔답니다.
헛허허허허
낯선곳을 헤메듯 떠돔이 어차피라면
그길을 사랑하고프다하여 그 마음을 담아두고픈 맘이라지요.
시린 한기에 오싹한 움추림과 안개보라에 처연한 가로등따라
뉘라서 나란히 거니는듯한 착각은 비록 머쓱하달지라도
하루내 지쳐진 맘을 차분하게 어루어 주어
살아갈만 하다는 살맛을 호주머니에 가득 담아줍니다.
두둑하게 불룩한 호주머니는 어쩜 저만의 부자心이라지요.
헛허허허허
조몰락 거리는 호주머니엔 참 좋은것들이 언제나 보드랍습니다.
이차저차한 눅눅한 살아냄도 말랑말랑하고
언제라도 꺼내볼수있는 보라빛 회상이 그리움으로 만지작거려지고...
거기엔 두팔벌려 환히 반겨주는 좋은 내 친구들의 다순 情이 거기있다지요.
또한 누군가의 호주머니에 나의 잔영이 묻어있을거라는 그런 생각에
오늘도 혼자 좋아라 합니다.
혼자 좋아라 하는 맘....오래오래 할겁니다. 헛허허허허
오늘도 좋은 맘...삼척 해안도로에서
2003. 5. 8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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