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소리없이 기습적으로 하얀눈이 나렸습니다.
부산 달맞이고개나, 광안대교에도....진주 남강에 촉석루에도 (세상에나) 첫눈이 나렸다는 하얀 전갈을 밨았었지요.
사실 그때만도 서울은 멀쩡 했고, 일기예보에 눈 얘기도 없었드랬는데
새벽녁에 웬통 하얀 눈천지가 .... 겁나게 내렸부렀습니다.
여명을 여는 어스름한, 아직은 어둑한 시가지엔 하염없는 눈발이....
밤의 어둠을 돈으로 사는 사람들이 불연 떠오릅니다.
서투른 길따라 행여 미끌림이나 없었는지....
막차 끊긴 휑한 거리에 하염없이 나리는 흰 눈발에 목을 움추리고
마냥, 마냥...서성대듯 배회하는 그네들.
제가 잘 알다마다요.
문화일보 [신춘문예]당선작
내 친구 야간 대리운전사 - 최명란
늦은 밤
야간 대리운전사 내 친구가
손님 전화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꼭 솟대에 앉은 새 같다
날아가고 싶은데 날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며 서성대다가
휴대폰이 울리면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밤의 거리로 재빨리 사라진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또 언제 날아와 앉았는지
솟대 위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
그의 날개는 많이 꺾여 있다
솟대의 긴 장대를 꽉 움켜쥐고 있던 두 다리도
이미 힘을 잃었다
새벽 3시에 손님을 데려다주고
택시비가 아까워 하염없이 걷다 보면 영동대교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은 적도 있다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문을 닫지 않은 정육점 앞을 지나다가
마치 자기가 붉은 형광등 불빛에 알몸이 드러난
고깃덩어리 같았다고
새벽거리를 헤매며 쓰레기봉투를 찢는 밤고양이 같았다고
남의 운전대를 잡고 물 위를 달리는 소금쟁이 같았다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아니야, 넌 우리 마을에 있던 솟대의 새야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솟대 끝에 앉은 우리 마을의 나무새는
언제나 노을이 지면 마을을 한 바퀴 휘돌고
장대 끝에 앉아 물소리를 내고 바람소리를 내었다
친구여,
이제는 한강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물오리의 길을
물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물새의 길을 함께 가자
깊은 밤
대리운전을 부탁하는 휴대폰이 급하게 울리면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솟대를 떠나
밤의 거리로 사라지는 야간 대리운전사 내 친구
오늘밤에도 서울의 솟대 끝에 앉아 붉은 달을 바라본다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에 매달려 달빛은 반짝인다
(펌글)
하얗게 나린 골목에 푸른빛이 저며들면서 이른 아침을 엽니다.
이쯤이면, 새벽 아궁이에 지핀 연기가 굴뚝을 타고 허옇게 모락모락 할텐데.....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맘은 하마 싸립문 걸쳐진 토담골목을 휘감아 돌지요.
소복히 쌓여진 눈길을 가만 가만 걸어내며
문득, 새벽길의 애환을 숙연하게 떠올려봄입니다.
담아 두고픈 마음이라지요.
IMF 이후 안간힘을 썼지만 종당간에 부도가난 호텔생활을 접고 5-6년쯤 전에 거의 무작정 상경( 家出이 아니고 出家라지요 )하여 임시 직장을 이차 저차 전전하던터 두어달의 공백에 야간 대리운전을 하였던적이 있었지요.그래서 신춘문예 詩가 유난하였기에 퍼다놓았던거지요.
바로 그 영동대교를 터벅터벅 옷깃을 곧추세워 세찬 강바람을 거스러 모로 걸으며한강의 까만 물살을 묵묵하게 내려다보았던 ....그땐 그 한강이 스와니 강 이었어요
그래서 인지, 강변따라 가는길에, 강을 건너는 철제 빔사이에서 스와니강을 곧잘 계명으로 웅얼거리네요.
" 미레도 미레 도도라도 쏠미도레 미레도 미레 도도라도 쏠미도레레도 시도레솔 쏠라쏠도 도.라.파.라.솔~ "
하얀 거리, 솔솔 날리는 낭만속에 숨어진 애환이 또한 한켠에 평행으로 걷고 있습니다.
약간 언덕배기인데도 눈길에 헛바퀴돌아 비척대는 차를 동료들이 뒷꽁무니를
우샤샤샷~ 밀어제낍니다.
일 나가는 마음이 여간 동당거릴텐데....
얼마전에 연탈배달을 하는 형제 얘기가 떠오릅니다.
겨울 한철에 연탄배달을 하여 꽤나 돈을 모았다는....겨울이 일년만 같았으면 하는
하얀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모습이.
살아냄은 항상 상대적인가 봅니다.아무려나, 누구라하든지....열심히 일할수 있는 일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오늘도 무사이^^
헛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새날이 밝아, 언제 그랬냐는듯이 씩씩한 서울일테지요.
2006. 2. 7.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쉬리님 야후블로그에서 퍼온 키타 연주
-
안녕하세요? 하양 필통님
답글
아이들의 발자국이 온 운동장을 꽁꽁 얼게 만들었네요.
그 녀석들 눈이 오던 날 아마도 넓은 운동장에서 눈사람 했나 봅니다.
3월 입학식이 되어도 풀릴 것 같지 모양새네요.
대리운전사의 애환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과 슬픔이 밀려왔답니다.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의 종종거리는 삶 속에서
희망을 느끼기도 하고 성실함을 배우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그러나 급한 성격의 대리 운전하신분 ~~~저의 허리 아직도 아프다는 걸 아실까나~~
너무 무서워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내렸습니다만...)
오후의 햇살이 창가에 스며드네요.
다소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늘 건강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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