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님의 풍경과 더불어
하루의 발품으로 신작로를 질러간 작은 여행"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습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습니다
토요일은....
토요일 입니다.
주 5일제 때문인지 아침 출근 길은 휑하게 비었습니다.
공무원들도 이젠 다 쉬기 때문에 관납을 위주로 하는 회사 업무도
별반 특이할게 없이 밋밋한 날이 토요일이네요.
그래도 간간이 견적과 공사현장에서 돌발로 자재 주문이 들어 오기에
비울수는 없는 날입니다.
물론 공장은 격주로 쉬지만은요, 영업팀은 하루를 더 돈벌이 합니다.
그래서 저는 토요일이 여즉 "반공일"같아요.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발품따라 눈요기 (?) 여행을
오늘은 오후에 수원에서 옛직장 친구의 딸내미 결혼식이 있다해서
이발도 좀 하고 양재동까지 전철을 타고 거기서 경희대수원캠퍼스 가는
직행 좌석을 탔습니다.(바로 그 동네니까요)
고속도로에서 바로 나오면 되니까 차를 가져 가는게 전철 타는거 보담
낫다고 하였으나 오늘은 작심을 하고 발품 따라 눈요기 여행(?)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정체된 고속도로.....버스 전용차로
세상에나...하나님 맙소사, 아예 수원까지 나래비(일렬로) 섰네요.
천만 다행인것이(차를 안가져 나온게) 버스 전용차로로 시원하게 뽑는게
차라리 신기할정도입디다.
버스는 높고 통유리라서 시야 또한 좋습니다.
정체된 도로에서 엉금 엉금 기노라면 전용차선으로 쌩쌩 달리는 큰차가
보통 부러운게 아니었는데
오늘은 제가 그 부러움을 받아낸 잘난 날(?)입니다.
헛허허허
가을을 기지게 켠 두팔에 오도독 안아냅니다.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한 그루 나무를 보라
교회 결혼식
수원,영통지구의 큰 교회이더군요.
12시부터 부페를 먼저 하고나서 2시에 결혼식을 거행한다네요.
우째 좀...잇빨 쑤시면서 식장에 들어서는가 하면, 누구는 얼굴이 하마 벌겋구요,
팽만한 포만감에 목사님 설교는 졸음이 곰실 곰실 합니다.
요샌 다 이렇게 한대나 어쨌대나....
교회 결혼식에 난감한 풍경의 하나가 하객들가운데 담배 피우는 사람들 입니다.
안내하는 집사님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뻘쭘하게 흘기고 지납니다.
제 생각(아이디어?) 에는 교회 문 밖에 가림 천막을 하나 쳐놓고
이렇게 크다랗게 써 붙여놓으면 어떨까 하는....
" 담배 태우세요, 여기서 맛나게...단 안에서는 꼭 참아(금연)주세요 "
한 모금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예전엔 미쳐 모른체 지나쳤던 애매한 마음,
악수를 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축하를 해주고
이십년도 더된 오랫만에 그새 요놈들이 이리 컸구나 합니다.
예식장을 빠져 나오는 발걸음이 예전엔 덜렁덜렁 벗어나곤 했었는데
오늘은 예전 같지 못하고 자꾸 돌아봐지고 부럽고,한편으론 저으기 묵직합디다.
장성한 애들을 둘씩이나 둔 아비의 마음이라지요.
"나도, 저만하게 치우긴 치워야 하는디...."
교회문을 나서며 참았던 한개피를 꼬나 뭅니다.
문득 고백하고 싶었어
봄이 온다면
날마다 그녀가 차리는 아침 식탁
내 영혼
푸른 채소 한 잎으로 놓이겠다고
그 유명한(?) 굴절버스
강남에서 내려서 환승하려고 머뭇거리는데 길다란 굴절버스가
기세도 등등하게 정차합니다.
말로만 듣던, 어쩌다 한번 스치듯 본 그 굴절버스이지요.
불연, 촌티(?)의 발로랄까? 무작정 타고 봅니다.
버스 중간에 자바라로 연결되있고 둥근 바닥이 커브길에서 뱅뱅 도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버스 기사님도 어깨에 폼좀 잡는듯 으젓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좌회전하면서 신호가 바뀌자 로타리 한복판에 서버린 길다란
차체가 괴물같고, 찻길을 죄다 막아버려 순식간에 차가 엉키고 맙니다.
좌석도 예전 완행열차같이 등을 맞대거나 마주보는 좌석인데
서서갈때는 앉은 사람들의 눈초리가 머쓱해 보였는데 정작 자리에 앉아보니
서있는 사람들을 느긋하게 바라봐 지네요.
서울 시내를 거꾸로 보면서 둘러봄또한 재미나네요.
한번 타 보셔요~^^ (수색에서 양재 노선)
어디쯤 오고 있을까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청계천
강남에서 남산터널 지나 을지로로 나오면서 청계천에 이르니
사람들이 어머어마하게 꽉 차있고 길가엔 수많은 천막들과 꼬치구이 연기들이
피어 오릅니다. 바로 10월 1일 청계천 개통(?)날이랍니다.
당연 제가 (내.외빈 축에는 감히 못낄지라도) 둘러는 보아야지요.
청계천....
삼일빌딩 아래 삼일 고가도로가 근대화를 상징하듯 우람 했드랬는데
말끔히 베어져 사라지고 정말 신통하게도 청계천에 맑은 물이 넘실넘실
흘러가는것을 숱한 사람들이 "거참~ " 하며, 혀를 차며 내려다 봅니다.
라인강을 한강에 비교한다면 세느강을 청계천에 비유한다해도....
우여곡절에 엄청난 비용과, 개통 첫날부터 인사사고까지 났지만
대단한건 인정 해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철철철~ 흘러내리는 물살이 정말 새것입디다.
새것은 좋은거지요, 헛허허허
가벼운 손짓 한번에도
점화되는 영혼의 불꽃
그대는 알고 있을까
서울...은 특별시가 맞습니다.
한강과 청계천 그리고 삼각산이 있는...세계에서도 이렇듯
산과 강과 도읍이 잘 어우러지고 四季가 뚜렷한 도시는 우리나라
서울 뿐이라는 말도 들은적이 있지요.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멋진 나라,
부디....아름다운 정치가 이 강산에 세레나데처럼 우아하였으면....
헛허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아이러니한것은 중량구 무슨 시만단체에서 스피커를 단 차량으로
시위(데모)를 하는데 경찰이 가로막고 제발 돌아가라 사정을 하네요.
확성기에 시위 내용을 들어보니....내용인즉슨,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둥이냐~"
개발이 뒤늦은 변두리의 소외감이라지요.
가을이 오면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하루의 발품이 참 좋았던 날입니다.
때론 발품따라 인사동도, 덕수궁 돌담길도 그리고 하늘공원도 가보고픈 맘이네요.
요기중에 돈 안들이는 만난 요기가 바로 "눈요기"네요
헛허허허
쌉쌀한 밤바람에 영롱하고 휘황한 강변 야경속에 하루를 감사히 접습니다.
좋은 가을 되시기를....
2005. 10. 1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나는 왜 아직도 세속을 떠나지 못했을까
인생은 비어 있음으로
더욱 아름다워지는 줄도 모르면서
승화, 일탈하는 경지도 좋습니다만 세속에 아득바득 부대끼며 살아내는 맛깔 또한 살맛이라지요.
헛허허허허, 그렇다는게지요.
-
이외수님의 글과 그림~
답글
그리고 필통님의 하루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에 젖어 오네요.
다리품에 이미 경지에 오른 루시~
언제나 튼튼한 두 다리 있어 종종 거리며 바삐 움직입니다.
버스와 전철을 이용하니 얼마나 여유로운지요.
스쳐지나가는 밖의 풍경도 얼마든지 느끼고
읽고 싶은책도 가방에서 꺼내 폼잡으며 읽을수도 있고~
차창밖으로 놓치기 아쉬운 장면 디카로 찍을수도 있고~
도심에서 주차 걱정 할 필요도 없고~ㅋㅋㅋ
그제 루시도 청계천 다녀 왔답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흘러가는 맑은 물에 마음 한자락 띄우고 왔답니다.
필통님의 하루의 발품과 함께한 연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10월의 가을~
마음껏 느끼시고 행복하세요~
필통님의 그 웃음 늘 마음 편케 해주십니다~~^^* -
아름다운 가을을 맘껏 만끽 하셨군요.
답글
사계가 있는 이곳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늘 고마움을 느낀답니다.
특별한 곳이여서 특별시가 아니고
모든것이 어우러져 있어 특별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울서 살때는 별로 느끼지 못햇는데...
청계천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많은 인파가 몰리고
그 인파속에 어우러져 사람 사는 냄새를 맡으며
예전에 흐르는 물이 아닌 깨끗한 물을 보며
즐거운 하루 되었다니 저도 동행한 기분이군요.
덕수궁 돌담길도 거닐고 대학로에 가서 보고픈 연극도
한편 보고 인사동 골목으로 접어들어 주린배도 채우며
요기중에 돈안드는 요기를 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이 가을을 막끽하시고 좋은날 되세요.^^*
♧ 글.그림 : 이외수
♬ ★ Vincent / Don Mclean ★
'느끼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w has your heart been?" (0) | 2005.10.13 |
---|---|
"가을비 우산속에...." (0) | 2005.10.07 |
봉숭아...그리움의 편린들.... (0) | 2005.09.26 |
"여기가 어디냐" - 인순이 (0) | 2005.09.22 |
"불멸의 이순신"...."움메나 빡신지"...(퍼온글) (0) | 2005.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