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토막말, 가을저녁에...그리고 목마름(詩)

까망가방하양필통 2005. 2. 14. 01:07

토 막 말     
                               
                 정  양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
글자가 모두 대문짝만씩해서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시리디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저만치서 무식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읽는다




real smoking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 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우리가 인연이었다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지 않을텐데...


목마름 

                         김정희


누워서
마루 깊숙이 들어와 노는 햇볕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너와 여행가고 싶어
어느 봄이 말한다
장롱 안의 옷들과 가방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신발이 귀를 세우고
가슴속에서 화석이 되어가던 숱한 길들이 출렁출렁
간이역을 매달고 달리던 기차소리 아득하게 날자
깨어나는 몇몇 절간들
푸릇한 산등성이를 넘어오는 강물 강물
우포라나 감포라나 부다페스트 하노이 DMZ라나
하는 것들이
봄꽃송이들처럼 터진다
마루는 순식간에 아 수 라


몽매한 봄아
무시로 아우성치는 통증들은 어디다 두고
저렇게
허공을 트느라 가쁜 숨 몰아쉬는 목련 빛들은
또 어디에다 걸어두고
떠나자는 것이냐
내 길들은 접힌 지 오래인데





신도림역에서




세편의 詩 와  세 여인의 모습을 오버랩시켜봅니다.
위 세편의 詩,
"토막말", "가을저녁에" 그리고 "목마름"은
우연찮게 접한 詩임에도 순간의 어떤 스침속에 이미지가 적나라하게, 그리고
결코 안그런척 지나치기엔 마음 한켠 어디엔가 刻印이 되어지네요.
그래서,
간혹은 멀거니 응시하듯....촛불 그림자를 비켜내며 눈길로 훑어 내리기도 하지요.


세장의 사진은
어느날엔가엔 들꽃풍경 카페에서 "파아란"님이 애써 구하여 올려놓은신 사진중에서
(원작자를 알수 없어서 명기를 못합니다)
번뜩 뭔가가 짚힘이 있기에 (골라서) 퍼왔습지요.


한참을 지나쳐서...(임시보관함에 눙쳐진)詩를 가만히 음미하듯 읊조리는데
불연, 퍼다놓은 석장의 사진이 묘한 뉘앙스로 오버랩 되어지기에
시집 장가 보내듯 이리저리 골라서 짝을 지어 봅니다.



한동안
뭣이라고 곡이 따지듯 이유를 들지는 못하지만 ....
망연하고 손끝에 힘이 빠지고....촛불을 눈동자에 모두우며 애써 집중도 해보았지만
거참 석연찮고, 맴돌기만하고,흐느적거리기만 하였다네요.

물론 개인적으로 연초에 한햇동안의 살림 밑그림을 챙기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여기 블로그에 선뜻 마음이 나서지지가 않아 제 딴에도 저으기
답답하기도 하고 다녀가신 여러 친구님들께도 민망스럽다 하였습지요.

오늘, 이밤사,
세편의 시와 세장의 사진이 (제가 보기에) 내심 맞아떨어지는것 같은 기분에
모처럼만에 기운을 얻습니다.

헛허허허허, 뭐, 그렇다는겝니다.
그간에 다녀가신 여러 친구님들께 변변한 인사도 못드렸습을 양해 바라면서....


언제나 좋은 친구님들....자주로 뵙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함은 견지해 나가야겠지요.

2005. 2.13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 고 운2005.02.14 01:42 신고

    평안하신지요?.
    망가진 작품엔 손도 대지 않은 채
    보따리를 쌓다가 그곳이 이곳과 호환이 않 되 주춤거리다......
    어차피 이방인인 걸 -.
    이러고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새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답글
  • 별꽃 앵초2005.02.14 04:48 신고

    읽어 내려가며 꼭 퍼즐 맞추는 기분이랍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리.......ㅎㅎ,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5.02.14 05:51 신고

    잘 지내시죠?
    사진들이 어제 제가 본 것과 같으네요.ㅎㅎㅎ
    늘 건강하시길..

    답글
  • 타천2005.02.14 08:27 신고


    옴마! +,+

    까망가방하양필통님~ 스타일리스트에요~
    우리말로~ 멋재이~
    크아.......좋아요~ 보고...또 보고........

    답글
  • 어울림2005.02.14 09:35 신고

    블로그에 마음이 쉬이 실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왜 일케 오랫도록 낮설기만 한 건지요..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실은
    발렌타인데이에 나누는 떡 가져왔습니다
    사랑함미데이 한 상 차려놓고 갑니다
    좋은 나날 되십시오..^^*

    답글
  • 오기2005.02.14 12:33 신고

    그러셨군요.
    그래도 아예 문닫아 버리지 않고
    드나들 수 있게 해 놓으시니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언제든 맘 편할때
    손가락이 움직일 때
    드나드셔요.

    늘 그 자리에 있을테니.
    ㅎㅎㅎ

    답글
  • 고 운2005.02.14 14:46 신고

    까망가방하양필통님!

    화개장터에 언제 쯤 바글거리는 인파로
    초췌한 튀밥장수의 얼굴에 웃음꽃 피려는지요.
    이른 봄 처럼 그리 이 장바닥에도 가난한 호주머니에도
    그리 봄이 찾아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말씀 전합지요. ㅎㅎㅎㅎ

    좋은 한주간의 시작 되소서~!.

    답글
  • 띠오~~
    난 방을 잘못 찾았는줄 알았네요
    까망님 방 맞구낭^^


    메시지가 강하네요
    세 모두..
    누군가의 젊은날의 모습을 보는듯해 가슴도 짜~안하구..

    월요일부터 바빴답니다
    아침부터 교육이 있어서리~~
    교육 마치고 점심먹고 오전반아이들 보내고
    강변도로 한바쿠 휘~~돌아오고..
    한강에 얼음이 가득 떠내려 오더라구요
    이제 봄인가 봅니다
    성큼 성큼^^
    봄이 오는 소리~~~~~~~~~♧

    한주간도 팟팅^^하시어요


    답글
  • 영원2005.02.14 17:40 신고

    발렌타이데이 초코렛 배달 왔습니다...
    이미 많이 드셨겠지만 제것도 하나 놓고갑니다....기쁜날 되세요

    답글
  • 주마등2005.02.14 21:42 신고

    오늘,무-드 만땅 이십니다..ㅎㅎ
    조~위에 담배피는 아가씨는..
    물씬 풍기는 무언가가 있어
    한참 구경하다가 제가 좀 업어 갑니다.
    적당한 때에 돌려 드리지요.
    헛 허허허허... 그렇다는 기라예~~~ㅋㅋㅋ

    답글
  • 주마등2005.02.14 22:04 신고

    담배피는 아가씨 사진,손을 좀 봤는데
    담배연기 처리가 그리 만족 스럽지가 못합니다.
    걍 약속대로 목욕시켜서 돌려보내 드립니다..ㅎㅎ
    (이건 비공개임)

    width=400 height=612> [비밀댓글]

    답글
  • 노란넝쿨장미2005.02.14 23:57 신고

    우연히 지나가다...반가운 이름에 잠시 다녀갑니다.
    여전히 변함없으신 모습에 너무나 감사하고
    늦었지만
    새해 인사 올려놓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늘 건강하십시요.

    답글
  • 문혜숙2005.02.15 07:48 신고

    오랜만이네요 난 속으로 아니 까방님도 폰으로 사진찍기를
    좋아하시나? 하고 염려되던데요 잘못찍다가 요즘사람들 시비가 많아서요
    잘 어울리네요 시 하구요 그런데 확실히 블로그로 오니 애착이 그리 가지 않은것은 사실이네요 저도 엄마간병하느라 시간도 없어서 그냥 문을 닫고도 싶지만 우리님들의 정이 많이 들어 않보고는 또 베게지 못할것 같아 생각이 많네요
    그래도 까방님의 글을 읽고 싶습니다 시간 나는데로 볼수있게끔 배려해주세요
    건강하세요 하시는일이 잘되시구요 기쁨축복을빌어요 샬롬~~~

    답글
  • joanne2005.02.15 11:02 신고

    사투리로 욕이 들어간 것도
    구수한 시가 될 수 있군요?
    의외성이 신선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행차하시니
    반갑긴하나 서먹합니다.
    조금 자주 출현하소서 ㅎㅎ

    답글
  • 너와 여행가고 싶어..
    내게도 그 봄이 찾아와 속삭여줬으면..

    벌써 봄은 들녁까지 와 있던걸요
    바람은 부드럽고
    보이지 않는 엷은햇살조차도 따사롭게 느껴지는것이..

    요즘은 늘 오전일과 마치면 한바퀴 휘돌아와요
    뭔가 좀 답답함이 있는것 같기두 하구..
    주룩 주룩 비가 기다려집니다
    금새라도 마음을 쏟을듯..

    이제 커피한잔 하려구요
    요기서 주면 더 좋은데..
    기..다..림..

    안주네..
    어데 가셨나?
    담에 오면 주세요..꼭..
    이만..



    오늘은 글루미 스카이..

    답글
  • paula2005.02.18 16:28 신고

    까방가방하양필통님은 아주 섬세하실 것 같다는~~~~
    한국가기 전 까망가방하양필통님 찾으러 다녔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