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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하이얀 연기의 소곡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1. 31.

이글은 1978년쯤 포항제철에 근무할당시 어느 여사원이 쇳물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제맘 한켠에 다소곳한 미련이길래 스크랩 해놓은 것이예요

 

 

하얀 연기의 소곡

 



이 세상에는 태움의 작업이 아름다울때가 있다.
오랜 가슴앓이의 사랑을 태워야 하는 연인의 눈물이나,
밀초를 태우며 가장 단단한 믿음의 발아를 소원하는 기도나,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온몸을 태워 빛을 남기는 유성이나,
이 모든것이 태움으로써 남는 전율이요 환희의 순수인 것이다.

어떠한 의식이나 목적없이도 스스로 빛나고 스스로 무너져 내려
거기에서 오는 허무나 아픔이 진실로 따뜻한 것임을 느낄때
우리는 깊은 위안이나 안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지상에서 깊이 무너져 연소함으로써 남는 보배로운 꿈.

 

 



대승들은 열반에 들면서 마지막 그몸을 태워 사리를 남기니
진실을 위해서 자비를 위해서
헤아릴수 없는 높고 넓은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토록 태워 남기는 뜻으로 성숙해지고 태워 잊혀지는 위안으로
새로운 꿈을 키우는 작업은 어느것에도 비할수 없는 만큼 숭고하고 순수한 것이다.

한개피의 담배에 불을 지피고 마지막 시름을 지우는 서부 사나이 모습이나
변절된 꿈의 처참한 시련을
한개피의 담배로 지워내는 고독한 쌔러리맨의 모습이나
이 모든것이 영상을 통해서 느껴 보는 멋이지만
어느것이라도 비교될수 없을 만큼 가슴 뜨거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얀연기에 묻은 가슴속의 사연들이 얼마나 깊고 얼마나 넓은지
그 자신이 아니고서는 모르지만
맑은 모습으로 피어오르는 그 연기속에서
자신을 한번 돌아보거나 恨의 매듭을 풀고 있는것이 아닐까?

오묘한 색감의 빛으로 남기는 하얀연기의 소곡은
남성들만의 소유하는 노래요 매력이다.
그 성숙한 멋이나 부드러운 연소는
우직하고 둔탁한 남성들의 모습을 쉽게 순화시켜주고 있다.

물론 백해무익 하다는 건강상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정신적으로 섭취하는 멋의 분량이 있기에
남성들은 쉽게 담배를 끊지못하는것이 아닐까?

담배 한개피를 주고받는 情이 있기에 쉽게 사교하고,
쉽게 대화를 연결해가는 남성들의 세계는
삶의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리라.

한개피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얀 꽃잎같은 연기를
그윽히 뿜어내는 그 순수의 소각작업은
인간들이 선택한 아름다움중의 하나이러라.

 

 

 

 

......궤변이랄수 있겠지요.
지금은 간혹 오래된 친구들이 모이면 너 아직
도 답배피냐?고 힐난을 받기도 하지요.
그렇지만......아직도......저는.......
커피한잔 더불어 담배 한개피의 태움의 작업
을 하얀연기의 소곡이라 자위하며,
홀로가는 그길에 나그네되어 씨달픔을 사루어내지요

 


2001.01.31 22:26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