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하얀 찔레꽃 만발한 계절....(찔레꽃 전설) 글 쓴 이 : 들꽃풍경 다솜
옛날 지독히도 가난하던 시절, 찔레의 연한 새순은 껍질을 까서 먹으면
떫으면서도 들큰한 맛이 있어
농촌 아이들의 요긴한 간식거리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시골에 살아본 적도 없고, 종일 밖에서 산과 들판을 누비며 활개를 치던
개구쟁이도 아니어서 그 흔한 하얀 찔레꽃도 싱아도 먹어본 적 없이 자랐다.
이제 마흔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찔레꽃 만발한 것을 보고 일부러 하얀 꽃잎을 따먹으며
그 옛날 한 끼 얻어먹기도 힘든 보릿고개를 넘기던 동심의 마음을 추슬러 본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세상이 너무나 좋아져 모든 게 다 부족할 것 없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살기는 더욱 더 팍팍해져 시도 때도 없이 춘궁기가 닥치고, 견디다 못한 가장들이
가족들과 함께 자살을 선택하니 이건 또 뭔 조환가?
배고플 때 하나 둘 따먹을 찔레꽃도 없는 역 지하도에 또 다시 노숙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니
부디 그들이 ‘험한 소용돌이 물굽이 잘 건너’좋은 봄날을 꾸려가기만 바란다.
찔레꽃이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의 먹거리였던 탓인지 찔레꽃에 관한 이야기나
문학작품들을 가만히 보면 어떤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찔레의 꽃말도 "고독"이라고 한다.
"주의가 깊다"는 꽃말도 있는데 아마도 동생과 부모님을 주의 깊게 찾아다녔다고
고려시대부터 구전된 찔레 소녀의 아픔을 바탕에 깔고 있는 꽃말인 것 같다.
다음은 찔레꽃과 관련되어 고려시대부터 구전된 이야기다.
"고려시대 우리나라는 힘이 약해서 몽골족에게 일년에 한번씩 예쁜 처녀를 바쳐야만 했다.
그 당시 찔레라는 이름을 가진 예쁘고 마음이 착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도 다른 처녀들과 함께 몽고로 끌려가서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찔레는 몽골에서 그나마 착한 사람을 만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찔레는 두고 온 고향과 부모와 동생들의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여 10여 년의 세월을 눈물로 보내던 어느 날
찔레를 가엾게 여긴
주인은 사람을 고려로 보내 찔레의 가족을 찾아주려고 하였지만 찾지를 못한다.
그 이후 찔레의 마음은 더 아팠고, 더욱 더 가족들과 고향이 그리워 그만 병에 걸리고 만다.
찔레의 병은 누구도 고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주인은 단 한 달만 있다가 돌아오라는 조건으로 찔레가 고향의 가족을 찾게 배려해 준다.
찔레는 고향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고향의 집들은 다 불타 없어졌고 산천만 유구하게 남아 있었다.
찔레는 동생과 부모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여기저기 산 속을 헤매었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약속한 한 달의 기한이 다하도록 가족을 찾지 못하고 몽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찔레는
몽골로 다시 돌아가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고향집 근처에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자 찔레가 부모와 동생을 찾아 헤매던 곳곳마다 하얀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찔레꽃이 들판 여기저기 안 핀 곳이 없는 이유는
그렇게 찔레가 동생과 부모를 찾아다녔기 때문이란다.
또한 찔레의 가시는 무엇이든 잡으면 놓지 않으려고 하는데
"우리 엄마, 우리 동생을 본 적이 있나요?"하고
애타게 물어보는 찔레의 마음이 가시로 태어났기 때문이라니
그야말로 찔레꽃 피어나는 계절은 슬픈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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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 신동호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 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꽃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니에게도 그리운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참으로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부르는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손은 나물을 다듬으시지만 마음은 저 편
상고머리, 빛바랜 사진 속의 어린 어머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
추억은 어머니에게도 소중하건만
자식들을 키우며 그 추억을 빼앗긴 건 아닌가하고
마당의 봄 때문에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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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 하얀 발목 아프게 내려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 산등성이 너머로 내려오시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노래 : 이연실의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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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님의 봄날 피고지는 찔레꽃에 대한 추억의 글이 감동이네요.
답글
모든 사람에게는 어머니가 있고, 모든 사람에게는 추억이 있고,
모두는 나이를 먹고 모두는 그렇게 살다가 가지요.
나만이 아니고. 찔레꽃 노래는 왜 슬프게 들리는 건지...-
까망가방하양필통2010.02.10 19:57
아주 오래전 글을 찾아읽으셨네요^^
칼럼에서 블로그로 오면서 내용글이 죄다 다닥다닥 붙었네요.
다시금 정돈해보면서 찔레꽃과 그 전설에 숙연해 합니다.
가족, 부모...헤어짐...그리고 그리움....
슬픈 이야기 입니다.
나이들어 가면서 더욱 절절하게 들리는 찔레꽃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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