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들꽃풍경(http://cafe.daum.net/DLFLScenery 게 시 판 : 다담茶談은 깊어가고 제 목 : 이외수의 글 그림..
- 안개꽃은 싸락눈을 연상시킵니다.
-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 작별한 사랑은 어느날 해묵은 기억의 서랍을 떠나
- 이세상 어딘가에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됩니다.
- 아무리 방황해 보아도 겨울은 끝나지 않습니다.
- 불면 속에서 도시는 눈보라에 함몰하고 작별은 오래도록
-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 이 세상 모든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게 된다면
- 그대가 싸락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고백도 하기 전에
- 작별한 사랑은 아무래도 안개꽃으로 피어나게 되지 않을까요.
- 어디쯤 봄이 오고 있을까
- 잠결에도 내다보는 유리창 바깥
- 그대 홀로 먼 길을 떠나는 겨울이
- 아직도 깊어 걸음마다
- 백엽식물로 번성하는 성에의 수풀
- 비록 절름거리며 어두운 세상을 걸어가고
있지만요.
- 허기진 영혼 천길 벼랑 끝에 이르러도
- 이제 절망 같은 건 하지 않아요.
- 겨우내 자신의 모습을 흔적없이 지워 버린 민들레도
- 한 모금의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 구제불능이지요.
- 아무리 세공을 해 보아도 보석이 되지는 않아요. 다만
- 햇살 따가운 봄날에 그대 집 마당가로만 데려다 주세요.
-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종일토록 흐르는 강물소리.
- 누구의 영혼을 적시는지 가르쳐 드리겠어요.
-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 아무리 정신이 고결한 도공이라도
- 영원히 깨지지 않는 도자기를 만든 적이 없듯이
- 아무리 영혼이 순결한 사랑이라도
- 언젠가는 금이 가고 마는 줄 알면서도
- 칸나꽃 놀빛으로 타오르는 저녁나절
- 그대는 무슨 일로 소리죽여 울고 있나요.
- 유년의 여름날 초록 풀밭에 누우면 생시에도
- 날아가는 새들의 영혼이 보였다. 그 시절에는
- 날마다 벽에다 금을 그으며 내 키를 재 보았다.
- 그러나 내 키는 조금도 자라지 않았다. 단지
- 날아가는 새들의 영혼만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
- 지난 밤 그대에게 보내려고 써 둔 엽서.
- 아침에 다시 보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성냥불을 붙였다.
- 끝까지 타지 않고 남은 글자들. 외. 로. 움.
- 마음을 비우면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는 말을 누가 믿으랴
- 젊은놈들은 모두 구정물처럼 혼탁해진 도시로 떠나버리고
- 마을 전체가 절간처럼 적요하다 기울어지는 여름풍경 속에서
- 하루종일 허기진 그리움으로 매미들이 울고 있다
- 평상에 홀로 앉아 낮술을 마시는 노인의 모습
- 이따금 놀빛 얼굴로 바라보는 먼 하늘이 청명하다
- 인생이 깊어지면 절로 구름의 거처를 묻지 않나니
- 누가 화답할 수 있으랴 부처가 연꽃을 들어 보이지 않아도
- 노인이 먼저 입 가에 떠올리는 저 미소
- 가을밤 산사 대웅전 위에 보름달 떠오른다
- 소슬한 바람 한 자락에도 풍경소리 맑아라
- 때로는 달빛 속에서 속절 없이 낙엽도 흩날리고
- 때로는 달빛 속에서 속절없이 부처도 흩날린다
- 삼라만상이 절로 아름답거늘 다시 무슨 깨우침에
- 고개를 돌리랴 밤이면 처마 밑에 숨어서
- 큰스님 법문을 도둑질하던 저 물고기 지금은
- 보름달 속에 들어앉아 적멸을 보고 있다
- 이제는 마른 잎 한 장조차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
-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까요
-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 하늘
-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낸 부처님 눈썹 하나
-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되고
-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 눈이 내리면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밤
-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 들꽃풍경 카페에서 옮긴글
- 2004.3 까망가방하양필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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