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을 권고받고서......(3) 봉창수행
사택 2층에서 미니 탁자(탁자는 아니고 복사지박스^^)에 태블릿을 올려두고서 토닥거리노라면
마주 보이는 봉창너머로 이날 저날, 달이 지나는 소리가 들립니다.
초승달 지날때, 반달 지날때, 그리고 보름달 지날때 소리가 다 각기 다르네요.
달 가는 소리가 들리느냐구요? 그럼요 잘 들리구 말구요 ㅎㅎㅎㅎ
초생달은 새침스럽게 윙크하면서 초생초생, 사뿐히 지나고
반달은 나 잡아봐라 하여 자꾸 뒤돌아보며 통통한 허리를 반달반달 흔들고 지나고요,
보름달은 아예 너부대대 하며 되려 지가 나를 뭐하나 한참 내려보다가 갑니다.
그리구, 구름에 달가듯이 지날땐 구름에 긁혀서 거뭇거뭇 생채기가 난체
꺼이꺼이 긁는소리를 내네요.
니맘 내맘같다하여, 달 지날때 눈이 마주치면 방실이의 노래를 웅얼거리기도 했지요
"그냥 쉬었다 가세요, 술이나 한잔 하면서".... 헛허허허
사택 2층
사택은 웬지 페쇄적인 공간같아 보여집니다.
이곳 사택 2층에 거주하는바, 이슥하여진 밤시간엔 봉창수행
(면벽수행이 아니고 봉창수행 ㅎㅎㅎ) 을 하며 내안의 것들과 시간과 공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엎치락,뒤치락이다가 거의 밤 한두시에 잠들지요.
거실 방 봉창
사실인즉슨즉.....
정말 여기 1년의 사택생활은 봉창수행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정돈되고
절제된 시간과 공간이었으므로 나름 괜찮았습니다.
밤의 적막은 더우기나 내안의 시간을 갖기에 너무 좋았으며
봉창따라 달마중하며 믹스커피 한잔에 한개피 사루어내면서 마음을 추스리었으니까요.
(사실 회사내에서, 근무중일땐 담배를 안피우는데 야심힌 시간에
한개피 땡겨짐을 차마 거부하지 못하네요^^..)
이제 그 시간들과 공간을 놔두고서 나서야한다는것이.....아쉽고 서운합니다.
내일은...아니 오늘이네요 ....금요일 저녁에 간부모임겸 송별겸회로
저녁식사를 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그 다음엔 영업부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것으로 .....
특히나 내가 공장으로 와서 근무하는동안 영업부 사원들의 애로나 불편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공장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사사로운것들까지 부탁해오면 내가 친철히 도움을 주었었기에
영업부 직원들은 더더욱 서운해 하네요. 회사 근무 연장을 건의까지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다음주면 10월의 마지막 한주이네요.
봉창수행 소회
2016. 10. 21 01시 40분 까망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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