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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도둑기차......(무전여행)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1. 3. 20.


도둑기차......(무전여행)

그땐 표 안끊고 몰래 타고 다님을 도둑기차라 했다.
주로 열차 통학하는 학생들이 피지못할 사정(?)으로 곧잘 써먹던 수법이자
안걸리고 용케도 빠져 나간다면야 우쭐해 하던 때의 몰래타기이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리기, 또는 올라타기....거의 곡예수준이라고
할만치 위험천만의 무모한 짓이었지만 통학열차간에선
여학생들에게는 물론 같은 남학생끼리서도 우상(?)적인 용가리가 되는것이다.

 

 

 

  



무슨 얘길 할려구 도둑기차 얘길 꺼냈지?
아하...무전여행.....

예전 제가 빡빡머리 시절엔 무전여행이 제법 왕왕이 있었죠.
지금 같아선 대번에 불량청소년으로 몰려 끌려가기 십상이지만
그래도 그땐 빡빡머리(?)의 특권으로 제법 우쭐했답니다.

무전여행의 별미는 역시 無錢으로 기차타는것.....
배낭하나 울러매고 목적지나 스케쥴은 대충 열차에 맞춰서 쏘다녔던가요?
삼등열차 비들기호는 단골메뉴 였던것 같습니다.
목포에서 용산까지 호남선,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영동선,
용산에서 부산진까지 경부선, 그리고 부산진에서 송정리까지 경전선이,
그외에도 동해남부선, 충북선, 장항선등,,,,,이 주무대 였지요,,,,

 

 



십이열차는 주로 밤새워 열두어시간을 칙칙폭폭......
덜깬 잠에 느닷없이 표조사 할라치면 그때부턴 스릴과 써스펜스가
숨바꼭질하듯.....난간에 매달리기도 하고, 계단밑에 움쿠리어 숨기도 하고,
열차가 멈춰선 시골 간이역에선 잽싸게 프랫폼 반대쪽에서 뜀박굴을,
그때 동동거리며 뛰어갔던 발자국소리.....기억에도 선합니다.
"자갈자갈자갈자갈자갈자갈......" 하하하하
그중에서도 젤 편하고 느긋한것은 역시 의자밑에 기어들기....
3 - 4 초면 쓱삭....게눈 감추듯,,거의 프로급이죠,
아줌마, 누나가 치맛자락으로 감춰주고 아자씨는 안하든 발을 뻗어 걸쳐주기도.
공범자가 된 그사람들은 저보담 더 가슴이 콩콩했을겝니다.
그리고 더욱 情스러운것은 망사과며 삶은계란이며.....
기특하다 싶어 건네주는 먹을것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처럼 아그작 아그작,
잘도 먹었슴은 물론 골고루 다 ~ 섭렵하였던 기억입니다.

집에서부터 한짐 짊어지고간 한됫박의 쌀과, 된장, 감자, 고추장이 떨어지고,
라면 살 돈까정 떨어지면 때절은 몰골로 귀환하였죠.
물론 열차를 타고 유유히,,,,,,

여름날엔 문어대가리 같은 낡은 선풍기가 딸꾹,딸꾹 돌아갔었고,
겨울날엔 미적지근한 스팀에 오들오들하며 입김서린 까만 유리창에
빠드득,빠드득 손가락으로 낙서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오싹합니다.

 

 



새벽안개 자욱한 시골 간이역은 뒷구멍이 따로 없습니다.
그냥 천천히 개찰구 반대편 들판을 향해 걸어가면 끝입니다.

물론 그러다가도 들키거나 붙잡혀 꿀밤도 맞았구요,
오밤중에 외등 하나뿐인 시골역 프랫폼에 혼자 뎅그러니 버려지기도.....
우스운것은 그 승무원 아자씨가 행여,내가 다시 기차를 집어탈까봐서
열차가 시골역을 다 빠져 나갈때까정 난간에 매달려 타나 안타나 감시를,
허허허허....고색 창연한 옛적 풍경이지요.

그리고 부득이 버스를 타야 할때엔.....
맨뒤에 앉아선 빵모자를쓴 안내양(그땐 차장이라 하였슴) 누나한테
넉살로 비빌때까지 비비다가 동전 몇개뿐이라고
최대한 측은한 표정으로 봐주라고 빌고,
그때 차장 누나들은 참 착했어요,
그저 기막히다는 웃음으로 등을 보이곤 했죠.
물론 남자 차장이 있는 차는 절대 안탔죠, 맞으면 아프니까, 하하하하

고등학교 시절에 주로 방학때나 연휴,,,,,가끔은 하루씩 학교도 빼먹구요,
그때서부터 쏘다님증세는 엿보였던것 같습니다.
하여도,
그냥 좋았다는 그것뿐 이었으니까요.
거의 혼자 다녔습니다. 그래야 편하고 내맘대로고
또, 내 몸뚱아리만 숨기고 도망가면 아무런 뒷탈이 없으니까요.

완행열차타고, 완행버스타고....걷고.....비포장된 시골길을 마냥걸었습니다.
어둑해지면계곡이나 산에서 텐트치고 혼자서도 잘 살았습니다.

 

 



헛허허허허.....무전여행......
여러 저러한 우스운 그때 그 헤프닝같던 얘기들이
지나고 보니 그리도 대견하고 소중한 추억의 한페이지 였습니다.
지금은 돈주고 하래도 못할겝니다 하하하하
한때의 여린 추억......좋은 맘입니다.

2001. 3. 1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두서 없이, 그냥 그때 그시절의 기분에 겨워 정신없이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