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울면서 웃었다던 .....

까망가방하양필통 2004. 11. 19. 04:07
아픈 날의 일기 / 이해인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
무릅과 이마를 다친
어느 날 밤


아프다 아프다
혼자 외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편할 때는 잊고 있던
살아 있음의 고마움
한꺼번에 밀려와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자기가 직접 아파야만
남의 아픔 이해하고
마음도 넓어진다던
그대의 말을 기억하면서
울면서도 웃었던 순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아무도 모르게 결심했지요
상처를 어루만지는
나의 손이 조금은 떨렸을 뿐
내 마음엔 오랜만에
환한 꽃등 하나 밝혀졌습니다



이해인님의 아픈날의 일기입니다.

자기가 직접 아파야만 남의 아픔 이해하고 마음도 넓어진다던
그대의 말을 기억하면서 울면서도 웃었던 순간......

아픈날이네요.
이해인님의 발그스름하고 해맑은 얼굴에
울면서 웃었다던 그 모습을 가만히 눈을 감고 떠 올려봅니다.

울면서도 웃었노라는 그 마음이 애잔하고...처연하기까지 합니다.
어떤 삭힘이라지요,
깊숙하게....더 깊고, 깊은만큼의 아픔이 보입니다.





현실님방에서 퍼온 갈빛 나비




오늘은 정말, 웃길만치 참 일찍 출근을 했다 하네요.

낮에 안양들러 일좀보고 그길로 인천 검단에 있는 공장엘 들렀습니다.
낼은 주택공사에 Sample 을 가져다 줘야하므로 공장에서 부속과
파이프 토막을 싣고선 사무실에 오니 캄캄한 저녁이네요.
불로그 연습을 두어번 했지만 사진은 여전히 배꼽만 나옵디다.
포기하고 퇴근하니 10시 반이더라구요.

강변길의 야경이 이밤사 사뭇 조용하게 쓸쓸해 보여집니다.
찬바람을 쐬어서 그러나 봐요.


숙소에 가서 담궈둔 빨래를 허겁지게 해치우고 방도 닦고,
와이셔츠와 바지를 다림질도 하고,
잠만 쏘옥~ 자고 나서곤하는 맹랑한 방일진데
치울것도 많고 훠이 훠이 내젓듯 훔치는 걸레에 꺼뭇하게 때가
묻어나니....
그러고 보면 사람이라는게 참 먼지탱이네요...헛허허허허


샤워후 널부러진 마음으로 커피 한잔을 저었습니다.
밤 한시 넘어,......
드러누워 멀뚱히 천장을 바라봅니다.
문득 국민하교시절, 방학때 할머니댁엘 갔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네요
누렇게 바랜 천장엔 네모 반듯한 사방무늬가 우째 저리도 잘도 이어져
사통으로 손에 손잡고 나가는지.....신기하고 재밌어서
이쪽저쪽으로  무늬 따라 꽤나 짚어나갔던 기억에 헤죽 웃습니다.

이밤사 앵앵거리던 모기 한마리 기척도 없어 머쓱한체 천정을 보다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지금 출근한다면 길이 하나도 안막혀 피융~ 갈수있겠다"

아침출근길엔 풍뎅이 기어가듯이 맨날 엉금거리기 일쑤인데...
제가 생각해도 참 잘했다 하는 기특한 생각에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꿰고선 냅다 강변을 질두합니다.
가로등에 달무리지듯한 허멀건한 안개가 마치 겨울 입김같았어요.






저녁,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림:허 혜영(.Tracy 님)   oil on canvas, 2003





촛불 벗하여 이해인님의 詩를 읽습니다.
조그만 소리로 낭송하듯 음악과  함께 읽었습니다.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아무도 모르게 결심했지요....."

한없이 천진스러웁기조차한 그분의 마음에도 저런 가슴이 있으셨구나
하여 단정한 수녀복에 동그란 童顔(동안)의 이해인님의 얼굴에
갸웃하여지네요.

이해인 수녀님도 동백아가씨 노래를 부를적도 있겠지요?


헛허허허허
그렇다는겝니다.


2004. 11. 18일 새벽에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한참을 뒤웅박 뒤집듯 이차 저차하다보니 그만 다운되었네요.
덜컹~ 마음을 쓰다듬어 조심 조심 다시 로긴했더니 아울~ 살았어요.
으헛허허허허
(지난번엔 뒤로 앞으로 방정떨다가 다 지운적 있었걸랑요)

참 마우스로 화살표를 끌어다 꼭 촛불을 밝혀 보세요^^





 

 

 

  • 문혜숙2004.11.19 05:04 신고

    이해인님의 시를 읽을때면 마음이 기쁘기도하고 또
    슬프기도 하니 그래서 시 이리라생각하네요
    그런데 그렇게 잠을 않자도 잘도 버티시네요?
    방정 떨지않아도 저혼자 날라가던데요?
    서공을 축하드려요 행복하세요 샬롬~~~

    답글
  • paula2004.11.19 05:23 신고

    "아파봐야 이해할 수 있다."
    언제 부터인가 정답같은 말을 싫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정답을 말 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울면서 웃는 수녀님 ...
    그런 깨달음 속에 시가 나왔으리란 생각에...
    부럽고 아름답단 생각을 했습니다.
    덜커덕~ 손이라도 잡아 보고 싶어지면서.....

    근데....
    까망가방하양필통님~
    그럼 도대체 몇시에 출근하신 건가요??????? ㅋㅋ
    헛허허허허....^^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4.11.19 05:56 신고

    우와!~
    잠 안 주무시면 기운 없지 않남요?
    출근을 그렇게 일찍???
    새벽공기가 좋긴 좋지요?
    아무도 마시지 않은 새로운 것 마시는 기분...

    오늘도 아자!~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답글
  • 아침햇살2004.11.19 07:58 신고

    부지런한 까방님^^
    새벽에 출근해도 눈치 볼것 없는 직장
    넘 멋지네요
    가만가만 추억도 불러내어 이야기 나누시고
    살아내는 하루를 자근자근 풀어내시는 까방님^^
    오늘 하루도 멋진 시간 되세요.

    답글
  • 까망가방하양필통2004.11.19 08:48

    간밤에 샘플 조립을 다하지 못한체 퇴근한게 좀 께름직했습니다.

    또한 새벽 이슬속에 질주히는 그 청량감 또한 코끝에 쐬하지요.
    그리고 아직은 덜하지만 겨울날 새벽엔 한강물에서 번져나는
    물안개가 저으기 신비스럽기조차 하지요.

    가끔이지만 새벽의 거리를 달려봄은 좀 으쓱합니다.


    문혜숙님
    이해인님의 詩는 가랑가랑 잔비 나리는 속을 마치 우산을 쓰지 않은체
    거닐며 젖어나는 그런 서정과 柔함이 좋습지요.
    다쓴것이 날라갈때의 그 허탈함은 허접함까지 보태지요? 헛허허허


    파울라님^^
    정답이라고 결코 내세움을 조심하신다는 말씀, 새깁니다.
    덜컥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으시지요? 지는요,,,,ㅎㅎㅎㅎㅎㅎ
    코~ 하게 팔베개를 해달라 조를겁니다.


    저녁노을님^^
    먼저 "아자~!!!" 아침 인삽니다. 출근하시는 중으로 여깁니다.
    코가 맹맹하여지거든 얼른 히타를 틀어서 몸을 따뜻이 하셔요.
    일찍 출근한날은 컴좀 보다가 잠시 쉬기도 하지요.


    아침햇살님....^^
    이가을엔 유난스레도 아침햇살이 노랗게 부셨습니다.
    연배로서, 선배로서, 또는 친구같이...언제나 지켜봐주심 감사드립니다.
    새벽출근, 밤중퇴근...손뼘만한 회사라 제 알앗 대중 없습니다만
    조용한 사무실은 참 정갈한 맛이 괜찮아요...헛허허허


    다녀가신 여러 친구님들....이른 아침 공기는 맑고 상큼하지만요
    코끝에 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따순 커피 한잔에 다순 마음으로
    오늘을 열어 보실까요?

    답글
  • 수수꽃다리2004.11.19 08:53 신고

    까망님 !!~
    오늘 이른새벽에 안개긴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어요..
    안개낀 사이로 깜박깜박 불빛만이 보이는것이
    멋지던데여..
    따순커피 저도 한잔 해야겠어요..
    오늘도 하시는일 잘되시기를 바랍니다 ~~

    답글
  • 아이다2004.11.19 10:09 신고

    풍뎅이 기어가듯 엉금엉금.. 출근

    표현이 이쁘네요..

    잠시 차가아닌 풍뎅이를 생각해봤어요..

    뒤로 앞으로 방정떨다가 다 지운적 저도 많어요 ...ㅎ

    여기는 안개가 잔뜩껴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아파트 9층인데 구름속에 앉아 있는것 같어요

    답글
  • 오로라2004.11.19 10:48 신고

    말잘듣는 아이처럼
    시키는 대로
    마우스로 장난을 해보았습니다
    그 촛불도 더이상 다닐수 없는 땅이 있는걸요......ㅎㅎ

    아침이 희뿌연 한게 오늘이 따뜻하려나 봅니다



    답글
  • 숲 속의 방2004.11.19 13:02 신고


    오늘 밤에 이불에 지도 그리면 어떻게 하지요?
    불장난 너무 오래 해서요.ㅋㅋㅋ


    답글
  • 어울림2004.11.19 15:15 신고

    꼭두새벽 출근길에 뻥 뚫린 강면도로 ..
    뭔가 마음속 막힘까지 뻥 뚫리는 듯 했겠습니다

    까망님은 연륜이 쌓이니 인생 선배님으로
    어지간히 아픔은 내색 않으시리라 봅니다
    아프네요..
    파문처럼 다가옵니다

    아픔을 즐겨보심도 아픔을 잊는 방법일 테지요..



    답글
  • 까망가방하양필통2004.11.20 01:19

    촛불을 켰습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다들 퇴근후엔 맨먼저 촛불을 켜두는 습성이 생겼어요.
    6시가 좀 너었는데도 깜깜해집니다. 12월 22일까지는 계속
    밤이 길어지겠지요?
    밤이 길어진다는것이 괜시리 기분좋습니다. 헛허허허


    수수꽃다리님,
    영화속의 한장면속에 주인공이 되신 기분이셨나요?
    안개속에 가로등....그리고 커피한잔...작은 추억이시길...


    아이다님^^
    풍뎅이를 목을 몇바퀴 비틀어 놓고 뒤집어 놓으면
    제자리에서 맴돌며 날개짓을 하지요. 문득 어렸을적의 장난질이
    떠올려집니다. 헛허허허


    오로라님,
    촛불 사진을 발견하고 메일로 소스를 받았답니다. 화사한 촛불들을 보니
    괜시리 무슨 축하받는 기분에 혼자 좋아라 하였답니다.


    숲방님^^
    불장난하고 지도 않그리는 비결정도는 우습지요.
    (귀좀~ 숲방님께만 특별히) "안자면 됩니다. 헛허허허허


    어울림님.... 아픔을 아픔으로 잊는 방법....
    미쳐 그 생각까지는....살아온만큼 아픔도 갖가지지요. 그래서
    낫게하는 처방전을 딴엔 연구하는 재미로 산답니다. 말 되나요? 헛허허허


    다시또 깜깜한 밤입니다.
    밤엔....또 우리끼리의 작은 동네에서 이렇듯 좋은맘을
    나누면서 살지요.

    다녀가신 님들께도 좋은 밤이 되어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