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판화 : 이철수 - 아내
시 : 서정주 - 신부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지난주에도 못내려갔고, 그 지난주에도 못내려 갔습니다.
오늘은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후에 인천 공장엘 들어가서 공장 여기저기에
천덕구러기 같이 구석에 쳐박히고 떼밀려진 부속 자재들을 죄다
창고에 모우고 정리를 했습니다.
기 말했다시피 저희 회사(라기에는 쫌~^^)는 파이프를 만드는 회사와 부속을 만드는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를 했는데 파이프만드는 회사 창고나 마당에 사정상 보관된 부속자재는
언제나 곱상치 않게 보여지고 천덕구러기 취급을 받는바 이번에 새로이 창고를 마련했지요.
필리핀직원과 지게차로 옮기며 정돈을 하였는데 어둑해져서 다 못하였네요.
생산 직원들과 간이 미팅을 하면서 부속이 딸려가야 파이프를 팔아먹으니 부속보기를
황금과 같이 하라 하였더니만 눈동자들이 다들 하품을 하네요.
헛허허허허
오목교 숙소에들러 밀려진 세탁을 데치듯 하고 국밥 한그릇 널름 비우고 사무실에 오니
어언 10가 넘었습디다.
잠시...
커피 한잔에 도라지 然한개피 사루어....촛불을 멀거니 바라볼새
아직은 모자를 쓰고 외출도 멋적어 하는, 위에 철수님의 판화는 영락없는 집사람의
뒷모습 폼이라네요.....
"앓고난 아내가 머리묶고 앉았다....
조용하다. 무얼 보시는가?...묻지 못했다."
좁쌀만한 회한이 굴러굴러 호두알같이 뒤뚱거리며 굴러갑니다.
초곽을 꺼내어선 엄지만하게 칼로 자릅니다.
초를 토막내어 촛밥을 만드는 그 시점에서부터 긴 적막의 무대에 오름이지요.
판토마임에 원맨쇼를....훗후후후, 때론,곡마단의 삐에로 같다는....
이밤사, 이밤사.....그래봤자 언제나 그 밤 일진데,
한해의 뒷끄트머리에 다다른, 조금은 허전한감이 어둠에 묻어납니다.
저는 오밤중에도 믹스커피에 쵸코파이를 두개,녹혀내듯 먹습니다.
밤에 이런것 먹으면 안된다고들 주위에서 곧잘 얘기합니다만,
사실은요.....
비어진 허전한마음이거나 답답함이 미어질때는요
저는 커피믹스에 쵸코파이를 오몰오몰하면요 단향에 일순 생기가 희안하게 솟습니다요.
눅눅한 마음이 전환이 되는 어떤 "환"함이 단 향내에 진하게 배여진다네요.
헛허허허허,
이래서 또 커피 한잔에 어쩌구 저쩌구~
오늘은 서정주님의 "신부"라는 詩와 이철수님의 "아내"라는 판화를
우연히 읽어내리곤 애잔함이 시리다 하여 몇자 적음입니다.
아무려나,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좋은맘으로 마무리 되어지시기를 바램합니다.
2004. 11. 1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서정주님의 詩와 이철수님 판화는 "함께가는길" 카페에서 퍼옴(올린이 핑크)
저는 믹스커피지만 일요일 아침엔 헤즐럿으로 커피를 내립니다.
좋은 아침에 커피향이 그윽하시기를....
-
신부의 글에서 아내의 뒷모습까지..
답글
연륜이 묻어 나는 까망님만의 정서 무척 깊어요
까망님 칼럼에 오면 늘 묻고 싶엇던
사모님의 건강 많이 좋아지셨겠지요..
빠른 완쾌를 빌어봅니다 .._()_
이주간이나 댁에 못 내려 갔셨으면 목을 빼고 기다릴 만도 하시지요
어제 밤 하루 이별인데도 아침이 기다려졋답니다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전화 주시거든요 밤새 안부와 함께
오늘도 역시..
선착장이라고 사랑도 들어간다고 등산 두 몫하고 오겟노라..
반드시 끝머리에 물어요
무어 먹고 싶냐고
갖고 싶은 건 무어냐고..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 거절 안하는 대신 언제나 같은 대답 "당신 맘 대로"
판화에 자꾸 눈길이 머문답니다
오붓한 휴일 보내십시오..^^* -
까망가방하양필통2004.12.19 11:56
조용한 휴일입니다....저만 그런가요? 헛허허허
답글
아침에 FAX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긴급한것 협의하고,
오후엔 다시 어제 못다한 창고정리차 공장엘 가지요.
물론, 정리 끝나면 강화가는길 더듬던지, 오리정에서 차한잔 할수도....
햇살좋은 일요일 오전입니다.
문헤숙님,
서정주님의 "신부"는 오랜 여인상의 일면이네요.
限과 기다림을 삭히며 살아내온 옛여인네들의 안스럼이네요.
물론 요즘은 택도 없겠지요? 헛허허허
격려해주심 감사합니다^^
아침햇살님^^
햇살 좋은 아침나절입니다. 환한 마음이네요.
주신 詩集을 잠시 펼쳐봅니다.
"바람의 손" 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네요.
미류나무님^^
"아울~~" 할때가 젤루 미류나무님 버전 같아요 헛허허허
집에 자주 못감이 저으기 걸립니다. 판화의 뒷모습이 아릿하지요?
아침에 향좋은 커피내음에 킁킁대봅니다, 헛허허허
크리스마스즈음엔 정말 들뜬 바쁨이라지요^^
어울림님,
연륜이라기엔 아직이지만 그래도 살아옴이 두터워 질수록
은연중에 情으로 무던하여지나 봅니다.
바깥지기님의 살가운 전화통화는 살아내는 맛깔로 부러 보이네요, 헛허허허
좋은 휴일,
다녀가신 여러 친구님들의 마음에 환한 햇살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나름대로의 작은것일지언정 보람된 하루이시길.... -
까망가방하양필통2004.12.20 22:04
한통에는 여섯개의 가느다란 초가 들어있지요.
답글
여섯개의 초를 2 Cm 정도로 죄다 토막내어선 작은 곽에 담아놓습니다.
촛밥이지요...넉넉한 기분에 괜히 제가 배부릅니다.
밤은 저에게 소중한 마음이기에 밤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오늘도 어김없는 긴밤이....촛불을 밝힙니다.
영주띠기님,
생산현장은 좋은곳도 있지만 거개가 열악하지요.
님의 말대로 그래도 생산 현장은 우리네 동맥같은곳이고 말고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든든하고 마음이 넉넉하네요.
일할수 있다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감사함이라지요.
하늘님^^
일요일 아침에 말간 갈빛 커피내림은 마음까지 투명하게 하지요?
아침햇살에 좋은 향을 내리셨군요....근데요...저는요....
믹스커피를 타면서도 상상으로 커피를 내리며 기분으로 킁킁대며
향내를 코끝에 훔친답니다. 헛허허허
수수꽃다리님....
詩 와 판화 그림이 좀 애틋하지요?
한참을 바라보노라니, 그네의 허전한 등허리에 한숨을 내뱉습니다.
꽃다리님도 믹스커피와 쵸코파이? 헛허허허
저만 웃기는줄 알았는데...꽃다리님도....재밌네요^^
파울라님....
언제나 님의 생활에선 홀로서는 씨달픔속에 열심히, 담대히
살아내는 모습을 엿본답니다.
하루의 지친맘을 잠시 칼럼동네에서 쉬어마무르시며 좋은맘을 재충전
하시길요....그리고 커피요? 그래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비록 그림뿐이지만요...헛허허허허
다녀가신 여러 침구님들,
낼모레가 동지라 합니다.
낮과 밤이 똑같은....내일밤은 한햇동안에 젤루 긴밤이겠지요?
좋은 연말을 행복하게 가족과 함께 지내시기를 빕니다. -
겨울연가2004.12.21 08:52 신고
좋은글과
슬픈노랫말이
어우러져
넘 애처롭기까지 하네요ㅠ.ㅠ;;
음악 : 이안-물고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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