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 생각하며

가을 詩와 찻자리.....

까망가방하양필통 2006. 9. 26. 23:50

1. 가을  詩

 

사진 속 풍경을 읽다


詩 한혜리







 
등딱지로 고물고물
햇살을 밀어 올리며
아낙네 여남은 명
하루치의 삶을 캐고 있다





숨구멍마다 오글거리는
갯벌의 노래 따라
아낙네의 손놀림이 재발라지고





망태기 가득 들어앉는
삶이라는 중량감







만조의 바다가
하루를 태운 노을을 이고
눈동자 속으로 밀려오면









그때서야 제 손으로 먹이를 거둔
경건한 노동의 허리 곧추세우는.


 
 
<『시와 창작』2006년3·4월호 수록>
 

 

사진속 풍경을 읽다....가갯가에서 찍어진 사진을 보고 시를 읊조렸을까요....아니면씌어진 詩에 사진을 편집하였을까나....아무려나.....

 

하루치의 삶을 캐는...꼭 하루치 만큼만,등굽은 허리에  뽀개지는 듯한  고통일랑  오글거리는  숨구멍에 들락날락 하네요.

 

 

 

질펀하게 퍼질러 앉아 짬속에  엽연 한개피를 피워 무는 아낙네의하얀  두건에 노을이 발갛습니다.

 

그것은처질의 고뇌에찬 시가도 아니고나폴레옹의 권위에 찬  담배 또한 아니지요.뻐끔대는 하연 연기에 씨달픔이 묻어나고하루의 노동의 댓가일겝니다.

 

 

 

詩와 음악과  사진이  가을心을 휘젓듯  하여  퍼온글입니다

 

 

2. 가을차茶

 

오랜만에 차 한잔 합니다.

 

찻자리

동산에 들꽃들이 몹시 목이 말라 이파리를 추욱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가을,그것도 가믐이 극심한 때이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하루종일 물을 주었습니다.
생기가 돕니다.

세상 만물은 다 한 때 왕성한 시기가 있고,
연후에 늘어지는 시기가 있나 봅니다.

그래 차 한잔을 했습니다.


생장점 있는 수련 잎을 따서 물에 띄우면서
내년엔 뿌리가 잘 내리고 잎도 건실하게 크기를 염원했습니다.
이는 수련 이파리로 증식을 시도하는 것인데,
잘 되는 편입니다.

누렇게 시들어 물 속에 썩어 갈 이파리를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일은 참 즐겁습니다.

그래 또 차 한잔을 했습니다.


차는 나무 이파리로 만든 것인데,
인간이 만든 책보다 깊은 얘기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항용 다도를 언급하는가 봅니다.

하늘이 각 사물에 주어진 것을 성이라 하고,
성에 따르는 것을 도라 하니,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 중용(中庸)]
다도란 차의 성품에 따른다는 뜻이 될 것인 즉슨,

그런 다도가 하찮은 나무 이파리에서 나온다니 참 사람의 세계는 오묘합니다.

 

차茶 외에 또 그 무엇을 그리 대할까..
그게 그러네요.
차는 여여하나,
꽃은 시절 지나면 누렇게 변해 떨어지고,
어여쁜 숙녀는 온데간데 없어지며,
소소녀의 역경도 세월 지나면 잊혀지고 마는 것이니. 

 

(에술의 전당 음악분수)

 

위글,  "오랫만에..." 는  들꽃풍경의 쥔장이신 들풍님이
혼자 쭝얼거린  茶心을  퍼왔네요.

들풍님은 김포 고촌 풍곡리에  "들꽃풍경" 농원을  개원하시고
야생화를 가꾸시고 계시는  소탈하신 분입니다.
차 한잔을  우려내시며 

 

뉘라서 마주함이 있는둥 마는둥 하여도  하루내 지쳐진 맘을
차 한잔의  주절거림속에  스스로 오묘함에 도취되어지신듯......

 

 여백이 좋은 찻자리 입니다.        " 세상 만물은 다 한 때 왕성한 시기가 있고,
          연후에 늘어지는 시기가 있나 봅니다. "

 

그렇나 봅니다.왕성한 때이든 늘어지는 시기이든간에  다 소중한 내것들이기에
어느것 하나 輕重을 따질 필요가 없다지요.

 

가을밤..솔솔  깊어지는  야심함속에
가을 詩와  찻자리에서  산책을 합니다.

 

함께 산책하시지 않으시렵니까?
지가 보온병에 뜨건 커피를 담았걸랑요?
헛허허허허

 

2006. 9. 26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 joanne2006.09.27 05:09 신고

    하루치의 삶에 공감합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을 충실히 사는 것과 통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보온병의 커피 아직 따뜻합니다.
    한잔 마시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답글
  • 꿩의 바람꽃2006.09.27 09:37 신고

    '왕성한 때이든 늘어지는 시기이든간에 다 소중한 내것이기에'...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에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으나 왜그리 흘러 보내는 시간도 많은지요. 시간에 애착이 생김이 나이든 증거일까요? 요즘은 매 시각이 소중하여 아껴쓰고 있습니다.
    산행, 나들이, 사진찍기, 틈새시간도 아껴 쓰고 싶습니다.
    저도 커피 한잔 주세요.

    답글
  • 살구꽃2006.09.27 09:51 신고


    내 하루치의 삶은
    얼만큼의 무게일까
    잠시 눈을 감고 무게를 가늠해 봅니다.

    찻잔의 빛깔이 없는 듯 고와 보입니다
    향기는 어떨까요?
    마시구 싶어라 나두..
    가을은 차와 잘 어울리는 계절 같아요
    찻잔에 그리움 담아
    단풍같은 마음으로 마시면...

    답글
  • 청람2006.09.27 10:14 신고

    차는 나무이파리에서 나왔지만
    사람이 만든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도...
    그것은 바로 다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런지요?

    세월이 흐르면
    어여쁜 숙녀의 모습도 누렇게 변하여 떨어지는 꽃과 같으나
    그 마음씀은 찻잔의 은은한 향기와 같은 그런 인생이기를...

    산 기슭 바람이 선선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옵소서.

    답글
  • 어울림2006.09.27 10:14 신고

    뜨건 커피도 탐나지만
    야심한 밤
    산책길 길동무가 너무 든든합니다
    풀벌레 소리 선율 삼아 걷는 야심한 밤 산책길은
    짙게 드리운 밤안개가 있어 좋을 거같고
    정적이 흘러 더욱 좋을 거 같습니다
    침묵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존재할 거 같은데..
    팔짱 끼어도 되나요??..ㅎㅎ
    생활 다례 시연회 앞두고 있습니다
    한 이틀 특별과외 받아서
    대중 앞에 서야하는데 벌써부터 떨립니다
    한박자 천천히 느리게 쉬고 ....
    차와 삶의 핵심인듯 하네요
    햇살이 너무 좋은 날
    외출 전 잠시 들렀습니다
    까망님의 하루도 알차게 여무시기 바랍니다

    답글
  • 이선영2006.09.27 21:33 신고

    갯벌에서 삶을 캐며 인생을 엮는 여인들
    치열한 생존의 전투는 시어로 표절되어 떠오른 수련 닢
    차마 감상타 하기엔 내사 맘이 버거워 지도 찻자리에 양무릎 모으고
    차한잔 구하고 갑니다.

    답글
  • 하루치의 삶...
    나는 얼마만큼의 삶을 살고있을까....
    어느 무게만큼의 삶을 지고가고있을까요....
    아낙들이 ㅈ지고잇는 망태기속의 담겨진 무개만큼의 삶의 무게일까..
    아니면 무게를 잴수없을만큼의 무게일까....
    참 많은 생각에 잠기게하는 글과 사진입니다...

    답글
  • 사랑니2006.09.28 02:43 신고

    차는 나무 이파리로 만든것인데....
    인간이 만든책보다 깊은 얘기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참 마음에 닿는 글귀입니다.....
    무언의...삶을 헤아리며....
    생을 살아가는 지혜이기도 하겠지요....

    답글
  • 『토토』2006.09.28 08:45 신고

    노동의 댓가에서 하루치의 삶을 보다
    여유있는 차향기에 빠졌다가
    나중에야 보온병에 든 커피가 아즉도
    남았을까? 하고 물어봅니다 ㅎㅎ

    찻자리에 담아내실 차향기가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가을은 사람을 아주 묘한 분위기로
    끌고 가서 정신 헷갈리게 하는 마술을
    걸어서 제자리 찾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으려 얄궂은 미소로 바라보네요^^

    답글
  • 숲의요정2006.09.28 09:36 신고

    흐르는 음악이 맘을 편안하게해주네요
    제목이뭘까?....
    사진과 그림의설명또한
    갯벌내음 가득한가운데 사람내음이 나는거같아 좋았구요

    가끔 들려바라보는 예술의전당 분수가
    친근감을 주며
    이곳에 한참을 붙잡아두네요

    님의 아름다운공간
    쉬어갈수있었음에 감사함을 남깁니다^^

    다시한번 보고있자니
    노래제목도 나오는군요
    소리새의~~~가을을 남기고간사랑
    그리고 첨에흐르는 가을나그네...
    두곡을 귀에익히고갑니다^^

    답글
  • 임광자2006.09.28 09:42 신고

    갯벌에서 삶을 건지는 아낙네들..
    갈적에는 빈 구덕이지만 돌아 올 적엔 행복 가득 담은 구덕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삶ㅇ 여유러워지니까요.
    찻잔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 커피는 마시지 않으니 냄새나 맡고 가지요.

    답글
  • 자운영2006.09.28 14:21 신고

    고달픈 삶인듯 하여 한없는 슬픔으로 일렁이다가
    차한잔 받아마시고 돌아보니 더할나위없이 행복하다 싶어지는게...

    차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길을 따라 걷듯 한곳 한곳...
    한줄 한줄...
    나름대로 각기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그렇게 몇번이고 곱씹어봅니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사연..
    한귀절 한귀절 너무 귀해서 어느것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마음에
    한없이 부산스럽습니다.지금 제가...^^

    답글
  • 꼴찌2006.09.28 23:43 신고

    찻잔이 참 단아하게... 예쁘게 마음을 가라 앉혀 주는군요. 기회되면 하나 마련해야겠네요.
    좋은 바람의 가을밤 많이 느끼시길...

    답글
  • 내 마음의 풍경2006.09.29 00:10 신고

    하루치의 삶....
    그 하루를 위해서,, 풍경이도 열심히 보낸 날이랍니다.
    어데 그분들만은 못하겠지만서두요,,,,휴~

    들풍님은,, 울 필통님 글에서 뵌적이 몇번 있는지라,,,
    어느분일까 참으로 궁금해요,,
    다도를 아시는분,,
    한송이 꽃도 귀이 여기시는 분이 분명할겁니다,,

    날이 밤으론 서늘해요,
    필통님 감기 조심하시구요, ^^
    주신 차,, 잘 마시구 갑니당,,

    답글
  • 나뭉치2006.09.29 10:24 신고

    내도 끝자락에 다릴 하나 걸치고 잘 우려낸 차 한잔 기울입니다. ^^

    답글
  • 반딧불이2006.09.29 13:09 신고

    솔솔 바람결을 느끼며 차 한 잔 하고 싶습니다.
    하늘도 정말 �고 깨끗하던데.. 오늘 보니...

    답글
  • 하늘그림자2006.09.29 18:49 신고

    벌써........하루의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네요.

    가을차....를 입에 대면...
    내 자신이 가을이 되어 버릴듯..합니다.

    전...오늘도 필통님이 보온병에 끓여놓은...커피한잔으로 대신하렵니다.
    가을차는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에 마시러 올께욤...^^

    답글
  • 민들레2006.09.29 19:49 신고

    정말 보온병에 뜨건 차한잔 가지고 나들이 하고픈 생각이 드는
    하루였네요..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실거죠??하양님~^^*
    즐건 한가위 되세요..

    답글
  • 실암2006.09.29 20:06 신고

    산국,감국,구절초 차향에 취하고 싶은 가을밤입니다.
    솔내음나는 경치좋은 산에 들어앉고 싶은 계절이구요.

    갯벌의 하루생산량도 정해놓은 양만큼만 잡는다죠.
    가을향기 맡고 갑니다.

    답글
  • 자연2006.09.30 00:48 신고

    차 향기가 느껴집니다..정말 이젠 가을이네요..

    답글
  • 정아2006.09.30 06:57 신고

    아 이제야 열리네요~
    한참을 애먹었습니다 소감란이 열리지 않아..그래서 교감에 말씀을 남길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클릭~ 이제야 열리네요...
    제가 미운가봐요~ ^^

    등이 휠 것만 같은 저 아낙네의 땀방울에서...
    향기는 없을지라도, 작은 손수건 한 장 건네어주고 싶습니다.

    질퍽한 저 곳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이 될 때까지...
    저 여인의 생각 속은 과연 온통 무엇으로 하루해를 가득 메우고 있을까요?
    어쩌면 멀리 가 있는 어린 자식들의 걱정에서부터...
    집안에 하루종일 우두커니 앉아계시는 부모님의 점심 걱정 혹 하고 있을까요?

    나 자신의 일에서 걱정하기보다는...
    아마도 주위 사랑하는 이들의 염려로 항상 마음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
    여인의 등이 아주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더욱 더 휘어지겠지만..
    그 나이를 먹어가는 연륜의 세월은..바로 그녀의 인생의 흔적들이니...

    음악과 차와...
    실로 오랜만에 아침부터의 맘의 여유 맛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
    이제 그 여유 잠시 뒤로 접어두고..저 이제 출근해야 하거든요. ^^

    차 잘 마시고 갑니다 까망님~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06.09.30 15:40 신고

    주어진 내 삶
    그저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 해 봅니다.
    차 한잔의 여유 함께 느껴 봅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

    답글
  • 루시2006.09.30 19:10 신고


    하루치의 삶을 캐고있는....
    글도.. 사진도... 바람이 듭니다.

    가을밤... 솔솔 깊어지는 야심함 속...
    차 한잔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이 가을 소중함을 가득 채우시길 바라며....♧



    답글
  • 炤爛(소란)2006.09.30 21:33 신고

    가을,정취와 음악, 차.

    모두가 그리워집니다.
    오랜만에 님의 방에 빼꼼히 얼굴들이 밀었습니다.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몇개월 이리도 분주하게 정신을 놓고..... 몸까지 휘청이며
    그렇게 지냈지요.

    가을엔 무언가 가을답게 달라지려니...

    그저 희망하며ㅡ 아름다운 가을을 품어 안습니다.

    차 한잔 하고 싶어지네요.
    그리운 사람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서,
    가을 나무를 바라보며, 그렇게 그렇게
    여유좀 부려보고 싶어지네요.

    건강하시죠??

    놓아두신 차 한잔 마시고 편히 앉아 음악 들으며,
    조용히, 마음편히 있다가 갑니다.

    고맙습니다.

    답글
  • 낙타기르는여자2006.10.01 10:11 신고

    뜨건 커피까지 가져오셨는데
    산책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아~ 바다 이야기를 해 주실려고요.ㅎ
    붉은 빛 곱게..하늘 물들이고
    인정사정없이
    해가 떨어지고 있군요.
    서쪽의 어느바다일까..참 아름다워요.
    어둠이

    내려오는 바다를 뒤로하고
    집을 향한 여인들의 발걸음 또한 한폭의 그림입니다.
    까망가방님 말씀 들으며 걷는 길...멀리
    에구야~ 다리아파라~~
    커피에
    잠시 쉬어가는게 좋을듯 한데욤~ㅎ

    답글
  • 재희2006.10.01 11:42 신고

    아낙네들의 바다이야기
    삶의 냄새를 물씬 담아 오셨군요
    그리고...
    아래에 올려놓으신 차~
    저건 분명 산들바람차일거에요

    아주 상큼하고 은은한 향을
    바람이란 녀석이 실어다 줬거든요

    기분이 좋을만큼의 적당한 온도
    우리는 공기가 주는 기쁨과 가을이란 계절이 가져다주는 신선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지요....

    그냥~~
    오늘은 계절이 가져다주는 고마움을
    문득 느껴봅니다...그리고 은은한 차한잔의 여유로움도~~~~

    답글
  • 별하나2006.10.02 18:39 신고

    하루치의 삶을 캐는 아낙네의 모습에서
    내 하루가 가벼움을 느낍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디든 앉아 좀 쉬고싶다 했었는데..

    찻자리가 참 편안해 보이는군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여여로워질 거 같아요.

    답글
  • 심연2006.10.03 11:40 신고

    근데 같이 산책하자면서
    워디서 만나는지는 안쓰셨네...
    저 워디서 기달려유?

    행복한 추석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