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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초록잎새 한이파리에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2. 17.

 
초록잎새 한 이파리에
초록마음을 얹어놓고프다.
하얀 눈설에 베란다에 놓인 화분마냥....


햇살 부실때
큰 기지개 켜고
하품하나 입 찢어지게 눈물 찔끔 한다면
자유일게다.


그만한 작은 공간하나 갖고프고
헐렁한 옷차림에
커피 한잔과 구수한 토스트 한쪽이면
나른할터인데....


내 마음에 그곳으로
너를 델꾸 가고프다.

그런 맘이다




임시보관함에 제목도없이 남아진
짧달막한 글쪼각....한개
얇은 먼지가 살폿한걸보니
그리 오래 묵어진 것은 아닌가싶다.
그땐 그랬나보다.

 

 



골똘히 쳐다보다가
초록 잎새 하나 퍼담아와선
거기에 짜집기하여 덧붙여본다.
연한 파스텔톤의 푸르름이 참 청량스럽다하여
맘에 든다고 혼자 끄덕인다.

밥먹으러 가야제.....문닫기전에....

잔비에 촉촉한 까만 아스팔트골목따라
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
움추려든 목에 찬기운이 꽤나 시리다.
이밤사 혼자라서 유난히 구두굽소리가 크다.

간간이 들르는 쬐꼬만 식당,
콩나물 해장국 한그릇 훌훌하매
콧궁기에 노릿한 황태내음이 구수하다.
되돌아 거슬러 올라오는 골목길에
입천장이 얼얼하고 등허리가 후끈하다.

어라~? 입김도 허옇네?
고픈김에 맛있었나부다.

 

 



골목길 담벼락에 바짝 붙어진 가로등이
좀 어둑하다 하면서....
고개를 바짝 쳐들어 하늘을본다.
잔잔한 빤짝거림이 얼굴에 간질간질.

문득, 얼마전에 샀던 이외수님의 사색상자에
"비가 내리는 이유"라는 詩하나 스친다.

"가뜩이나 외로운
그대 가슴 적시려고."

널찍한 한페이지에 고작 여나무자의 글자뿐이다.
어차피 돈내고 산 책인데
좀 빼곡하게 적어둘것이지....
아까버라 하면서
휑하게 비어진 여백을 손끝으로 살살 문지르니
눅눅한 어떤것이 쐬하게 저미어 번져난다.

그랬다.

여덟시 10분....막차 전철시간까진
세시간 반이나 남았다.

그냥 좋다
헛허허허허허허

2003. 12. 17. 수요일
사무실에서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

초록이파리...한잎
퍽 단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