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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며 생각하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영화. 김기덕감독작품)

by 까망가방하양필통 2003. 12. 6.

이 영화의 극본과 감독은 같으며,
겨울에서의 주연은 감독 자신이 맡았다.





기발한 발상이 탄생시킨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 !


마치 우주 공간을 떠도는 아름다운 지구처럼,
호수 위를 떠다니는 암자 !


거기에서도 노승과 학승의 질퍽한 삶의 역정은 시작된다.


유년기에서의 치기 어린 봄이 지나면,

청년기에서의 열정의 여름이 기다린다.



아픔과 성숙은 가을처럼 흐르고,


사계가 완성되는 겨울을 통했건만 


아~ ~

어떤 해결도 없이 잔인한 윤회의 봄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다.





대개의 영화는 생약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듯
삶에서 가장 아름다움은 부분을 뽑아서 보여준다.

보통의 삶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우연의 일치와 과장, 대망의 달성 등등은
영화 속에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은가 !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은 이렇듯 이상세계를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평상의 삶이 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를 영화를 통해 찾는 것이다.
이것을 잘 충족시킨 영화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여 인기몰이를 한다.


하지만 본 작품은 김 감독이 쓴 이전의 영화가 그랬듯이,
결코 영화를 통해 삶을 미화시키지 않는다.

'어~ 저러면 안 되는데 '

해피엔딩을 바라는 관객의 마음은 무시당하고
헤어나올 수도 없는 깊은 고랑에 처박힌 채로 영화는 종결된다.


그의 영화는 대중의 흥행성보다 자신의 작품성을 중시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냉혹한 삶의 모습은 늘 가까이 있다.

이것을 피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껴안아 보자 !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웃을 수 있고,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사랑할 있다.'


이것이 그가 전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아닐까 ?


김 기덕 !

그가 쓰는 영화가 늘 무거운 것은,
그의 작품이 부정주의나 비관적인 것을 칭송하기 위함은 아닌 듯 싶다.

그는 단지 처절함을 통해 삶의 전체를 긍정하고 있을 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 영화는 우리의 굳어진 의식을 확장하는 수단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웬지 스틸 사진 만으로도 숙연한 느낌이네요.
뜬금없이 떠 올려지는 영화제목들....
가을비 우산속에....안개마을....晩秋....그리고 별들의 고향
어떤 연관이나 의미를 부여함은 아니고요
더우기나 내재된 속뜻의 심오함을 감히 알바가 아닙니다.
그냥.....다소 처연하다 싶은 어떤  연민 같은 맘이네요.
아무려나... 여민 가을心을 마냥 휘저어 심란케 하네요.


다시금 천천히.....한 장면 한장면을 담아냅니다.
천진한 동자승이 훌쩍 커서 한 사내로서의 갈등속에...더하여 번뇌에 이르러
제 자리를 지키려는 안간힘 같은것을 봅니다.
누구나다 살아내면서 지켜내고픈...아니 가지고픈 어떤 자리가 있을겝니다.
그것이 현실이든 아니면 가상이든간에 그래도 이르고픈 그 자리....


어느분(들꽃향기)의 칼럼에서 이런 마음을 훔쳐왔습니다.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린 그리운 그 길에..
진즉 잊혀졌음직한 애타던 그 길에..
녹아지지도.. 부서지지도 않아 시리고 마음 베이는 얼음꽃으로 피어나
푸득푸득.. 깃털치며 일어나는 사랑하여 그리운 그대임을 알았습니다.
함께 걸으며 나누지 못한다고 그대, 내사람 아닐수 없듯이..
마주보고 손잡지 못하여도...나, 아직도 그대 가슴속에 머무는
흔들리지않는 그리움의 뿌리란 말은 천만번 더 들어도 가슴시린..... "

그렇네요...정말,너무 멀리와 버린....그길....
진즉 잊혀졌슴직한 그길에....애잔한 그리움을 차마 못지워
사박사박 거니는 낙엽 수북한 그길을 깊숙이 끄질르고 걸어내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영화제목이 마치 살아내는 여정을 빗댄듯
유년...청년...장년....노년...그리고 다시 유년기의....그런 느낌도 와 닿네요.
나이들어 노인이 되면 흔히들 하는짓이 애기같다 합디다.
애기스럽다함은 정녕 순수한 천진스러움이고 단순함이지요.

한세월 부단히 애쓰느라 피로로 점철된 한 인격이 이제
세상것들일랑 다 떨구어내어 홀가분하고 맑은 마음으로 되돌아감을 위해
비워낸 뒤의 천진스러움은 곧 겨울 다음의 봄일겝니다.

칼럼을 적노라면요 인위적인 꿰맞춤이나 좋다하는것들을 갖다 붙이곤 합니다.
미려한 수사나 아름다운 상상도 더불어 거기 덧붙이기도 하구요.
그런데...실인즉 이런 마음입디다.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하고 좋은 맘되어 가는것 또한 반가움이지만
기실...정작으로는  그만한 마음이 되어보고지고 하는 은근한 욕심이자
작은 바램이라고나 할까요?
그리 살아내온것이 아니라 그리 살고싶다는 그런게죠.

그렇다는겝니다.
오늘은 설왕설래 얘기가 두서 없었네요.

이 가을 깊어날제...좋은 가을心 듬뿍 하시길 바램합니다

 


2003.11.19
까망가방하양필통입니다